살인이 일어나거나 어른들이 사랑에 지치거나 성공을 위해 달려가거나 하는 소설을 읽다 보면 내가 묵직해 지는 느낌이 든다. 이럴때 아이들이 주인공인 소설을 읽어주면 다시 가벼워 지는걸 느낀다. 이 소설은 표지의 색깔 부터 상큼해서 읽기 전부터 조금은 가벼워 졌다. 주인공은 미소년이다. 이 점이 중요하다. 절대 유도 선수 처럼 몸집이 커서도 안되고 평균 한국 남자의 얼굴 정도로 만족해서도 안된다. 무조건 갸냘픈 몸매에 샤방한 꽃미모를 지닌 소년이어야 한다. 소설은 독자를 만족 시켜야 하니까. 소설은 현실과는 좀 달라도 되니까. 우리의 주인공은 여학생에게는 관심이 없다. 심지어 남자 선배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렇다 이 소년은 동성애자이다. 예전의 나였다면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소설에 이런 설정이 나온다면 당황해하면서 누가 날 보고 있는게 아닌지 주변을 두리번 거렸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아름다워>, <시크릿 가든>을 보면서 단련이 된 지금의 나에게 이런 상황은 아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좋아하는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이야기가 뭐 였는지는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지만 그 선배의 몸짓, 눈빛 하나하나는 생생하게 기억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동성애자라 편견은 전혀 들지 않았다. 첫사랑의 대가로 학교에 있는 모든 사람들로 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고 학교로 부터 쫓겨나 자신을 부정하며 점점 바닥으로 꺼져가는 소년을 보면서 남들과 다르게 살아간다는게 쉬운일이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방에서 웅크리고 있던 소년을 밖으로 꺼내준건 엄마의 의대시절 친구이자 역시 동성애자인 양나씨였다. 양나씨가 운영하는 상담소에 다니면서 소년은 점점 자신을 인정하고 세상과 소통을 시작한다. 정말 다행이다. 소설의 다른 누구 처럼 험한 세상을 경험하고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면서 상처를 다 받고 아름다운 청소년기와 20대 초반을 보내고 난 뒤에야 이자리에 오지 않아서. 물론 소년은 살아가면서 상처를 많이 받겠지만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잘 견뎌 낼 것 같다. 오랜만에 설레는 소설을 읽었다. 감정이입 제대로 하고 읽었더니 "오늘 우리집에서 자고 가."란 말에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혼자 " 꺄~" 라고 비명도 질렀다. 영화로 만든다면 주인공은 어떤 연예인이면 좋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기도 했다. 가볍게 다룰 수 있는 주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성장 소설이기 때문에 조금은 가벼울 수 있었던것 같고 읽고 나서도 개운함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