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알 환상하는 여자들 1
테스 건티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뭐라고 소개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원제 <토끼장>을 살리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싶은, 토끼 아파트는 어땠을까. 토끼장에 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 전개 된다. 존 자동차 회사와 얽힌 사연들이 교차 된다. 누구는 돈을 벌고 누구는 집을 잃고. 인물간 교차 뿐 아니라 시간까지 역추적하는 형식이라 앞 부분만 보면 엄청 산만하다고 느껴진다. 이걸 이렇게까지, 싶은. 그래도 간만에 4시간을 꼬박 붙들고 달려 끝을 보게 한 거 보면 전미도서상의 타이틀을 무시 할 수 없는 서사의 힘이 있다. 버나딘 에버라스트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그 분량을 한자리에서 끝까지 읽게 만들었던 것과 비슷한 힘. 일단 하얀머리 소녀, 티파니이자 블랜딘인 여주가 풍기는 히피적인 매력, 위력에 휘둘리고 굴복하는 자신의 선택을 반페미니스트적이라 인식하면서도 공산주의 선언을 들먹이며 따박따박 할 말 다하는. 포스터 키즈라고 지칭되는 위탁가정 출신 소년 셋은 또 어떤가. 이들이 벌이는 무모한 동물학대와 자기증명의 역락들. 웃통을 벗어 째기고 스테이크를 굽고 티비 광고에 멍을 때리는 골때리는 아이들. 형광펜을 온몸에 바르고 사람들을 놀래키는 기행을 일삼는 덜 자란, 덜 사랑 받은 모지스와 끝까지 엄마가 되기를 거부한, 자기가 되기를 선택한 엘시. 나에게 이들을 비난 할, 동정할 자격이 있을까. 소음에 후달리는 조앤이 상사의 힐난에 살아남기를, 계속 살아가기를 어떻게 응원하지 않을 수 있나. 산후우울증 치료를 선택한 젊은 부부의 소름 돋도록 사실적인 사랑은 어쩌나. 나와 같은 아이의 눈을 보며 공포를 느끼는게 특이한 일인가. 당신은 정말 그런적이 없단 말인가. 블랜딘이 <여성신비주의자들 : 선집>을 들고 세탁실을 찾는 날, 그 날을 맞춰 세 잔의 커피가 든 보온병을 챙기리라. 책을 읽어 줄 조앤의 몫까지. 커피가 다 식기 전에 이 챕터를 읽어 줄 그녀와 그녀가 있어, 우리는 오늘도 깨어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