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
서진영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12월
평점 :


광고에서 언제부터인가 '장인정신'이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사용하고 있다.

대량으로 마구 생산해내는 기성 제품이 많은 까닭에 정성껏 만들었음을 강조하는 것이겠지만...

이 책에 소개된 공예품들은 마구잡이로 만들어내는 그런 제품들과는 정성이나 질적인 면에서 달라도 많이 다르다.

'한 땀 한 땀~' 장인의 고집스러운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하는 우리의 전통 공예품들.

남다른 손재주를 발휘해 '명품'의 면모를 지닌 멋스러운 공예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장인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런 장인정신이 발현된 우리 공예품들의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이다.

 

"몰라봐주어서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은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의 느낌과 딱 들어맞는다.

우리의 조상들이 사용해 왔고, 지금도 우리 곁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것인데...

그 존재와 아름다움에 너무 무관심했다 싶다.

장인들이 10년도 아닌 30년, 50년 아니 어떤 경우에는 태어나기 전부터 유전적으로 이어온 그 정신과 재능을 이렇게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전수하는 노력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이렇게 젊은 작가가 직접 장인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노고를 전해주는 글이 있어서 다행이다.

만나고 온 공예품들로 자신의 옥탑방을 리모델링할 생각까지 하는 참 기특한 젊은 작가다.

 

"옥탑마당으로 튼 쪽에는 창호지 바른 창틀 천장으로 마감한 다실을 만들어야지.

통유리 벽에 통영 대발을 드리우고 다실 가운데에는 녹자 다완 하나 올린 소박한 나주소반이 어울리겠다.

쪽물 들인 모시로 방석을 만들고 자개로 멋을 낸 작은 경대는 또 어떨까." -271p

 

 

대부분의 공예 문화재들이 그렇겠고, 재료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나무로 만들어지는 공예품은 아주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나무를 사다가 5년, 10년은 말려서 나무 성질을 죽여 놔야 하는데, 손님 보고 10년을 기다려 달라고 할 순 없잖아? 좋은 재료가 없으면 재주가 아무리 뛰어나도 좋은 것을 만들어내질 못해."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4호 나주반장 김춘식 님

 

나무를 미리 사다 놓고 성질이 뒤틀리지 않을 때까지 기나긴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니...

요즘같이 '빨리빨리~!'하는 문화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는 딴 세계의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힘든 노력을 해야 하고 고생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지만,

이 책에 실린 12명의 장인, 무형문화재 분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 일을 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저 좋으니까 하게 되는 것이라고...

 

"그냥 나는 이곳 공방의 분위기에 젖어 드는 일상이 좋아요" -101p /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침선장 구혜자 님

 

"뭘 하든 재미있게 해. 그렇지 않으면 싫증이 나잖아. 모든 일은 즐겁게 해야 해. 완성된 것이 보고 싶고 기대돼서 날 새는 줄 모르고 일해 봤어? 자기가 하는 일에 즐거운 마음을 가지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고."

-237p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4호 나주반장 김춘식 님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 어떤 대상이든, 정을 나누고 서로 보듬게 되면 자꾸 찾게 되는 것.

눈길을 주어 눈여겨 보고, 자주 찾게 되면 그 아름다움에 반하고 또 익숙해지지 않을까.

좀 더 관심과 눈길을 돌려봐야겠다는 생각을 이 젊은 작가의 시선으로 만나고 나니...

그동안 몰라봐서 미안한 마음과 함께, 계속 모른체 하고 있는 것은 더 미안한 일이겠다 싶다.

30대 초반의 작가 서진영의 말처럼 "부지런히 찾아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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