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만나는 성경 - 아담의 창조에서 최후의 심판까지 그림 감상으로 접하는 주님의 섭리와 가르침
이석우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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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신앙이 만나" 탄생하게 된 종교화.

구도자에게 믿음을 전달하려는 성화는 그 자체로 강력한 시각매체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종교적인 의미를 벗어나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 역시 뛰어나다.

 

"종교와 문화 그리고 미술은 떼놓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일찍이 영국의 문명사학자 토인비가 '종교는 문명의 누에고치'라고 비유했듯이 종교는 문명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근현대에 들어서는 달라지고 있지만 고대부터 종교는 한 시대를 이끌고 가거나 그 시대정신을 직간접적으로 만드는 동인이 되어왔습니다. 그리고 예술은 그것을 표현하는 매체였을 뿐 아니라, 종교 그 자체를 발전시키는 역할 또한 담당했습니다." - 5p <책머리에>

 

성경 속 인물들은 물질적으로는 세상에서 사라진 존재이다.

현재의 시간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은 아니지만, 수시로 신앙인들에게 불림을 받는다.

화가들에 의해 성경과 성경 속의 인물은 수없이 세상 속으로 불려 나왔고,

또 그 그림들은 각국의 미술관이나 성당, 교회 등지에서 여전히 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맞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성경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 남겨진 인물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어쩌면 영원한 생명을 얻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남겨진 명화 속에서, 성경의 한 구절 속에서, 신앙인의 기도 속에서... 부활(?) 하고 있는 이들.

"예술과 신앙의 만남을 주선" 한 이 책에서 그들을 만났다.

 

"황혼녁 지혜의 올빼미가 날갯짓하는 이 미네르바의 숲을 후산厚山 이석우 박사님은 도포자락 휘날리며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저만치 앞서가시더니만 어느새 숲길을 벗어나 뮤즈들의 언덕으로 가버리셨다. 그분이 휘젓고 돌아다닌 숲들을 뒤따라가며 살펴보면 사학의 숲인가 싶더니 문학의 숲이었고, 문학의 숲인가 싶더니 철학의 숲이었으며, 철학의 숲인가 싶더니, 아니 신학의 숲이었다." -321p <추천의 글/ 전광식, 고신대 교수>

 

 

 

이 책은 성경 이야기 한 편과 그와 관련된 여러 그림을 소개하면서 역사, 철학,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친절한 해설을 풀어놓았다.

그리고 그림 해설 뒤에는 어김없이 '오늘의 성화 묵상'이라는 형식으로 개인적인 기도가 더해져 있다.

이 책의 저자이신 겸재 정선기념관 이석우 관장님은 종교인으로서, 역사학자로서, 평론가로서, 한 단체를 이끄는 단체장으로서,

더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실 것이다.

그럼에도 묵상을 통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 그림과 함께 신앙을 단련해오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성경을 읽는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앞에는 난제들,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 부지기수다. 그러면 이들을 모두 안 다음에 믿을 것인가. 하지만 믿는 데서 생기는 문제보다도 믿지 않은 데서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더욱 많다는 것이 내가 이해하는 세상이다.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모르니까 믿는다."

-113p *오늘의 성화 묵상* <완전함에 대한 믿음> 중에서

 

 

 

종교가 전하고자 하는 믿음의 언어를 풀어놓은 경전을 해당 종교를 가지기 않은 사람이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믿지를 않는데, 이해는 어차피 어려운 것이기에 말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팔린다는 책인데도, 아직 읽어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서양의 문화와 철학,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미술사를 알아보려면 성경을 모르고서는 불가능하다.

도전해보지도 않고 어정쩡한 자세로 언젠가 읽어보리라 어설픈 각오만 해둔 상태로 지내오고 있다.

그러다가... 만나고 싶었던 성경을 이렇게 그림으로 풀어낸 글을 통해 먼저 만났다.

성경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이해력이지만, 이렇게 조금이나마 친해진 것이 다행스럽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서양의 명화와 미술사에 대한 그간의 어색함이 많이 누그러졌다.

 

 

 

 

 

 

 

 

 

'천지창조'의 열림의 순간부터 '최후의 심판'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성경의 여정을 그림과 함께 걸어보니...

그리고 성경 속의 인물들을 만나보니... 아주 특별한 그림 여행을 한 것 같다

긴 세월 반복되는 인간사의 덧없음을 느껴보기도 하고,

거장들의 고뇌를 조금이나마 감지해 보기도 하고,

지나온 인생에 대한 반성과 회환의 마음을 그림에 대입시켜 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국민일보>에서 이 책을 소개한 글에는 "유럽 여행을 준비 중인 크리스천이라면 꼭 읽어 볼 것을 권한다."라고 되어 있다.

내 생각에는 굳이 크리스천이 아니라도 좋겠다.

서양미술사에 관심이 있든, 성경에 관심이 있든...

열린 마음으로 명화 여행을 나설 준비가 되었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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