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
케이트 베른하이머 글/크리스 쉬밴 그림/최순희 옮김/국민서관 펴냄/ 양장제본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들은 한 번 이라도 책의 입장이 되어 책의 마음을 생각해보신적이 있나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의 마음, 아니면 몇몇 사람들에게만 깊은 사랑을 받고 싶은 책의 마음. 이렇게 책에도 마음이 있다라는 독특한 관점으로 써나간 참 재미있는 책이 있습니다. 출판사 국민서관에서 펴낸 <행복한 책>. 아스라하고 따스한 그림 만큼 책 내용도 따스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바라보는 책'이 아닌 '책이 바라보는 나'라는 관점, 즉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방법을 가르쳐주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어요. 물론 책이 나를 선택 할 수는 없습니다.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기에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책에도 마음이 있어서 내가 사랑하고 아껴줘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며 책을 대하는것과 책은 그냥 물건에 불과하다라고 생각하고 책을 다루는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책을 무척 좋아하는 우리 아이는 책을 수시로 보는 습관 외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책은 자신이 자주 머무르는 공간에 널브려트려 놓거나 또는 품에 안고 자거나, 베게 맡에 두고 자는 습관이 있어요. 그 책이 얼마나 좋으면 책이 늘 곁에 있기를 원할까요. 저도 책을 무척 좋아하지만 품에 안고 잠들만큼은 아니어서 일까요. 그 순수한 마음에 감동 받아 콧끝이 찡할 만큼 아이가 이뻐보였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면 입장을 한 번 바꿔서 그렇게 선택되어진 책, 즉 아이가 품에 안고 잠든 책의 입장은 어떨까요? 그건 생각해보나마나 행복하겠지요. 세상에 책으로 태어나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잠이 들만큼 사랑받는 책이라. 사실 이런 내용으로 책을 엮는다는게 별것 아닐 수도 있겠으나 제가 만나본 <행복한 책>이 주는 감동과 여운은 잔잔하면서도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았습니다.
도서관에 새로운 책이 들어옵니다. 초록색옷을 입고 마법의 버섯 아래 한 여자애가 서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새 책은 도서관 맨 앞에 높입니다. 새 책은 아이들에게 선택되어져 많은 아이들에게 읽히기에 바쁩니다. 많은 아이들에게 읽혀지는 책은 행복합니다. 하지만 여러해가 지나고 아이들의 관심밖으로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하자 책은 외로워집니다. 그러던 어느날 작은 여자애와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됩니다. 여자애는 단숨에 책을 좋아하게 되고 책을 빌려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달빛에 책을 읽어요. 우리 아이들은 상상하지도 못할 일이지요. 달빛에 책을 읽는다.... 무척 서정적입니다. 앨리스는 뜯겨나간 마지막 쪽을 보며 나름 행복한 결말을 상상합니다. 그리고 앨리스는 책을 소중히 다룹니다. 앨리스의 따스한 사랑으로 책도 무척 행복합니다. 둘이 서로 진심이 통했다고 할까요. 그런데 어느날 앨리스가 책을 도서관에 놓고오는 바람에 책과 앨리스는 떨어지게 됩니다. 그후.. 책을 찾기 위한 앨리스의 노력은 계속되고......
이 책속 또 하나의 묘미는 마지막 부분에도 있습니다. 수많은 아이들의 손을 거치며 너덜너덜 해지다 못해 이미 마지막장은 떨어져 나가버린 초록색책. 마지막장이 떨어져 나갔으니 결말은 책을 읽는 사람의 몫이 되는것이죠. 불행한 결말을 상상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행복한 결말을 상상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어쩌다보니 결말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진것이죠. 책을 읽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것도 의미가 있지만 결말을 나름대로 상상해보는 재미도 클텐데요 이런 묘미를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알려주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이렇듯 <행복한 책>은 우리 아이들이 다양한 점을 생각해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해놓은 책입니다.
<행복한 책> 따스하고 서정적인 내용과 함께 책을 사랑하는 한 여자아이의 마음과 책의 마음을 잘 표현해낸 책이라 생각됩니다. 우리 아이들도 책을 소중히 생각하고 늘 책과 함께하며 기쁨과 열정을 배우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행복한 책> 많은 아이들에게 읽혀지기를 소망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