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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일 -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스탠리 피시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 같은 평범한 무리는 저들과 똑같은 손과 발을 갖고도 저런 일을 해낼 수 없다는 깨달음. 뛰어난문장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매일 쓰는 언어가 해내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하는 일을 그런 문장을 척척 해낸다. 우리는 이러한 문장을 보며 감탄을 내뱉는다. 아내와 남편, 친구들,심지어 때로는 행인들에게도 문장을 읽어주며 공감을 구한다. 이 탁월한 문장을 분석하고,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자신의 무능을 애석한다." 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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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쓰고 싶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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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이 커지는 날이면 흰 메모지를 꺼내는데 첫 난간이 그거다. 무슨 내용을 쓰지, 내용에 너무 큰 기대를 걸다 보니 쓰는 족족 마음에 들 리가 없고 그러다 결국 포기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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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내 손으로 문장을 직접 만들 능력은 아직 부족한 것 같으니 필사를 해보자는 결심.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빠르게 넘어갔던 문장들도 어색하게 보이기 시작하고, 행간과 행간 사이에 쉬어가는 틈도 커졌지만 어느새 기도나 수행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필사하고 있는 내가 보인다. 또 '아니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문장을 쓰는 거지'감탄만 내뱉다가 벽이 더 단단해진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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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 이랬다. 필사까지 그만두면 그럼 이제 글을 어떻게 써야 되는 거지라며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온 느낌이다. 윷놀이에서 도 한 칸 겨우 나갔다가 빽도한 느낌^^ ㅋㅋㅋㅋㅋ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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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일>은 내가 처음 글짓기를 실패한 이유를 정확히 짚어준다. 내용보다는 형식에 중심을 두자는 것. 연습을 통해 형식을 습득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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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창의력이 형식의 반대라고 간주하는 데다가 형식을 해친다고들 하지만, 오히려 형식은 창조에 동력을 제공한다..."우리의 형식 틀은 생성력이있다. 이 틀을 통해 학생들은 다른 때 같았으면 쓰지못할, 아니 써야 한다고 생각조차 하지 못할 글을 써낸다. 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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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글짓기에 주인공은 내용이라 생각했던 나로서는 상당히 놀라운 이야기들이었다. 이를 통해 글의 시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뿐더러, 나의 글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자문하는 연습도 해 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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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는 집 짓기와 유사하다는 한 평론가의 말이 생각난다.집을 지을 때는 겉멋보다도 견고함, 안전이 우선시 되어야 하듯이 글도 그 단단한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조금 아쉬운 점은, 같은 내용의 반복되다 보니 첫 맛처럼 끝 맛이 즐겁지 않다는 점..... 그래도 글쓰기가 막막한 초보자들에게 딱 좋은 길잡이가 될 글쓰기 책인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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