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한다는 것 - 고병권 선생님의 철학 이야기 너머학교 열린교실 1
고병권 지음, 정문주.정지혜 그림 / 너머학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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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말 괜찮은 책을 만났다.

처음에는 철학을 어떻게든 파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고병권 선생님에 대해 알게 되었고 고병권 선생님이 쓰신 니체관련 책을 보려다

그것보다는 입문서에 가까운 책을 찾다가 만나게 되었다.



항상 철학을 공부해 봐야지 하면서도 칸트나 다른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면 도통 무슨소리인지도 잘 모르겠고 처음에는 알고 싶었으나 점점 알고 싶어지지 않아져서 페이지가 도저히 넘어가지 않아서 청소년 도서는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대로 괜찮았다.



우리나라의 교육? 인식 관련해서는 IMF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갈린 것 같다. 그 전에는 대학교 점수도 공대가 의대보다 높았고 문사철 인문학쪽에도 사람이 많이 있었는데 이후에는 실용적인 학문?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바로 돈이되는 학문이 중시가 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을 배우는 문사철 같은 학문은 등한시 된거 같다. 이런 변화가 작금의 상황과도 많은 연관을 갖는 거 같다.



그런 저런 상황은 차치하고 책으로 들어가자면 정말 좋았다. 가끔씩 청소년 관련 소설이나 책들 중 끌리는게 있으면 읽어보곤 했는데 대부분 좋았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좋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좋았다. 밑에도 정리해 놓았지만 철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그리고 배우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야아 하는지 등 많은걸 생각하게 해줬다.



단순히 나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생각한다" 라는게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쉽게 "생각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일에 치여서 쉬는날에는 집에서만 틀어박혀 책을 보던가 티비를 보며 졸고 깨고를 반복 했다. 앞으로도 이런 일상이 주를 이루겠지만 그동안 싫어했던 여행이나 새로운 친구, 새로운 환경 등 좀 더 많은 생각거리를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 책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철학? 그거 어디다써?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자신이 생각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글자크기도 크고 페이지도 130? 이정도로 짧지만 그 여운과 생각할 꺼리는 많으니 추천!!





기획자의 말

사람은 자연학적으로는 단 한 번 태오나고 죽지만 인문학적으로는 여러 번 태어나고 죽습니다. 세포의 배열을 바꾸지도 않은 채 우리의 앎과 믿음, 감각이 완전 다른 것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꿀벌은 밀랍으로 자기 세계를 짓지만, 인간은 말로써, 개념들로써 자기 삶을 만들고 세계를 짓습니다. 우리가 가진 말들, 우리가 가진 개념들이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세계입니다. 또 그것이 우리 삶과 세계의 한계이지요. 따라서 삶을 바꾸고 세계를 바꾸는 일은 항상 우리 말과 개념을 바꾸는 일에서 시작하고 또 그것으로 나타납니다. 우리의 깨우침과 우리의 배움이 거기서 시작하고 거기서 나타납니다.



p.19

무언가를 자기만 가지려 하는 사람은 결국 그것밖에 가질 수 없습니다. 내가 내 것을 고집하면 내 주변의 친구들도 그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서로 자기 것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거예요. 하지만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어 친구가 된다면 우리는 모두 함께 부자가 될 수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반을 친구에게 선물하자 친구는 제게 재밌게 읽은 책을 선물해 주었죠. 그럼 우리는 음반도 갖게 되고 책도 갖게 되는 거예요.



p.22 어느 어부 이야기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던 어느 날 한 늙은 어부가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관광객이 바닷가를 거닐다 할아버지가 자는 모습을 보았어요. 해가 중천에 있는데도 계속 잠만 자는 할아버지가 이상해서 이렇게 물었답니다.

"할아버지, 고기잡이 안 나가세요? 해가 저렇게 높이 떴는데."

그러자 할아버지는 눈을 슬며시 뜨면서 말했지요.

"벌써 새벽에 한 번 다녀왔네."

관광객과 할아버지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럼 또 한 번 다녀오셔도 되겠네요."

"그렇게 고기를 많이 잡아 뭐하게?"

"아, 그럼 저 낡은 배를 새 것으로 바꿀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아, 그럼 새 배로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고요."

"그러면?"

"그렇게 되면 더 큰 배를 사고 사람도 더 많이 고용할 수가 있지요. 그럼 더 많은 돈을 벌 테고."

"그렇게 벌어서 뭐하라고?"

"그럼 공장도 세우고 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요."

"옳지. 그러고 나면 뭘 하지?"

"아, 그렇게만 되면 할아버지는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되고 편안하게 누워서 지내실 수 있지요."

"지금 내가 바로 그렇게 잘 지내고 있다네."



p.40

철학을 하는 첫걸음은 자신의 능력을 아는 겁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말은 자기 능력에 대한 일종의 시험입니다. 당신 능력을 시험해 보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해낼 수도 있었을 많은 일들을 내버려 둔 채 삶을 마감합니다. 하지만 우리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미리 알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그 끝까지 나아가 보는 수밖에요. 우리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지요. 물론 신중하게요.

용감하면서 현명하게, 할 수 없다고 믿었던 일들을 해내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말하겠죠.

"우와, 내가 이걸 해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철학을 한다는 것은 이처럼 우리 자신이 대단한 능력자들임을 깨닫는 일이지요.



p.50

아이히만의 경우를 보면, 악마란 악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히만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따져 보지 않았던 거예요. 그냥 주어진 일을 기계처럼 무조건 했던 것이죠. 생각이 없으면 우리도 언제든 악마가 될 수 있는 겁니다.



p.56

우리는 생각하지 않을 때 습관의 지배를 받습니다. 김유신은 이제 다르게 살겠다고 결심을 했기 때문에, 과거의 습관을 칼로 잘라 낸 것이지요.



p.61

제가 여러분에게 '생각하자' 고 말했을 때, 그것은 '다시 생각하자' 거나 '달리 생각하자' 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명령에 따라 생각하는 것, 과거에 해 오던 대로 생각하는 것, 자기 편견에 빠져 생각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p.66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것, 예전에 가져 보지 못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 그것이 바로 생각하는 것이랍니다.



p.73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 쉽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의심해 보는 일이기도 해요. 당연한 것에 '왜 그럴까?' 라고 물을 때, 우리는 조금씩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말, 익숙한 일은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우리가 가진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일을 마주칠 때, 그떄 우리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p.76

낯선 것과의 마주침이 여러분에게 다른 생각을 낳아 줄 겁니다. 그때 여러분은 생각을 할 것입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이처럼 '생각이 생겨나는 일', '생각을 낳는 일' 이랍니다. 그러니 물건 찾듯 생각을 뒤지지 마세요. 생각은 낳는 것, 생겨나는 것이지, 갖는것이 아니랍니다. 생각을 뒤지기보다는 차라리 새로운 삶에 도전해보세요.



p.78

우리가 새로운 삶을 시도하는 것, 낯선 것과 마주하는 것, 스스로 한꼐라고 믿었던 데서 한 발 더 나가 보는 것, 이 모든 게 생각을 맞이하는 준비입니다. 생각은 그떄 우리에게 일어나지요.

'생각한다'는 것은 나를 극복하는 일이에요. 생각이 일어나면 나는 달라지지요.



p.94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자가 있다고 합시다. 분명히 그 사람은 자기가 먹고 싶어서 술을 마신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가 술을 마시는 것을 자유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그 반대입니다. 그가 자유로워지려면 술을 마실 것이 아니라 줄이거나 끊어야 할 것입니다. 그는 술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지요. 얼핏 생각하면 그는 술을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것이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는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어서 마시는 거랍니다.



p.95

우리는 공부함으로써 습관이나 편견, 통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벗어남' 이 자유입니다. 다른 음식을 먹듯 술도 즐길 수 있는 사람과 술 아니면 못 사는 사람은 전혀 다르지요. 자유란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능력의 문제입니다. 그것은 무언가를 새롭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지요. 다르게 생각하는 힘, 다르게 살아가는 힘을 가질 떄 우리는 자유롭습니다.



p.96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혹시 엄마나 아빠가 여러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생각하세요?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세요. 부모님이 자유를 빼앗았기 때문에 자유가 없는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여러분에게는 자유가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자유란 지키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할 수 없었던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되었을 때, 여러분에게 자유가 생겨난 겁니다.

게임이든 무엇이든 여러분의 즐거움을 위해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때, 여러분은 비로소 자유로운 것입니다. 어떤 일을 그만둘 수 없기 때문에 하는 것은 여러분이 그만큼 무능력하고 자유롭지 않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유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p.109

우리는 자신을 지배하는 습관이나 통념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자유롭다고요. 로빈슨은 방드르디라는 친구 덕분에 그렇게 되었지요. 혼자였을 때 자유로웠던 게 아니라 친구를 만나면서 자유로워진 것이지요. 로빈슨은 방드르디에게 주인이 아니라 친구로 다가갔기 때문에 방드르디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p.112

"친구란 야전 침대와 같아야 한다."

좋은 친구란 마냥 친구 말에 맞장구를 쳐 주고 무조건 친구를 껴안아 주는 게 아니랍니다. 때로는 친구가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따끔한 말을 해야 할 때도 있어요. 어떤 때는 싸울 수도 있어야 하고요. 서로를 일깨워 주려면 사랑만큼이나 싸움이 끊이질 않아야 해요.

아니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싸울 수 있어야 하지요. 그래서 니체는 친구를, 침대이기는 하지만 딱딱한 침대인 야전 침대라고 했나봅니다.

여러분 서로에게 그런 친구가 되세요. 서로를 생각하게 해 주는 사람, 서로를 공부하게 만드는 사람, 서로를 자유롭게 만들어 주는 사람, 여러분 그런 사람이 되세요.



p.121

철학을 '잘 사는 기술' 잘 산다는 것은 행복하게 산다는 말

철학은 잘 살기 위해서 '생각을 하자' 고 말합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깨어있는 것입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것,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생각 없이 그저 관성대로, 습관대로 살지 않는 것이지요. 남들이 한다고 그냥 무턱대로 따라 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켰다고 무조건 복종하는 것도 아니고요. 물론 책이나 신문에 나왔다고 무조건 믿는 것도 아니지요.



p.122

"나는 여기까지야." 라고 말하지 마세요. 그런 한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갈 떄 자유가 시작된답니다. 그러고 보니 한계는 우리의 자유가 끝나는 곳이 아니라 시작되어야 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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