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끼고 있을 때 아내는 그 초라함에 속한다. 아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래도 괜찮다‘는 동반자로서의 위로이다. 그러나 애인은 다르다. 멋진 애인의 존재는 당신은초라하지 않다‘는 말과 같다. 그것이 아내와 애인의 다른 점이다. 보통 생각과 달리 애인 노릇은 아내 노릇보다 결코 쉽지 않다. 애인은 늘 매력적이어야만 한다. 애인의 위상이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결혼한 남녀가 바람을 피우는 것이 어디까지가 비련이고 어디부터가 불륜이냐고 윤선이 물었다. 불륜? 윤리에 어긋나는 것 말이야? 글쎄. 윤리란 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약속이잖아. 그러니 사랑보다는 하위 개념이겠지. 간통죄라는 실정법이 있으니까바람 피우는 게 불법이긴 하겠지만, 신호등 위반으로 도로교통법위반한 정도 아닐까. 내 말에 윤선이 대꾸했다. 내가 하면 비련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지 뭘 그렇게 어렵게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