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태의 생각은 나와 늘 다르다. 그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종태를 사랑하지만 그의 모든 것을 사랑할 마음은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나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부분만을 보고 가진다. 기자로서의 종태, 남편으로서의 종태, 그리고 한 존재로서의 종태에 대해서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에게 치명적인 병이나 비밀같은 게 있다고 해도 그 자신이 감추려 한다면 나는 알려고 하지않을 것이다. 종태라는 세계는 나의 일부와만 닿아 있다. 그것도천식과 변덕이 심한 노파가 관리하는 사설 박물관처럼 제한된 시간에만 관람이 허용된다. 그 시간이 오면 나는 기꺼이 입장권을사겠지만 미리 줄을 서서 기다리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