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태의 생각은 나와 늘 다르다. 그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종태를 사랑하지만 그의 모든 것을 사랑할 마음은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나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부분만을 보고 가진다. 기자로서의 종태, 남편으로서의 종태, 그리고 한 존재로서의 종태에 대해서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에게 치명적인 병이나 비밀같은 게 있다고 해도 그 자신이 감추려 한다면 나는 알려고 하지않을 것이다. 종태라는 세계는 나의 일부와만 닿아 있다. 그것도천식과 변덕이 심한 노파가 관리하는 사설 박물관처럼 제한된 시간에만 관람이 허용된다. 그 시간이 오면 나는 기꺼이 입장권을사겠지만 미리 줄을 서서 기다리지는 않는다.

밤늦게 찾아올 때는 그만한 사정이 있을 테지만 나로서는 달갑지 않다. 윤선은 분명 비밀을 갖고 왔을 것이다. 비밀을 들어주면그 비밀의 떳떳하지 못한 부분까지 공유해야 한다.

"중매 결혼인데 무슨 사랑이야. 우리는 안 맞는 게 너무 많아."
윤선은 새로운 남자와의 연정에 정통성을 부여하고 싶은 나머지 지금까지의 삶을 부당한 것으로 돌리려 한다. 바람 피우는 일을합리화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성채는 감옥으로 바뀌어야 하고 남편도 문제 있는 사람이 되어줘야 하는 것이다.

문제라는 것은 어디에나 있다. 문제가 없다는 말은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일 뿐이다. 윤선의 남편이 특별히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문제 있는 사람으로 만들기란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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