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샤카‘라는 식당 옆의 서점에서 저 달력을 사주며 애리가 말했다. 언니, 달력을 선물하면 일 년 동안은 그 사람에게 기억될 수가 있어.

그러나 내 달력은 동그라미 하나 없이 깨끗하다. 시간은 나를통과해 지나가는 순간들의 체적일 뿐이다. 나는 시간을 아무것도남겨놓지 않은 채 그냥 흘려보내는 편을 좋아한다.

이제야 기억난다. 그때 나는 애리에게 이렇게 대꾸했다. 그리고일 년이 지나면 달력과 함께 버려지는 거니? 애리는 새 달력을 선물하면 된다고 깔깔 웃었다. 웃음을 그치고는, 일 년이 지난 뒤까지도 그 사람에게 기억되고 싶은 마음이 안 변했다면, 이라고 덧붙였던 것 같다.

너는 내 몸 안에 있어. 너와 내가 한몸이란 뜻이지. 너는 그곳에서 둥지의 새가 노란 주둥이를 벌리고 있다가 어미로부터 벌레를 받아먹는 것처럼 조금 전 내가 마신 우유 따위의 음식을 나와 함께 나눠 먹으며 자라는 거야, 너는 모든 일을 나를 따라서 하게 돼. 함께 움직이고 함께 느끼고, 그런 일은 아마 없겠지만 만약 내가죽는다면 너도 함께 죽게 돼. 너는 완전히 내게 속해 있는 거야.
이 세상에 진정으로 누군가를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모태뿐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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