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 - 조금 더 행복해지는 치유 에세이
구수정 지음 / 별글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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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았지만 모든 흐름이 그녀를 일본 어느 시골마을로 불러들였고 그녀는 하얀 눈으로 뒤덮힌 그곳에서 특별한 듯 특별 아닌 특별한 것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고양이들의 우당탕탕 달리기를 관찰하기도 하고 눈을 맞으며 노천탕에 앉아 만끽하기도 하고 일본 가정식을 먹으며 행복해하기도 한다. 폐업한 스키장을 올라 아무도 밟지 않은 눈위를 쌩하고 내려와 돈코츠 라면 한그릇에 황홀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따라오는 따뜻한 그녀의 사진들과 생각들은 짧은 에피소드를 담은 소박한 일본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마치.. 심야식당 같은?


내 개인적으로 이 따듯한 이야기들 중에 유독 내 상황과 맞물려 와닿는 부분이 있다. 병으로 악화된 가족이 곁을 떠나기까지의 기록이다. 시어머니를 하늘로 보내드린 지 아직 한 달이 안되었고 말기암을 선고받은 또다른 가족이 있는 상태에서 나는 죽음으로 인한 이별에 요즘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고 그로 인해 예민하게 반응된다. 책 속에 나오는 호스피스병동이란 단어만 보아도 똑같이 호스피스병동에 누워 퇴근하고 들르는 우리를 기다리시던 시어머니가 생각난다. 본인의 병이 위중함을 알고 연명치료를 거부했다는 책속의 삼촌의 이야기를 볼때면 아직 본인의 병기를 모르고 있는 우리 큰엄마가 생각나 마음이 무겁다. 저자는 삼촌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그렇게 삼촌은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이며 가족들과 충분한 교감을 나눈 뒤 돌아가셨다. 한 인간으로서 주체적인 죽음이었다.” 205p


책의 테마는 바라보기, 마주하기, 손잡기, 들어주기, 안아주기로 되어 있고 이것은 일본에 머무르면서 살펴본 고양이와의 이야기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테마들은 여행을 떠난 나 자신에 대한 바라보기 마주하기 손잡기 들어주기 안아주기 인 것 같다.


그러니 죽음에 대하여 말하라, 나누라, 어떻게 죽을 것인지 고민하라, 여행은 잠시 머뭇거리며 죽음으로 향하는 내 삶을 돌아보기에 좋은 순간이다.” 207p


그녀의 일본여행을 통해 마주한 하루하루, 그 속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과 따뜻한 추억들이 추운 날씨에도 따뜻한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겨울에, 고구마를 삶아 호호불어 한입 베어물며 느끼는 따뜻함과 행복. 이 책의 느낌이 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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