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씨를 사고
거름을 내고 밭을 갈고 두둑을 짓고 비닐을 씌워 옥수수밭을 장만하고
사과를 팔고
꽃을 자르고
호두나무를 심고
고추를 심고
풀을 베고
감자를 캐고
단호박을 심고
참깨도 심는다
해가 뜨기도 전에 밭으로 나가는 삶. 그 모든 순간순간이 생명스럽다. 흔들리는 서울의 삶을 사느니 발 디딘 땅 위에서의 삶을 택하겠노라며 귀향한 삶에 걸맞게 하루의 모든 순간을 땅의 생명과 맞닿으며 살아낸다.
봄은 ‘빚쟁이’처럼 왔고 가을은 ‘툭’ 왔다고 하는 이 농부의 문장들은 에세이라기보다는 시에 가깝다.
계절따라 변하는 생명의 소리만큼이나 농부 마음의 소리도 변한다. 기뻤다가 예뻤다가 슬펐다가 힘들었다가 더웠다가 추웠다가 하는 그 마음을 보니 안쓰럽기도 하지만 서울 생활의 삶보다 비옥지게 느껴지는건 작가의 이 한마디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