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재일 수 있다 - 당신의 재능을 10퍼센트 높이는 신경과학의 기술
데이비드 애덤 지음, 김광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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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지능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짐을 우리는 잘 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더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 싶어 한다. 천재에 열광하고 어떻게 그들처럼 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나는 천재일 수 있다>의 저자는 지능을 높일 수 있는 신경과학 기술에 대한 소개와 뇌에 대한 여러 가지 실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손쉽게 지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나열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천재일 수 있다>는 신경과학을 기초로 뇌를 정의하고 인지강화의 미개척 영역을 탐구한다. 저자 스스로가 실험체가 되어 뇌 자극의 전후를 비교하는 등 뇌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시를 들어준다.



잠재력 개발을 위한 신경과학의 혁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잠든 뇌를 깨우고 싶어 한다. <나는 천재일 수 있다>의 저자 데이비드 애덤은 실제로 인지강화 기법으로 지능을 향상시켰다. 지능을 높일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을 자신에게 실험했다.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이 바로 <나는 천재일 수 있다>이다.


이 책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뇌 자극기를 통해 지능이 올라갈 수 있을까라는 주제이다. 뇌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약물을 직접 먹어보고 뿐만 아니라 뇌 자극기를 실험해 본 저자의 체험담은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뇌과학에 대한 흥미와 이해를 도와준다.


가미카제 조종사들에게 대해 알려지지 않는 사실이 있다.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애국자들이 사실은 마약류로 분류된 중추신경 흥분제인 메스암페타민에 중독되어 있었다. 그리고 전쟁 후에도 일본은 약물에 중독되어 있었지만 1951년 더 이상 약물을 일상적으로 복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예외였다. 그들은 대학 입시를 위해 약물을 섭취했고 60여 년이 지금까지 약물은 근절되기는커녕 스마트 약물로 더욱 대중화되었다. 그리고 저자는 직접 이 스마트 약물을 구해 복용하고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설명한다.



<나는 천재일 수 있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뇌 자극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새로운 간질 치료법으로 사용했던 뇌 전기 자극 기법이 뇌를 업그레이드 하리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뇌 자극으로 신체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지 직접 시험했다. 55달러, 9볼트짜리 직사각형 건전지로 뇌 자극을 받은 작가의 뇌는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천재일 수 있다>는 여러 가지 뇌 결함과 서번트 증후군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그리고 선천적인 결함뿐만 아니라 머리에 충격을 받고 서번트가 된 사람들을 소개한다. 뇌진탕을 겪고 난 후 그림의 천재적인 능력을 보인 핍 테일러라는 여성과 같은 사람을 후천적 서번트라고 부른다. 뇌의 자극으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수록 인간의 뇌가 가진 무한하고 신비로운 능력에 대해 놀랐다.



지금보다 똑똑해질 수 있다면? 뇌의 숨은 잠재력을 깨울 수 있다면?


당신은 약물을 먹고 전기 자극기를 머리에 댈 수 있겠는가. 아마 단 한 번의 혹은 그 이상의 자극이라도 뇌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천재성을 깨울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은 당장 약을 입안에 털어놓고 약한 볼트지만 전기 자극기를 잡을 것이다.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간단한 방법으로 지능을 올릴 수 있다는 유혹은 쉽게 포기하기 힘든 것임에 분명하다.


<나는 천재일 수 있다>에서 말하는 '당신의 지능을 10퍼센트 높이는 신경과학의 기술'이 손쉽게 지능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뇌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자신에게 직접 시행한 자극, 뇌의 결함이지만 반대로 천재성을 보이는 여러 가지 사례에 대해 설명하며 신경과학 기법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뇌를 탐구해 나가는 과정이다.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자기계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나는 천재일 수 있다>를 읽었다면 지금부터 나의 뇌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깨워보는 자기계발을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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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인간 - 부와 권력을 지배하는 인공지능의 보이지 않는 공포가 온다
해나 프라이 지음, 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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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알고리즘의 세계에 살고 있다. 다만 너무 익숙해져 그것이 인공지능이며 알고리즘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세상이 올 것이다. 과연 우리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알고리즘의 세계에 적응할 수 있을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을 따라갈 수 있을까?

<안녕, 인간>의 부제는 '부와 권력을 지배하는 인공지능의 보이지 않는 공포가 온다'이다. 말 그대로 알고리즘의 세계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이미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할 뿐 이미 꽤 많은 부분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안녕, 인간>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내가 알고 있던 것 이상으로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발전했다는 것이었다. 본격적인 알고리즘의 세계를 들여다보기 전에 그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알고리즘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문제를 풀거나 목적을 달성하고자 거치는 여러 단계의 절차'를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목표를 달성할 지시 사항을 일일이 나열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알고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알고리즘은 수없이 많다. 이미 인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알고리즘은 환자의 치료법이나 교통사고 시 대응 방식을 결정하는 등 이미 곳곳에서 인간 대신 결정을 내리고 있다.

여전히 알고리즘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가? 더 쉬운 예를 들어보겠다. 우리가 검색 엔진에서 무언가를 검색한다고 하면 알고리즘은 우리가 검색하는 것을 기반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찾으려고 하는 것인지 등을 미리 알아 우리에게 알려준다. 여름휴가를 검색하고 있던 당신의 컴퓨터에 최저가 호텔, 항공권 등이 나타나는 것. 그것이 바로 알고리즘의 한 부분이다.

<안녕, 인간>은 과연 알고리즘이 신뢰해도 되는지, 중대한 결정을 인공지능의 의견을 따라도 되는지, 인간은 알고리즘에서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미 일어났던 사건들을 소개하며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의 세계를 설명하는 <안녕, 인간>은 순간순간 무척 섬뜩했다. 이 책은 알고리즘과 인간에 대한 인문학이지만 어떤 스릴러 보다 공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책은 일곱 분야로 나눠 분야별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한다. 알고리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1장 인간과 기계의 힘겨루기를 시작으로 데이터로 인간을 조종한다는 전지전능한 데이터, 3장에서는 인간의 죄를 판단하기에까지 이른 알고리즘이 인간을 재판한다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왓슨'에 대한 설명과 인간의 병을 진단 및 치료하는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하는 4장, 5장 자율 주행 자동차는 완벽한가는 이미 잘 알고 있는 자율 주행에 인간의 목숨이라는 문제를 놓고 다시 질문한다. 범죄 예측 알고리즘에 대해 알려주는 6장 알고리즘 경찰관과 그리고 마지막 7장에서는 기계도 예술가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설명한다.

우스개 소리로 요즘에 내 정보는 나의 정보가 아니라는 말을 한다. 어딘가에 가입을 하게 되면 며칠 동안 수없이 많은 스팸 메일과 문자 공격을 받는다. 어딘가에 내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이미 그런 것에 무뎌져 버렸다. 알고리즘이라는 것을 알지 못할 뿐, 알고리즘의 세계에 길들여져 버린 것이 아닐까. <안녕, 인간>은 매일 접하는 인터넷 속의 데이터를 넘어서 인간을 판단하고 범죄를 예측, 그리고 치료방법과 예술 작품을 탄생시키는 데까지 발전한 알고리즘, 인공지능 세상을 제대로 보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착취당할 것인가, 지배할 것인가 아니면 완벽하게 공생할 것인가'

책에서는 알고리즘에 대한 극히 일부분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있다. 알고리즘은 지금 이 시간에도 점점 더 커져가고 수많은 결정을 내리고 있다. 언젠가 인간이 아닌 알고리즘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알고리즘의 세계가 더 커지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알고리즘에 의존하기 보다 모든 단계에서 인간을 중심에 놓고 고려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해야 한다.

앞으로의 변화는 아마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진짜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끌려갈 것인지, 변화를 즐길 것이지는 당신의 몫이다. 몰라도 불편함 없이 살던 시대는 사라지고 있다. 모르는 도태될 뿐이다.

나의 인터넷 기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암 치료법, 인간의 범죄에 대한 판단을 알고리즘이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문학과 음악에서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면 <안녕, 인간>을 읽어보길 바란다. 세상은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변화했고 앞으로 당신이 살아갈 세상은 그보다 더 빠르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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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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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좋아하는 일본 추리 소설 작가를 말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어느 것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책이 없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는 바로 '가가 형사'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성장해 온 가가 형사는 그의 추리 소설 속 캐릭터임과 동시에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현대문학에서 10년 만에 가가 형사 시리즈 전면 개정판을 출판했다. 7권의 가가 형사 시리즈는 각각이 흥미진진한 추리 소설이며 가가 형사의 성장을 따라가는 한 사람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번 전면 개정판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은 각 권에 대한 최환욱 작가의 표지화였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 의미를 알 수 없지만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난 다음에 보면 표지화가 전혀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 중 이번에 읽은 책은 가가 교이치로가 형사가 되기 이전에 맞닥뜨린 첫 번째 사건인 <졸업>이었다. 부제로 붙은 '설월화 살인 게임'은 책 속에 등장하는 꽤 중요한 장면으로 어떤 게임인지 알게 되면 스포일러가 될 테니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졸업> 역시 추리와 드라마가 잘 어우러진 매력적인 책이었다. 청춘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불리는 <졸업>은 청춘이라는 말처럼 대학 졸업을 앞둔 불안한 청춘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가가 형사, 가가 교이치로가 가장 먼저 등장한 <졸업> 속의 사건은 그와 그의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대학 친구들 중 한 명이 죽었다. 자살처럼 보이지만 그녀에게는 자살할 동기가 없었다.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고 직장도 구해 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남은 친구들은 그녀의 죽음이 타살이라고 생각하며 그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타살이라고 생각한 순간, 모든 사람들의 행동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죽음의 진실을 알아가는 중 또 다른 친구가 죽었다. 그것도 모두 함께 있는 자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이제는 모두 용의자가 되어 버렸다. 누가 그녀를 죽였으며 왜 죽인 걸까. 언제나 한발 물러서 있던 가가 교이치로의 부드러운 추리가 빛나기 시작할 때 청춘들의 아름답고도 슬픈 진실이 드러난다.


누구보다 믿었던 사람이 범인일 수도 있다는 사실만큼 두려운 것이 있을까. '범인은 바로 이 안에 있다'라고 외치는 이야기처럼 <졸업>은 학교와 숙소를 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밀실 살인 사건이나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방에서 죽은 첫 번째 피해자, 모두 함께 하는 다도 의식 중에 죽은 두 번째 피해자 모두 지극히 사적이고 좁은 공간 거기에 고등학교 때부터 뭉쳐 다닌 일곱 명의 친구라는 갇힌 관계 속에 놓여있다. 늘 페이지의 마지막에 탐정이 누군가를 가리키며 '범인은 바로 당신입니다.' 외치는 것처럼 범인은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다.


가가 교이치로가 형사가 되기 전, 풋풋한 대학생이기 때문인지 <졸업>에서 그의 활약은 눈에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 그가 있었고 앞으로 나서지 않았을 뿐 가가는 모든 것을 살펴보고 있었다. 다정함과 인간적인 배려가 매력이라는 설명처럼 <졸업>에서도 그의 따뜻함은 이야기 곳곳에서 드러난다.


가가라는 멋진 캐릭터와 물 흐르듯 쉽게 읽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토리텔링이 합쳐진 이 책은 '추리' 보다 '추리 드라마'에 더욱 가까운 책이다. <졸업>에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이나 굉장히 역동적인 장면은 없다. 마치 살인 자체가 일어나지 않은 일인 양 일상은 아무 일 없이 흘러간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더욱 흡입력이 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추리 소설을 읽을 때 살인에 대한 동기가 거창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굉장히 엄청난 일이지만 현실 속 대부분의 살인 동기는 사소하고 의외일 경우가 많은 것이 대부분이다. '와, 죽일만 하네.' 보다 '저런 걸로 사람을 죽여?'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이미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추리 소설과는 또 다른 공포감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졸업>은 누구나 겪어 봤을 법한 청춘의 한때를 보여준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툭 던지듯 일어나는 누군가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살인사건이 일어났지만 일상은 변하지 않았고 유난스러움 따위는 없었다. 평온한 책 속의 분위기가 마치 현실 같아서 더욱 소름 끼치는 <졸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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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스
워푸 지음, 유카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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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부분부터 읽어도 좋습니다' 리뷰를 쓸 때 많은 쓰는 표현 중의 하나이다. 에세이나 단편 소설 같은 경우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픽스>는 절대 처음부터 읽어야 하는 책이다. 내용에 대해 말하기 전에 그 말부터 하고 싶다. 만약에 제일 마지막 편의 제목이 마음에 들더라도, <픽스>를 읽을 때는 첫 번째 사건부터 천천히 다가가길 바란다.


<픽스>는 타이완 작가 워푸의 단편 추리소설 7편을 모아놓은 책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분명 다르지만 또 모든 이야기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픽스> 속에는 여러 가지의 추리에 대한 글이 있다. 하지만 <픽스>의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하나이다. 아귀가 누굴까요?


첫 번째 작품 '나누 두드리기'에는 유명한 추리 소설 작가가 등장한다. 어느 날 작가에게 온 한 통의 메일. 아귀라는 독자가 보낸 그 메일에는 아직 출판하지 않은 그의 추리 소설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아귀는 출판되지 않은 책의 모든 내용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가를 비롯한 편집자들도 알아채지 못한 몇 가지 오류를 지적하고 해결 방법에 대한 의견도 제시한다.


추리 소설 작가와 아귀에 대한 이야기가 첫 번째, 작가가 쓴 추리 소설의 내용이 두 번째 이야기로 그들이 주고받는 메일과 이야기 속 작가가 쓴 추리 소설이 교차로 보여지고 있어 두 개의 이야기가 아닌 마치 그 자체가 또 다른 트릭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단편들 역시 아귀라는 독자가 글을 쓴 사람의 소설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나무 두드리기의 유명한 추리 소설 작가 외에 결말을 쓰기 전 죽어버린 소설가를 대신해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대필 작가,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작가 지망생 등으로 다양한다. 그리고 아귀는 그들 모두의 글을 읽고 글 속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다. 물론 그들 모두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끼지만 곧 아귀와의 메일에 빠져들고 만다. 아귀의 지적은 모두 옳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귀와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들은 자신의 글에 숨은 오류를 알아내고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 그렇게 한 단계 더 발전하는 작가가 되어 간다.


<픽스>를 읽는 내내 궁금할 것이다. '도대체 아귀가 누구지?'


아마 당신은 마지막 편까지 읽은 후 각 단편들을 뒤적이며 놓친 단서들을 다시 찾아볼 수도 있다. <픽스>가 던진 질문의 답은 책 속, 구석구석에 들어 있다. 단지 찾지 못할 뿐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처음에는 아귀가 누군지가 궁금했지만 곧 아귀가 지적하는 오류를 함께 찾아내는 즐거움에 빠졌다. 그리고 마지막 편에 이르러 잊고 있었던 아귀의 정체에 대해 알고는 깜짝 놀랐다. 그러니 부디 <픽스>를 읽는다면 1편부터 차례대로 읽으시길 추천한다.


나는 여러 번 당신에게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귀가 누구인지 궁금해 마지막 편을 읽고 다른 단편들을 읽는다면 추리 소설을 읽는 재미를 잃어버릴 것이다. 정답을 알고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결말을 알고 보면 결말 외에 주변의 많은 것들이 보이기 때문에 영화나 책의 내용이 더 풍성하다고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결말을 알고 보면 좋은 것과 모르고 보는 게 더 좋은 책이 있다고 나눈다면, <픽스>는 후자에 해당되는 책이다. <픽스>의 작가는 친절했다. 독자들을 위해 시작부터 정답을 알려주고 있었다. 문제는 그것을 우리가 찾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당신이 <픽스>의 첫번째 이야기를 읽고 단번에 아귀의 정체를 맞춘다면, 예리한 관찰력과 날카로운 추리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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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 있는 공간 - 새로운 세대가 리테일 비즈니스를 바꾼다!
정창윤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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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재미있고 신선하다. <컨셉 있는 공간>을 읽으며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새로운 세대가 리테일 비즈니스를 바꾼다'라는 문구를 보며 왠지 꽤 전문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이나 공간 인테리어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내가 책을 든 순간 마지막까지 한 번에 읽어 나갔다. 그만큼 <컨셉 있는 공간>은 흥미로운 책이었다. 나처럼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읽어도 공간에 대한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

각자마다 편안함을 느끼는 곳, 색다른 생각이 필요할 때 들르는 곳 등 각각의 공간에는 그마다의 매력이 있다. <컨셉 있는 공간>은 바로 그런 곳과 세계적으로 변화되어 가는 공간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상하이, 런던, 도쿄, 파리에서 서울까지 도시 안에서 인기 있는 공간을 탐구하고 분석한 후에 우리에게 전해준다. 감각적인 사진과 군더더기 없이 요점만 잘 설명해주는 저자의 글은 책 속의 수많은 공간과 무척 닮아있다고 느꼈다. 지금 당신이 <컨셉 있는 공간>을 읽는 곳이 어디든 간에, 이 책을 읽는 순간 그곳이 바로 컨셉화된 감각적인 공간이 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까요?'

 

<컨셉 있는 공간>은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시대가 바뀌면 소비자들의 욕구도 변화한다. 하지만 공간, 특히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곳의 목적은 단 하나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가게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저자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파리, 런던, 도쿄, 상하이 등 세계 각지의 컨셉 공간과 오프라인 중심의 리테일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비전은 무엇인지, 어떠한 배경 속에서 공간의 컨셉을 정했는지, 특정 컨셉을 소비자에게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공간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컨셉 있는 공간>은 단순하게 어떻게 매장을 꾸미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심리와 사회의 변화에 맞춰 변해가는 공간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더 빨리 공간의 변화를 시작한 전 세계 도시들의 컨셉있는 공간을 보여준다.


여러 공간에 대한 사진과 설명이 더해진다. 첨부된 사진을 보며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카페 역시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카페를 방문하는 이유가 어떠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인지를 알아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는 질문을 통해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면 전혀 다른 공간을 가진 카페가 탄생한다.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그곳을 찾는 소비자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의 공간을 읽기 위한 키워드에서는 소비자가 실내로 모여드는 이유에 대해 말하는데,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의 동선은 점점 제한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한 점에서 앞으로의 공간은 시간, 자연, 문화 인프라, 접근성, 경험적 소비라는 키워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초미세먼지와 황사로 뒤덮인 환경에서 사는 중국인들은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을 더 원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복합 쇼핑몰이 다양한 형태로 발달했는데 평범한 쇼핑몰이 아니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우리와는 달랐다. 쇼핑뿐만 아니라 취미활동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문화시설은 소비자가 자주 공간을 방문하고 오래 머물도록 만들며 최종적으로 물건을 구입하게까지 한다. 우리나라 역시 대기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단순하게 쇼핑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소비자가 그 공간 안에서 어떤 활동을 하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이미지나 영상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습득합니다. ~ 이제 오프라인 리테일 공간은 다양한 요소들로 소비자의 오가을 자극하고, 복합적인 경험을 전달하는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 제품을 사는 것만이 트렌드 소비를 충족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 소비자의 트렌드 소비 욕구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리테일 공간의 콘셉트를 기획해야 합니다.

<컨셉 있는 공간>은 단순히 공간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미래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쪽 벽면은 이렇게 고치고 손님들의 시선을 끄는 위치는 이곳입니다' 등의 설명은 없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변화하는 소비자들이 끌리는 공간에 대한 소개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공간의 연출이 궁금하다면 <컨셉 있는 공간>이 그 해답을 들려줄 것이다. 수많은 공간 중에 당신은 어떤 곳에 끌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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