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 - 멍때림이 만드는 위대한 변화
마누시 조모로디 지음, 김유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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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를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제목을 잘못 지은 것 같은데?'였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라는 제목을 붙였는지 알았지만 그래도 책의 내용에 비해 뭔가가 많이 부족한 제목이라는 생각은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미리 말하겠다.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는 요즘 유행하는 멍때림을 하는 방법이나 지루함이 창의력과 우리의 뇌과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휴대폰의 단점만을 늘어놓으며 절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이 책은 휴대폰을 잠시라도 손에서 놓는 순간, 우리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저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준다.

 

책은 묻는다. 휴대폰이 당신의 생산성을 방해하는가? 당신 스스로 휴대폰에 중독되었다고 느끼는가? 휴대폰이 당신의 건강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만약에 이 세 가지 질문에 하나라도 속한다면 잠시 휴대폰을 손에서 놓고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를 읽기를 권한다.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의 기본은 '휴대폰을 손에서 놓았을 때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에 관한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휴대폰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현재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그것들에 파묻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거나 머릿속이 흐릿해져가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 테크놀로지는 앞으로 더 빨리, 더 많이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는 디지털을 받아들이되 그 속에서 나의 창의성과 아이디어, 생활을 잊어버리지 않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그 방법으로 '마음 방황'과 '멍 때리기'를 이야기한다. 스스로 휴대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 일주일간의 '지루함과 기발함 프로젝트'를 통해 당신도 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는 '지루함과 기발함 프로그램' 7단계 도전 방법을 실었다. 각자에게 필요한 부분의 단계에 도전해도 되지만 단계별로 차근차근 책과 함께 도전과 성취를 느껴봐도 좋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루함을 즐기는 능력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디지털과 충돌할 때마다 이겨내는 힘과 잊고 있었던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잠시의 지루함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항상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하고 끊임없이 영상을 본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잠깐 동안에도 지루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렇다면 그 '지루함'이란 도대체 뭘까? 그것이 무엇이길래 우리는 지루함을 그렇게 견디지 못하는 걸까?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에서는 지루함이라는 단어가 산업혁명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물론 그 이전, 인류가 존재했을 때부터 지루함은 있었고 느꼈겠지만 다르게 표현되었을 뿐이다. 지루함에 대해 여러 정의가 있지만 그중에서 나는 지루함은 기발함을 탄생시키는 부화장치이며, 현재의 목표가 더 이상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매력적이지도 않고 아무런 의미도 없을 때 지루함은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고자 하는 동기부여를 의미한다는 설명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옥스퍼드 대학의 J.R.R 톨킨 교수는 <호빗>이 "한 여름 눈앞에 채점할 시험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끔찍하게 지루한 시간에 탄생했다."고 말했다. 한 학생이 백지로 제출한 시험지를 발견했을 때 그는 너무 기뻐서 "만세! 읽을 게 없어!"라고 탄성을 질렀다. 1968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톨킨은 "그때 나는 그 시험지에 '땅에 난 구멍 속에 호빗이 살고 있었다"고 휘갈겨 썼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판타지 소설의 첫 문장이 그렇게 탄생했다.

 

10여 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정도로 빠르게 변한 세상 속에 살고 있다. 물론 그런 변화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줬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 부정적인 측면들도 있다. 그중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될 대표가 바로 스마트폰이다. 휴대폰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변화시켰고 빠르게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해줬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의 시간을 빼앗아가고 내가 느끼고 감동받아야 할 많은 부분들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이제 인쇄된 종이의 내용을 한 페이지도 읽지 못한다. 페이지 마지막 줄을 읽을 때까지 맨 위의 문장을 기억하고 있을 만큼 나의 뇌가 오래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편소설 전집을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신의 눈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스크롤하듯 페이지를 건너뛰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자,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디지털 기기의 속박에서 벗어나 변화할 수 있을까?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와 함께 도전해 볼 '지루함과 기발함 프로젝트'의 7단계는 다음과 같다. '도전 1:자신을 관찰하라', '도전 2:이동할 때는 기기를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둬라', '도전 3:하루 동안 사진을 찍지 말라', '도전 4:앱을 삭제하라', '도전 5:페이크케이션을 떠나라', '도전 6:다른 것들을 관찰하라', '도전 7:지루함과 기발함 도전'

 

디지털 사용 습관을 파악하기 위한 꼼꼼한 질문을 통해 스스로 디지털에 얼마나 빠져 사는지 먼저 파악한다. 무작정 당장 휴대폰을 끄라는 것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말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실천했던 도전인 만큼 도전하는 방법과 앞서 도전했던 사람들의 소감 등을 첨부해서 어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준다. 하지만 힘들 것이다. 휴대폰을 최상의 장점과 최악의 단점을 모두 가진 베스트 프렌드라고 말했던 청취자의 말처럼 이미 휴대폰은 그 어떤 것보다 우리와 친밀한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도전하고 실천해 보길 바란다. 휴대폰으로 인해 잃어버린 당신의 상상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다시 떠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고 앞으로 더 빠르게 세상을 변화시킬 기술을 반대하는 안티 테크가 아니다.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는 건강하게 휴대폰을 사용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현재의 삶을 즐기기를 바랄 뿐이다.

 

딸과 가까워지기 위해 딸의 학교 현장 학습에 참가했다. 그러나 그는 버스를 타는 순간부터 여행 내내 사진을 찍고, 페이스북에 올리고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을 추적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아빠가 1시간 동안 자기한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딸이 불평할 때까지 말이다.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의 수많은 예들은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들이었다. 출퇴근하면서, 업무 중에, 티브이나 책을 읽으면서도 휴대폰을 옆에 두고 끊임없이 보고 있다. 딱히 찾아봐야 할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급하게 보내야 할 메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습관처럼 잠시 놓치면 굉장한 소식을 놓칠 것만 같은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책을 읽으면서 마주한 내 모습을 보니 왜 요즘에 이렇게 글이 안 써지는지, 머리가 점점 굳어져 가고 상상력을 잃어가는 느낌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 단계씩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의 프로젝트를 실천해 볼 것이다. 한 단계씩 클리어해 가면 휴대폰으로 인해 잊어버렸던 창의력을 다시 찾을 수 있겠지. 벗어날 수 없다면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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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로 하여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
편혜영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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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배우, 믿고 듣는 가수라는 말이 있다. 한국 소설을 읽을 때 일단 믿고 읽는 작가가 몇 명 있는데, 편혜영 작가가 바로 그중의 한 명이다. 우연히 읽게 된 '재와 빨강', '홀'을 통해 편혜영 작가의 팬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 현대문학에서 나오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를 기다렸다. 당대 한국 문학에서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해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시작이 바로 편혜영 작가의 장편소설 <죽은 자로 하여금>이었기 때문이다.

읽고 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소설은 리뷰 쓰기에 무척 불편한 장르이다. '이석은 평판이 좋았다'라는 <죽은 자로 하여금>의 첫 문장만으로도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각이다. 나는 문학평론가만큼 작품을 해석할 능력도 없다. 뿐만 아니라 내가 책을 읽고 느꼈던 것들이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쓰는 소심한 북리뷰어인지라 이번 편혜영의 장편소설 <죽은 자로 하여금>을 읽으면서도 마음 한켠엔 여러 가지 색깔을 뿜어내는 이 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걱정되었다.


처음 그녀의 책을 읽었을 때 '아, 나도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도 역시 <죽은 자로 하여금>을 읽으며 편혜영 작가의 글에 반했다. <죽은 자로 하여금>은 가벼운 책이 아니다. 책에는 많은 이야기가 묵직하게 깔려있다. 바닥을 꽉 채운 상자를 들고 있는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죽은 자로 하여금>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 안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처음에 나는 이 책이 스릴러 쪽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지독히 현실적이며 지독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꽤 뚫어보는 책이었다. 마치 여러 장의 사진을 그대로 책 안에 풀어 놓은 것 같았다. 10가지의 소제목들처럼 책 안에는 10장의 작은 흑백사진들이 들어있다. 어떤 사진은 사람의 온기가 없는 도시 곳곳과 병원의 일상이 찍혀있고 어떤 사진에는 불안한 눈빛이 가득한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어디에서나 볼법한 장면들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소설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일 때가 많다. 


한때 조선업으로 번창했던 이인시의 선도병원이 주 무대이다. 서울 대학병원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망해버린 지방도시의 병원으로 내려온 무주는 어느 날 사무장의 부름과 질문에 대한 답으로 같은 병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이석의 비리를 게시판에 올린다. 곧 글을 내렸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석을 회사를 나갔고 그때부터 무주는 병원 사람들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야 했다.

<죽은 자로 하여금>은 이석의 '옛날'과 무주의 '지금'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때 번창했던 이인시에 살았던 이석과 회색빛으로 변하고 있는 이인시로 옮겨와 살게 된 무주. 사무장과의 오랜 인연으로 얽혀있는 이석과 사무장으로 인해 사건을 일으킨 무주. 오랫동안 아픈 아이만을 위했던 이석과 자신에게 온 아기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행동했던 무주의 모습은 전혀 다른 듯하지만 묘하게 닮은 부분이 많았다. 

<죽은 자로 하여금>안의 장소와 등장인물은 허구지만 모두 현실 속에 있는 그대로의 날것이었다.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과 그 안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치열하고 싸우고 있는 사람들, 살아남은 자와 그곳을 떠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그대로 현실이라고 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그래서 <죽은 자로 하여금>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겪었고, 겪고 있으며 또 겪을 수도 있기에 나는 책을 읽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편혜영의 책은 재미있다. 묵직한 주제임에도 마치 한 편의 장르소설을 읽는 듯했다. 하지만 소설에 정답이 없듯이 누군가는 이 소설을 읽으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이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죽은 자로 하여금>을 읽으며 떠오른 단어는 '현실'과 '생존'이었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이석과 무주가 있을 것이다. 읽을 때보다 덮은 후의 여운이 큰 책이었다. 이인시의 스산하고 오래된 철 냄새가 묻어있는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소설로 하여금 현실을 마주 보게 하라.' 책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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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때려치우고 인생가게로 먹고살기 - 돈 없어도 음식 못해도 장사로 살아남는 소자본 창업 노하우 먹고살기 시리즈
김도현 지음 / 바른번역(왓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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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북의 '먹고살기 시리즈'는 믿고 보는 책이다. 한창 영어에 재미를 붙였을 때 꿈꿨던 출판번역가의 세계를 알려준 '출판번역가로 먹고살기'를 시작으로 영상번역가, 여행작가, 칼럼니스트 등 누구나 한 번씩은 생각해 봤지만 알기 어려운 직업의 장단점을 콕콕 집어서 알려준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는 '먹고살기 시리즈'의 8번째 책으로 직장인 출신 초보 장사꾼이 주점으로 행복하게 먹고사는 비결을 알려준다. 

장사.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사이버머니처럼 인터넷에서 사라지는 걸 볼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모이는 돈이 없어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 '언제까지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더 늦게 전에 내 장사를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텅텅 빈 계좌를 바라볼 때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언제나 장사로 마무리된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늘 장사를 했다. 가진 돈이 없으니 번듯한 가게를 차려서 해본 적은 없지만 엄마의 장사가 망한 적은 없었다. 이전의 사람들이 망해서 나간 지하 6평에서도 엄마는 돈을 벌었다. 그리고 나는 늘 엄마의 가게에서 일을 했다. 음식을 만들고 서빙을 했으며 큰 쟁반을 머리에 이고 배달을 나갔다. 식당이 아닌 장사를 할 때도 늘 엄마 옆에서 물건을 팔았다. 학창시절을 큰 시장에서만 보내다 보니 장사가 꽤 돈을 많이 번다는 걸 일찌감치 알았다. 더불어 그게 또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잘 알고 있기에 감히 장사를 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사는 무척 매력적인 직업이다. 


지금 당장 장사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언젠가는 내 가게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한켠에 있기 때문에 창업에 대한 책을 틈틈이 읽는 편이다. 창업 방법, 손님 서비스, 가게 인테리어 등 장사에 관한 여러 분야의 책이 많지만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는 진짜 장사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종합판이었다. 실제 유학을 다녀오고 삼성에 취업했지만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나이 마흔에 맨땅에 헤딩하듯 장사를 시작한 저자는 더 늦기 전에 장사를 해보고 싶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에서 말하는 인생가게란 '은퇴 없이 평생직장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작지만 강한 실속 있는 가게'를 의미한다. 이 얼마나 매혹적인 정의인가. 하지만 달콤한 인생가게의 정의와 달리 <인생가게로 먹고살기> 책 속에는 저자의 치열하고 눈물겨우며 안타까운 인생가게 만들기 프로젝트가 들어있다. 장사를 쉽게 생각해서 시작하지 않았다. 음식을 해본 적도 없을뿐더러 권리금에 식당의 집기가 포함되는 사실조차 몰랐던 생초짜의 치열한 인생가게 만들기는 그래서 더욱 인상 깊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장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 대부분이 저자와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한발 한발 어렵게 걸어서 성공한 창업 노하우를 장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초보 장사꾼과 내 가게를 꿈꾸고 있는 예비 창업자와 함께 나누고 싶다는 그의 조언은 그 어떤 이론서보다 완벽한 실전 노하우들이었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는 자로 잰듯한 표현으로 단계별로 진행되는 장사 준비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저자의 인생과 함께 하나하나 만들어져 가는 인생가게를 보여준다. 만약에 인생가게를 하기 위해서 얼마의 돈이 필요하고 요즘에 유행하는 업종이 이런 것이며, 이익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 등을 말했다면 나는 일찌감치 책을 덮었을 것이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는 '어쩌다 마흔, 장사를 시작하다'로 문을 연다. 왜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장사 준비를 하고 가게 창업을 위한 돈을 모았는지 등 특별하지 않은 보통 초보들이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었을 법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했다. 저자처럼 장사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를 읽으며 앞으로 내가 장사를 하게 된다면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인생가게로 먹고살기>의 모든 내용이 저자의 이야기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창업 정보를 수집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부터 상권과 입지, 자금 조달, 사업 계획서 작성 등 가게를 시작하기 전 철저히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알려준다. 처음인 장사가 겁나서 프랜차이즈 오뎅집으로 시작한 저자는 프랜차이즈를 어떻게 선택하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경험을 통해 설명해준다. 물론 가게를 시작한다고 금방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쟁업소와의 관계, 하루 매출 2만 원으로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 나만의 킬러 아이템 찾기 등 실제로 장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넉넉하지 않은 자금으로 배수진을 치고 남은 인생을 걸지 않았던 장사꾼이 아니라면 알지 못할 알짜배기 꿀팁들을 이야기한다. 

준비하는 단계에 따라 <인생가게로 먹고살기>에서 도움이 되는 부분이 다를 것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핵심만 뽑아놓은 창업 노트와 실전 노하우가 인상 깊은 사람이 있을 것이고 나처럼 장사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에 마구 줄을 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막연하게 장사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거나 본격적으로 준비 중인 사람들, 현재 장사를 하고 있는 초보 사장님들까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생생한 노하우들을 가감 없이 알려준다는 것이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의 저자는 프랜차이즈 오뎅집을 시작으로 자신이 직접 만든 꼬치집과 포장마차 가게까지 3개의 가게를 성공시켰다. 물론 각각의 가게를 열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으로 위기를 잘 넘겨왔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장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착각에 대한 이야기였다.

장사를 시작하기 전엔 내가 장사에 대해서 뭘 모르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나라면 잘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그 결과가 10년 내 열에 아홉이 망하는 지금의 자영업의 현실이다.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선 다 준비했기에 다 아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나는 남들과 달라, 나라면 잘할 수 있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는 거다.

음식 솜씨가 좋아서 사람들이 다 맛있다고 하니까, 싹싹하고 수완 좋아서 손님들 상대하는 거 자신 있으니까, 나라면 장사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를 읽으며 장사에 대한 마음가짐, 장사를 시작하고 운영하는 방법들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가장 먼저 저자가 이야기하는 장사를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제대로 알았으면 한다. 자신감은 중요하지만 자만심이 자신감이라고 착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분명 장사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생각한 것 이상으로 큰돈을 벌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빠르게 망하는 지름길이 되는 것 또한 장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누구나 원하는 인생가게, 나만의 가게에서 평생 벌어먹고사는 것 이상 멋진 직장이 있을까. 매력적인 인생가게의 세계로 안내하는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를 통해 그곳에 먼저 들어가 경험해 보길 바란다. 나 또한 나만의 가게를 꿈꾸고 있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를 읽으며 나와 비슷한 생각인 부분에서는 공감과 위안을 얻었고 알지 못했던 정보를 읽으며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아무나 해피엔딩을 맞을 수는 없다. 그래도 장사가 해보고 싶다면 <인생가게로 먹고살기>의 저자가 먼저 겪고 느꼈던 노하우들을 먼저 하나하나 익히기를 추천한다. 먹고사는 게 쉽지 않지만 그래도 장사는 정말 재미있는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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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d0rhd1 2018-05-17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ㅋ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정세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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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력이란 무엇일까.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인 와타나베 준이치는 '둔감력이란 긴긴 인생을 살면서 괴롭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일이나 관계에 실패해서 상심했을 때, 그대로 주저 않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나아가는 그런 강한 힘을 뜻합니다'라고 정의한다. 들어가는 말에서 알려주는 둔감력의 정의를 책을 읽기 전에는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무책임함을 뜻하는 것도 아니고, 외부 현상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자극이 가득한 이 시대를 예민함에 휩쓸려 살아가지 않도록 도와준다.

아마 이미 강한 둔감력을 가지고 있어 잘 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처음부터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와 같은 자기 계발서에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나는 왜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며 살까, 나는 왜 항상 모든 것에 피곤함을 느낄까라고 생각한다면 읽어보길 바란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가 잊고 있었던 당신의 둔감력을 찾도록 알려줄 것이다.


둔감력에 대한 본격적이 설명에 앞서 '나는 얼마나 둔감한 사람일까?' 둔감력 체크리스트를 먼저 해보자. 20가지 문항으로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는 둔감력 단계에서 나는 2단계인 '예민 씨앗이 꿈틀대가 때로 대담할 줄 아네요' 단계로 나왔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주변 상황의 변화에 눈치가 빠르고 예민한 부분이 많지만 애써 무심하게 살려고 노력하며 한 발자국씩 물러서 있는 편이다. 몇 문항 되지 않는 질문이지만 의외로 꽤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는 열일곱 개의 부분으로 나눠 각 분야에서의 둔감력에 대해 말한다. 두껍지 않은 분량에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가끔은 짧은 에세이와 같은 책이라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를 위해서 왜 둔감력이 필요한가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어머니의 사랑, 그 위대한 둔감력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신체와 감정, 이성과의 관계, 결혼생활, 여자가 남자보다 더 강하고 둔감한 이유, 직장 내 신경 끄기의 기술 등 모든 부분에서 필요한 둔감력을 이야기한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속 열일곱 개의 이야기 중 나는 둔감한 몸에는 질병도 찾아오지 않는다에 대한 설명과 타인과 회사에서 필요한 둔감력, 그리고 언제나 변하는 주변 상황 속 둔감함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스트레스를 유독 심하게 느껴 스스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갈아먹는 경우가 많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처럼 예민함이 좋은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자신에게 최악의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와타나베 준이치 역시 둔감함은 마음뿐 아니라 신체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오감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예민하거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 잠자리가 바뀌면 잠들지 못하는 성격 등의 예민함은 결국 나만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둔감력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직 나를 위한, 나의 행복하고 건강하며 긍정적인 삶이 목적이다. 

친구나 직장 동료들이 험담을 하거나 괴롭히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기분 나쁜 말을 듣더라도 예민하게 대처하지 마세요.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상대방이 왜 질투하는지 헤아리고,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느끼세요. 둔감하고 아량 있는 마음가짐은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됩니다.


그런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그런 상황은 언제나 생긴다. 그런 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상황들과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차이이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는 바로 그런 것들을 대담하고 둔감하게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둔감력은 있다. 사람에 따라 어떤 부분에만 둔감함이 강하기도 하고, 모든 것을 느긋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지금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같은 문제로 비난을 받았다. 나는 잠들 때까지 계속 곱씹고 떠올려 잠을 제대로 못 잤는데, 그 사람은 돌아서 금세 잊어버리고 다시 자신에게 열중한다. 아마 사람들은 그 둔감한 사람을 무심하다고 말하며 당신은 예민해서 그렇다며 힘내라고 위로할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과연 주변 사람들은 계속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 줄까?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의 중심은 둔감력이 아니라 바로 '나'이다. 내가 잘 살기 위해, 내가 신경 쓰지 않고 강하게 살기 위한 방법으로 둔감력을 이용하라고 말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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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
이미화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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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을 걷더라도 여행은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추억으로 저장된다. 무작정 걷다가 만난 뒷골목에 눈길을 빼앗기는 사람도 있고 빽빽한 관람객들을 뚫고 마주한 명작이 머릿속에 각인되기도 한다. 이렇게 여행은 누구와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으로 남겨진다.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은 바로 그런 여행의 발자국을 따라 써 내려간 책이다. 여행지 속에 담겨 있는 영화 한 장면, 한 장면을 찾아가는 저자는 그 속에서 영화를 다시 떠올리고, 그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독자와 함께 나눈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사진이 무척 인상적인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은 그동안 비슷 비슷한 여행 에세이에 지루함을 느낀 사람들에게 색다른 여행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에서 저자는 여행 촬영지를 찾아가 기록을 남긴다. 영화의 한 장면이 담긴 사진을 같은 공간 속에 두고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한다. 다른 시간, 같은 공간을 여행하는 저자의 여행법은 무작정 관광 명소만을 찾아다니며 미션 클리어를 외치고, 여행의 8할은 먹는 거라고 말하는 단순한 나의 지난 여행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다. 

책에는 8편의 영화가 담겨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시작으로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미드나잇 인 파리', '노팅힐&어바웃 타임', '클로저', '원스' 그리고 '카모메 식당'까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영화 보기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굳이 찾아서 보는 편이 아니라 8편의 영화 중에서도 본 영화보다 보지 못한 것이 더 많았다. 그래서 저자가 느낀 만큼의 감동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를 읽은 후에 보고 싶어진 영화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영화 촬영지를 찾아가는 저자의 여행도 흥미로웠지만 영화의 한 장면이 담긴 사진을 같은 장소에 두고 찍은 사진들이 매력적이었다. 여행을 가게 될 곳에서 촬영된 영화가 있다면 나도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의 사진처럼 순간을 남겨보고 싶어졌다. 

책 속에는 영화의 장면과 영화의 대사,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있다. 한 편의 영화가 끝나고 다른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들려주는 여러 편의 에필로그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였다. 아쉽게 끝나는 한 문장 때문에 가끔은 다음 편 영화를 보기 전에 빠르게 감기를 해서 에필로그를 먼저 읽기도 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파리, 수많은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우두커니 실체 없는 사랑의 진짜 모습을 마주한 런던 그리고 구름처럼 움직이지 않는 듯 움직여서 도착한 핀란드까지 우리는 각각의 나라를 다양한 영화처럼 전혀 다른 이미지로 마주하게 된다.

자신을 조금 느린 아이라고 말하는 저자처럼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은 천천히 흘러간다. 책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영화와 그 영화에 대해 들려주는 저자의 목소리는 같은 박자를 가지고 있다. 속도가 느껴지지 않는 영화의 한 장면과 그 영화를 담고 있는 저자의 사진이 이 책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탁, 탁, 탁, 탁. 책을 읽는 내내 느린 속도로 가볍게 바닥을 쳤다. 아마 나는 그녀와 함께 골목을 걸었나 보다. 문득 나와 같은 시간에 다른 공간에서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을 읽고 있을 그 누군가는 어떤 자세로 책을 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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