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보이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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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하다. 하루가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흡입력이 강한 이야기였다. <뉴 보이>를 읽은 후에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다시 꺼내들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알아도 많은 사람들은 그 4대 비극 안에 <오셀로>가 포함된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문학의 절정인 4대 비극이다. 그 중 <오셀로>는 사랑의 비극에 관한 이야기이다. 흑인인 오셀로와 베니스 최고위층인 브라반시오의 아름다운 딸 데스데모나와의 결혼, 흑인에게 자신들의 여인을 빼앗겼다고 분노하는 베니스 백인 남자들을 대표하는 교활한 이아고의 유혹 그리고 질투에 눈이 먼 오셀로가 데스데모나를 죽인 후 자결하기까지의 이야기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책과 드라마와 현실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사랑과 질투, 죽음에 대한 것이다.

<뉴 보이>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현대 소설가들에 의해 새롭게 쓰인 책으로, <진주 귀고리 소녀>로 유명한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의해 <오셀로>를 원작으로 한다. <오셀로>를 읽어보지 않아도 괜찮다. <뉴 보이>안에 셰익스피어의 <오셀로>가 완벽하게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 보이>를 읽다 보면 아마 당신도 <오셀로>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오셀로>가 사랑과 질투의 비극에 관한 이야기라면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새롭게 풀어내는 <뉴 보이>는 인간의 감정과 함께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들 속에 혼자 남겨진 이방인, 소수자를 향한 차별에 대한 문제를 더했다. 

'오'라고 불리는 흑인 소년이 수업 시작 전부터 방과 후까지 전학 첫날에 일어난 일이다. 하루가 채 되지 않지만 마치 몇 개월의 시간을 압축해 놓은 듯 등장인물들의 감정 표현은 급격하게 변화하지만 섬세한 표현으로 시간을 잊을 만큼 빠져들게 만들었다. 인종차별이 여전한 1970년대 백인 학생들만 있는 초등학교에 처음으로 흑인 소년 '오'가 전학을 왔다. 선생님의 사랑을 받는 착한 소녀인 '디'와 '오'는 원작처럼 흑인과 백인이라는 사실에 상관없이 서로에게 빠져들지만 '이언'은 자신의 구역에 들어온 '오'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이언'은 '오'의 질투심과 사람들을 이용해 비극적인 결말을 만든다.

처음에는 <뉴 보이>의 무대가 초등학교라는 사실이 무척 의아했다. <오셀로>처럼 사랑의 비극에 관한 이야기라면 당연히 성인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순수해서 더 잔인하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의 중간에 서 있는 사춘기 아이들이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데스데모나   반 시간만, 기도 한번 할 틈만요!
오셀로   너무 늦었어.                                   (그녀의 목을 조른다)
                                         ~
디는 천천히 돌아섰다. 휘둥그레진 눈, 크게 벌어져 떨리는 입. 정글짐 꼭대기에 앉은 오세이를 올려다보았다. 디는 손바닥을 위로 하고 두 손을 내밀었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해?" 디는 소리쳤다. ~ 바로 그때 디가 무너졌다. 비명과 함께 디는 돌아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직접적인 표현하는 <오셀로>와 달리 <뉴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한다. '왜?'라는 질문에 차근차근 답해주듯 풀어나간다. 모든 행동에 이유가 있듯, <뉴 보이>의 '이언'조차 무작정 미워할 수 없는 이유를 가진 자였다. '오'와 '디' 그리고 '미미'와 '이언'은 나였고, 우리였다. 누구나 이방인이 될 수 있다. 사랑의 비극에 대해 이야기하는 <오셀로>를 다시 쓴 책이지만 <뉴 보이>는 <오셀로>와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사랑이라는 주제보다는 사람들의 선입견과 인간관계 속의 두려움, 고독이 먼저 느껴지는 책이었다. 같지만 전혀 다른 <뉴 보이>는 분명 매력적인 이야기지만 쉽게 덮을 수만은 없었다. 1970년대 미국의 초등학교가 무대지만 그곳은 여전히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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