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 구석의 채식 식당
오다 아키노부 지음, 김민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 오늘 저녁에도 고기를 먹었지만 - 나는 늘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었다. 특별히 건강을 위한다거나, 동물을 죽여서 먹는 것을 반대하다는 것 같은 거창한 목표는 없다. 그냥 1년 정도 비건으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물론 채식주의자로 살아간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그걸 알고 있기에 아마 나는 지금까지 실천하지 못하고 생각만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시부야 구석의 채식 식당>의 저자인 오다 아키노부처럼 어느 순간, 특별히 그럴듯한 이유 없이 채식을 시작하게 될지. <시부야 구석의 채식 식당>을 읽는 내내 비건까지는 아니라도 채식을 먹는 식습관으로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여기까지 읽고 <시부야 구석의 채식 식당>이 채식에 대한 장점을 알려주는 채식 권장도서거나, 채식에 관한 요리법에 대한 책이라고 단정 짓지 않길 바란다. <시부야 구석의 채식 식당>은 식당을 운영해 본 적이 없는 저자가 채식 식당인 '나기 식당'을 열고 좌충우돌하며 운영해 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기 식당'을 중심으로 이전과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아온 오다 아키노부가 어쩌다가 채식을 시작하게 되었고 채식 식당인 '나기 식당' 운영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이다.

 

<시부야 구석의 채식 식당>의 저자, 오다 아키노부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일본에서는 이전에 했던 아르바이트와 전혀 다른 출판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3년 뒤에는 프리랜서 생활을 꿈꾸며 디자인 프리랜서의 일을 시작한다. 여러 일을 하면서도 그가 놓지 않았던 것이 있으니 바로 음악이었다. 밴드를 하고, 밴드를 키워냈으며, 밴드에 관한 글을 쓰는 그의 인생은 그야말로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물론 정착하지 못한채 떠돌아 다니는 그의 삶이 한심해 보일 수도, 마흔이 돼서 대책 없이 경험 없는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한 그의 결정이 무모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겐 그의 즉흥적인 삶의 자세와 어떤 일을 하던 열정적으로 집중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책의 중심에 '나기 식당'이 있다. 식당을 기준으로 앞에서는 여러 일을 하며 세상을 즐겼던 그의 모습이, 나기 식당을 오픈한 이후에는 식당 일에 열정적인 저자의 일상들이 담겨있다. 이 책에는 그가 만드는 채식 레시피도 없고 가게를 운영하는 노하우도 없다. 마치 일기처럼, 조용하고 깊은 밤에 혼자 책상에 앉아 차분히 써 내려가는 자신의 이야기이다. 잔잔한 냇물처럼 흘러가는 이야기는 특별할 것 없지만 매력적이고 분명 굉장히 슬픈 일이지만 담담하게 들려준다.

 

 

부족한 금액으로 직접 인테리어 공사까지 하지만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저렴한 가격의 채식 식당을 만드는 것이었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1천엔 이하의 점심 메뉴를 할 수 있었던 방법, 특별히 요리를 잘 한다거나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닌 그가 어떻게 '나기 식당'의 메뉴를 더욱 다양하게 만들고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들과 조화시킨 방법들은 무척 흥미로웠다. '나기 식당'은 사장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과 다 함께, 각자의 꿈과 함께 만들어가는 곳이었다.

매일 출근하지 말라는 이유는 또 있다. 식당 아르바이트가 생활의 전부를 차지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도 9년간 나기 식당에서 일해왔지만, 엉덩이만 살짝 걸치고 있을 뿐 평생 채식 식당을 하며 살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도 내 안에서는 절반은 편집자라고 우기고 있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매일 같은 사람들과 일하다 보면 솔직히 지겹고 권태로울 때도 있다. 원래는 다른 꿈이 있는데 생계를 위해 식당에서 잠깐 일하는 정도로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나머지 시간에서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자유롭게 공부하고 일해주기를 바란다.

저자의 이 말이 <시부야 구석의 채식 식당>이 가지고 있는 색깔 중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만의 작은 가게를 꿈꾼다. 하지만 가게를 운영해보지 않은 사람이 무작정 열정만 갖고 시작하기에 식당 운영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특히 채식이라는 평범하지 않은 메뉴라면 더더욱 힘들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본을 넘어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채식 전문 식당을 만들고 나기 식당 2호점까지 시작했다. 물론 그는 말한다. 2호점까지 연다고 사람들은 장사가 잘 된다고 오해하지만 재정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왜 그는 2호점까지 나기 식당을 열었고 많은 사람들이 나기 식당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일까. 그의 삶의 이야기와 함께 나기 식당의 일상으로 들어가 보면 알수 있을 것이다.

시부야 뒷골목에 있는 작은 채식 식당인 '나기 식당'은 누구나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채식 전문 식당이다. 그곳에는 자유로운 삶이 있고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열정이 가득하다. 그와 그들, 그리고 '나기 식당'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나기 식당'의 문을 열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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