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리더 - 왜 우리는 문제적 리더와 조직에 현혹되는가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이지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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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에 '나르시시스트'를 검색하면 '나르시시즘'이 나온다. 자신이 리비도의 대상이 되는 정신 분석학적 용어로, 자기애라고 번역하는 나르시시즘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 속,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한 미소년 나르키소스에서 유래되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되었고 수선화의 유래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나르시시즘은 알고 있던 정도만큼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수준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나르시시스트가 사회와 직장,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도 없었다. <나르시시스트 리더>는 나르시시즘을 50% 정도 우스갯소리를 할 때나 사용했던 내게 꽤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책을 읽으며 먼저 떠오른 사람은 <나르시시스트 리더>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하는 도널드 트럼프였고, 그 다음이 히틀러였다. 어떤 부분에서는 직장 상사가 오버랩되었고 또 다른 부분에서는 재수 없다고 생각했었던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르시시즘이 특정인에게만 있는 성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정도에 따라,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위험한 것이 될 수도, 매력적인 인간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나르시시스트 리더>에서는 나르시시스트의 근본적인 위험함,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사회 곳곳에 있는 문제적 리더들에 대해서 설명한다.


<나르시시스트 리더>는 총 43가지의 주제에 대한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처음부터 읽어도 좋지만 관심 있는 주제가 있다면 그것부터 읽어도 책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없다. 흥미로운 주제임에는 틀림없고 길지 않은 글로 구성되어 있지만 <나르시시스트 리더>는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책을 읽으며 재미있다고 느꼈는데도 속도가 붙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나의 경우에는 우선 나르시시즘에 대한 개념이 정확하지 않았고, 자기애가 강한 이런 성향의 사람들을 주의 깊게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각 내용에 맞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읽어나갔다. 만약에 주변에 나르시시스트가 있거나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옆에서 겪어봤다면 분명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르시시스트 리더>는 개인적인 시각에서 나르시시스트를 바라보지 않는다. 물론 나르시시즘에 맞서기 위한 방법에서는 개인적으로 그런 사람들에게 대응하고 예방하는 방법을 알 수 있지만 이 책은 전반적으로 사회와 국가라는 범위 안에서 넓은 시야를 가지고 나르시시스트가 무엇인지, 그들이 어떤 사회와 국가에 어떤 해악을 끼쳤고 우리는 뭘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렇다면 어떤 특성을 나르시시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르시시스트 리더>의 저자는 나르시시즘적 성향을 지닌 사람은 한 두가지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를 타인보다 두드러져 보이게 만들고 과도하게 부풀려진 자아존중감이 있다고 말한다. 어느 시대나 나르시시즘은 존재해 왔다. 하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 현재에 나르시시스트들이 많은 나타나는 이유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나르시시즘적 욕구를 충족하고 주목받는 일이 쉽고 익숙해 졌기 때문이다. '좋아요'와 팔로워 수는 성장과 교류의 장이 될 수도 있지만 나르시시즘의 몰입을 부추기는 효과도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스스로 최고 지위에 오르고 나면 자신의 의미를 드높이는 데 이용할 만한 사람은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이때 남는 유일한 수단은 자신을 신격화하는 것뿐이다.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설명을 보고 인류 역사 속의 수많은 독재자들이 떠올랐다. 현재에도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위험한 매력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며 권력을 유지하는 독재자들이 있다. 나르시시스트의 이야기는 평범하지 않다. 화려하고 과시적이며 과장되어 있는데 그럼에도 왜 수많은 사람들은 그들에게 빠져들까? 도널드 트럼프의 언행과 공격적인 연설에도 불구하고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을 보면 우린 나르시시스트들에게 언제든지 눈이 가려진 채빠져버리는 역할이 아닐까.


"한 남자의 인간성을 시험하려면, 그에게 권력을 줘보라."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이다. 이 얼마나 예리한 통찰인가.

나르시시스트의 욕구를 충족시킬 것이 권력만 한 것이 있을까. 일반인들에게도 권력이 주어지만 전혀 다른 본성이 드러나는데 자기도취적 성향이 강한 그들에게 권력은 절대 놓을 수 없고 쟁취하고 싶은 목표일 것이다. <나르시시스트 리더>에서는 권력과 나르시시즘의 위험한 조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현재 권력을 견고히 하는 수단으로 빼놓을 수 없는 군중과 언론, 인터넷의 권력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나르시시스트라고 무조건 나쁜 면만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1980년대에 만난 나르시시즘적 성향을 지닌 상사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나르시시스트로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사람들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존재였다. 자아성찰로 나르시시스트들이 완벽한 결과를 낸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아쉽게도 많은 나르시시즘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유익한 형태로 사회에 나타나지 않는다.

평범한 우리들 역시 잘 알고 있음에도 그런 존재들이 등장하면 어김없이 나르시시스트의 위험한 유혹 속에 빠져버리고 만다. <나르시시스트 리더>에서는 우리가 나르시시스트들에게 현혹되지 않는 방법들을 조언한다. 알려주는 방법 중 인상 깊었던 구절은 우리는 자신의 나르시시즘 때문에 나르시시스트들에게 엮인다는 것이다. 사랑받고 선도 받길 원하는 우리의 의존성이 그들과 맞물려 끌리게 된다. 각자가 지닌 나르시시즘적 결함에 의해 나르시시스트들의 유혹에 너무 쉽게 빠지게 된다고 한다.

<나르시시스트 리더>를 읽는다고 당장 그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는 없다. 그들의 매력적인 가면 뒤에 숨겨놓은 나르시시즘을 알게 되는 시점은 대부분 늦은 편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 나르시시즘과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알고 어떤 성향이 있는지, 사회에 어떤 피해를 입히는지 자각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이미 우리는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으며 앞으로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려워하고 있다. 앞으로 더 이상 눈먼 지지자가 되지 않기 위해 <나르시시스트 리더>를 통해 그들의 가면 속 얼굴을 알고, 대응하는 방법을 익혀야 할 것이다. 권력은 그들만의 세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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