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사다리 - 불평등은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키스 페인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불평등과 상대적 빈곤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부러진 사다리>는 무척 흥미로운 책이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빈곤과 계층 그리고 그것에서 파생되는 모든 것에 대해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는 <부러진 사다리>는 읽어봐야 할 책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만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사실을 먼저 말하고 싶다. <부러진 사다리>를 읽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졌음은 인정하지만 그것을 알기 위해 조금은 인내를 가지고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분명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왜 늘 가난한 것 같은지 의문이 든다면 <부러진 사다리>가 해답을 알려줄 것이다. 저자인 키스 페인이 말하는 상대적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 인류가 생겨난 이후 없어지지 않는 계층과 그 계층 간의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 등 이 책은 우리가 알지 못한 채 당하고 있는 불평등이라는 것을 떨쳐버릴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준다. 저자는 말한다. 불평등이 인간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왜 그런 상황이 될 때마다 추락하는 느낌이 드는지.

왜 상대적 빈곤감은 실제 가난만큼이나 우리의 수명을 단축시킬까? 왜 이웃사람의 집이 크면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될까? 왜 주머니 사정이 빡빡하면 자멸적인 결정을 내릴까? 왜 부자가 되고 나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멍청이, 바보 천치로 보이기 시작할까?


<부러진 사다리>는 불평등과 빈곤에 대해 총 9장으로 나눠 이야기한다. 상대적 빈곤은 실제 가난만큼 상처가 되는지에 대한 1장을 시작으로 왜 우리는 비교를 멈출 수 없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2장 상대적 빈곤, 3장에서는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보여준다. 불평등이 어떻게 우리의 정치 성향을 가르는지에 대해 알게 된 4장, 5장 수명과 묘비 크기의 상관관계, 왜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지에 대한 6장, 불평등과 차별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인종차별과 소득 불평등의 위험한 역학 관계를 보여주는 7장, 8장에서는 일터에서의 사다리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9장에서는 수직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 현명하게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책을 읽기 전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다. '나는 가난한가?' 정확한 답을 할 수 없었다. 가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유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중산층에 해당하는가? 중산층이라고도 대답할 수도 없다. 사람들의 기준에서 보자면 나는 가난한 부류에 속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판단하면 나는 그다지 가난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부러진 사다리>를 읽기 시작했다. 저자인 키스 페인은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가난과 부를 가르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돈이라고 대답했다면 당신은 아주 단순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부러진 사다리>에서 가난과 부는 특정 시대와 장소에서 남들이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며 결국은 가난과 부를 가르는 것은 절대적인 금액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부에 대한 생각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키스 페인의 아이가 대학 내 보육 시설에서 함께 지내는 아이들을 가리키며 가난한 아이, 부자 아이라고 구분 짓는다고 한다. 아이는 교수나 의사의 자녀는 부자, 대학원생이나 대학 직원의 아이를 가난한 애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은 나 자신이 아니라 주변의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부와 빈곤에 관한 기준 역시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결정된다. 끊임없이 나와 다른 사람의 부를 비교하며 그들이 더 부유해지면 나는 더 가난해졌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부유한 동네와 가난한 동네가 함께 공존하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더 비참하게 가난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만약에 당신이 주변인의 부와 지위를 부러워하는 경향의 사람이라면 <부러진 사다리> 속의 상대적 빈곤에 대해 더 꼼꼼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그동안 스트레스였던 남들의 부를 전혀 다르게 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부러진 사다리>는 여러 분야의 불평등과 빈곤, 그것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한다. 불평등이 어떻게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바꿔놓는지에 대한 이야기, 왜 가난한 사람들은 미래를 보지 않고 현재만 바라보는 근시안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어느 사회 보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책인 것 같았다. 특히 그중에서 불평등과 가난이 정치적 성향을 가른다는 것과 수명과 묘비 크기 역시 불평등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사회적 계급이 다른 사람들은 다른 인생을 살고, 그래서 죽음도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개 스코틀랜드 잭 러셀 테_
무함마드 모스크 이슬람 테-

테_로 시작하는 두 단어에 무엇을 적어 넣을 것인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러진 사다리>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답을 적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자신의 가치관에 상관없이 이미 암묵적 편견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백인과 흑인의 차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 되는 인종차별은 이제 어느 한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이런 인종차별이 또 다른 불평등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부러진 사다리>가 인종차별과 불평등을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왜 우리는 차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지, 상대편의 방식으로 생각해 보면 조금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첫걸음을 시작한다.

사다리의 맨 아래층에 있는 사람들이 계급 구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일하는 시간과 방식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러진 사다리>에서 말하는 직장 내 계층과 스트레스에 대한 구절이 인상 깊었다. 일터에서 나는 사다리의 제일 아래층에 있는 사람이다. 나보다 더 많은 돈을 받지만 나보다 일을 더 하지 않는 것 같은 상사들을 볼 때마다 일하기 싫어진다. 8시간 꼼짝없이 앉아서 일하는 나와 달리 그들은 여유롭게 일하는 것만 같다. 일터에서의 수많은 생각들 역시 내가 기준아 아닌 타인과의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 스스로 만들어낸 스트레스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상대적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불평등한 사다리에서 내려올 수 있을까?

삶의 복잡함을 단순하게 몇 가지 이야기로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각각의 분야에서 일어나는 불평등들을 종합해 분석하고 서로 비교해 봐야 한다. <부러진 사다리>에서 들려주는 수직사회에서 사는 기술 중 내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나왔다. 상향 비교와 하향 비교가 그것이다. 나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하면 목표가 될 수도 있지만 나는 왜 이렇게 밖에 되지 않는지 자괴감이 들 수도 있다. 먹고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데 부족하다고 느낄 때면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는 하향 비교 방법을 쓰면 인생이 무척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굳이 하나하나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세상은 불평등 천지고 나는 늘 가난하다. 이런 생각들이 각자의 삶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괜찮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런 불평등과 상대적 빈곤 때문에 무척 힘들어한다. 그럴 때면 생각하길 바란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내가 가진 것과 내가 바라는 것을 정확하게 안다면 남들과의 비교로 깊어지는 불평등과 빈곤의 늪으로 빠져들지 않을 것이다. 불평등과 상대전 빈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알려준 <부러진 사다리>를 통해 지금 위태롭게 서 있는 당신의 사다리에서 내려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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