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자본론 -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는 어떻게 디자인되는가
모종린 지음 / 다산3.0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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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이 유명해지기 시작할 무렵 서울에 1박 2일로 여행 갈 계획이 잡혔다. 창덕궁 후원은 일찌감치 예약을 끝냈고 다른 목적지를 찾아보던 중 경리단길을 가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숙소가 있는 이태원과도 멀리 않은 곳이라 처음으로 골목이라는 여행지를 찾아갔다. 예전이었다면 관광지가 아닌 어떤 동네의 골목을 보기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서 여행 간다는 걸 생각해 본 적도 없었지만 요즘엔 어느 지역을 가든 그 지역에서 가장 핫한 골목과 맛집이 어딘지부터 찾아보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매일 지나가던 흔한 골목이었던 그곳이 어느 순간 분위기 있는 가게들이 즐비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 된다는 것은 놀랍다. 그리고 기대된다. 앞으로 어떤 다양성을 가진 골목이 등장할지, 어떤 사람들이 모여들고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말이다.

 

<골목길 자본론>은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골목길의 과거와 현재, 미래 그리고 우리가 더 나은 골목을 만들기 위해 배워야 할 세계의 수많은 골목길에 대해 이야기하는 골목의 종합안내서와 같은 책이다. 두께에 비해 읽기 쉬웠고 생각한 것보다 무척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대한민국 경제와 문화를 이끌어 가기 시작하는 골목길에 대해 궁금하다면 <골목길 자본론>이 숨겨져 있던 많은 골목길을 알려 줄 것이다.

 

어원이 불확실한 '골목'은 골짜기 같은 통로가 꺾이는 지점 또는 마을의 입구에서 시작되는 동네 안의 길을 뜻하는 등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골목길 자본론>을 읽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골목은 집으로 가는 길이자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고 방문할 수 있는 작은 가게가 있는 친숙한 길이었다. 하지만 골목은 우리 동네에서 느꼈던 것 이상의 많은 의미와 돈, 문화, 사람들을 품고 있는 곳이었다. <골목길 자본론>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자본의 흐름이 시작되고 모이고, 흘러가는 곳이었다. 역시 알지 못하는 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맞다. <골목길 자본론>을 읽기 전에는 동네의 상점들이나 지역의 수많은 길로 불리는 곳이 단순한 모임 장소가 많은 곳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곳들은 현재 인기 있는 핫 스팟이 아니라 앞으로 경제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곳이었다.

 

<골목길 자본론>은 총 7장으로 대한민국과 세계 곳곳의 골목길을 안내하고 골목길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도와주고 있다. 왜 골목길에 다시 사람이 모이는가에 대해 말하는 1장을 시작으로 홍대, 부산, 일본의 소도시의 골목을 소개하는 2장 사랑받는 도시에 없어서는 안될 것, 스타벅스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3장 골목상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물리적 조건, 세계 곳곳의 골목길을 소개하는 4장 골목을 골목답게 만드는 정체성과 문화, 5장 장인 정신과 기업가 정신, 6장 젠트리프케이션의 신화와 대안 그리고 마지막으로 7장에서는 앞으로의 골목길을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골목길 정책에 대해 말한다.

 

<골목길 자본론>은 전문적인 설명과 함께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재 대한민국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골목길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인 이론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골목길의 현재를 비교하고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왜 요즘에 많은 사람들이 대형 상가나 이미 조성된 번화가가 아닌 어렵게 찾아가야 할 골목길을 선호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냥 골목길이 아니라 왜 그곳에 경제학이라는 용어가 붙는지 알 수 있었다. 골목길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들으며 나는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은 골목길이 조성되어 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새롭게 생겨난 쇼핑몰 등의 인테리어를 골목길처럼 꾸미는지 그 이유도 알 수 있었다.

 

골목길에 대한 설명 중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는 바로 도시를 여행하는 트렌드의 변화에 관한 것이다. 앞으로 도시를 여행할 때는 이미 유명한 특정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각 도시만의 콘텐츠를 즐길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런 변화를 따르고 있으며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 그 도시만의 골목길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우리는 더 이상 자연이나 역사 유적지를 여행하거나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만의 가지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새로운 관광문화를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미 많은 나라의 여러 지역에서는 자신의 도시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도시여행지를 조성, 발전해 가고 있다. 우리는 이미 고유한 우리만의 역사와 도시문화가 있으니 현재 변화의 길에 서 있는 골목길을 잘 융합시킨다면 세계 어느 도시 못지않은 굉장한 관광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한국에서 실패가 없는 거점 상권인 스타벅스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다. 왜 스타벅스 임팩트가 시작되었으며 앞으로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들려준다. 뿐만 아니라 서울로 7017을 비롯해 완벽한 골목상권으로 자리 잡은 일본의 여러 소도시에 대한 이야기와 각자만의 특색 있는 주제를 통해 지역 관광을 이끌어가는 골목길 사례에 대한 설명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골목길이 알고 적용해야 할 좋은 사례였다.

 

뚜렷한 가치와 영혼이 남긴 한국의 길과 도시는 어디인가. 한국의 수많은 도시가 이야기 산업을 키우고자 하지만, 에든버러 같은 역사에 정체성을 보전한 도시만이 그것을 이룩해 나갈 수 있는 게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지역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에 앞서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이 경관과 문화를 통해 드러나는 도시를 육성해야 한다. 역사 속에 사는 것이야말로 과거가 현재로 이어져 미래를 창조할 풍부한 영감을 얻는 이야기 산업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약속을 잡기 전에 맛집을 찾아보고 유명하다는 골목길을 검색해 보는 것이 약속 전 필수 과정이 되었다. 티브이에서 어떤 지역의 무슨 길에 대한 소개가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그 골목길을 보기 위해 지역을 방문한다. 골목길 경제는 더 이상 앞으로 돈이 될 미래 상권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우리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골목길로 스며들었다. 수많은 골목길이 사라지고 태어나는 과정을 겪으며 우리는 골목길을 판단하는 수준이 높아졌다. 지금보다 더 개성이 뚜렷하고 다양성이 풍부한 골목길을 원하고 있다. 아직 골목은 그냥 골목일 뿐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골목길 자본론>을 통해 당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훌쩍 변해버린 새로운 경제와 문화의 거점인 수많은 골목을 만나보길 바란다. 왜 골목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돈이 흘러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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