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
장보영 지음 / 새움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사회의 기준에서 보자면 나는 이미 결혼 적령기를 지났다. 결혼을 꿈꾸기 보다 혼자 살아야 할 미래를 계획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요즘, 왠지 내가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는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라는 책을 만났다. '결혼 이후의 삶이 두렵고, 엄마가 되기 두려운 당신에게' 읽기를 권하는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는 처음 생각과 달리 결혼을 하지 않은 나에게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수많은 예비 신부님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는 전혀 다른, 예측 불가능하고 스펙터클한 결혼 이후의 삶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해 준다. 기혼자들 대부분이 겪는 일이지만 누구 하나 객관적으로 들려주지 않는 결혼과 임신, 육아에 대해 예습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까.

 

 

독신주의자는 아니다. 어쩌다 보니 결혼이 늦었고 어영부영하다 보니 지금까지 와 버렸다.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 할 즈음에 나도 결혼이란 걸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결혼과 임신, 육아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을 했었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들, 결혼 전에는 결혼하지 않는 내가 틀린것이라 충고하던 친구들은 결혼과 임신 후, 육아를 하며 욕과 불평만 늘어갔다. 그러게 왜 결혼을 했냐고 물어보면 다들 답은 한결같았다. "이럴 줄은 몰랐지."

맞다. 누가 그럴 줄 알고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겠는가. 그래서 결혼과 임신이 막연하게 두려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게 아닐까. 결혼과 임신, 육아의 무지함에 두려움, 막연한 공포는 겪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100% 체험형 깨달음이다. 그런 의미에게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는 그런 두려움을 미리 책으로나마 겪어보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특히 조곤조곤 들려주는 저자의 글 분위기 덕분에 두려움은 곧 위안이 되고, 위안은 곧 기대감으로 변하게 된다.

'싱잉앤츠'라는 인디밴드에서 노래를 짓고 부른다는 저자의 글은 한 구절 한 구절이 마치 노랫말의 가사 같았고 맑은 하늘을 몽실 거리며 채우고 있는 구름 같았다. 결혼의 정신없음, 임신의 고통, 육아의 힘듦이 분명 있었겠지만 그 과정조차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노랫가락처럼 부드럽고 따뜻했다. 책을 읽으며 만약에 내가 그녀와 같은 상황을 글로 쓴다면 어떤 글이 나올까 생각해 봤다. 순간순간 불같은 내 성격에 임신 호르몬의 변화가 더해져 나온 글이라니. 생각만 해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는 결혼을 시작으로 임신의 과정과 육아 초기까지의 기간 동안 있었던 몸과 감정의 변화, 결혼 생활 등 여자 일생에서 가장 큰 사건이 일어나는 시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엄마 되기를 선택하려는 사람들, 또는 계획하거나 고민하는 이들과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기분으로 글을 엮는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볕이 좋은 카페에 앉아 친한 언니, 친구와 조곤조곤 수다를 나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결혼부터 육아, 육아를 하면서 겪게 되는 가사분담 등에 대해 엮었지만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의 대부분은 임신 기간 동안의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처음 산부인과에 가는 날이나 태교에 대한 글 등 임신한 여자의 일상 그리고 막달로 갈수록 힘들어지는 신체의 변화 등 임신을 하게 됨으로써 겪게 되는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 엄마가 되는 과정을 겪으며 엄마라는 존재와 아빠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무척 인상 깊었다.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는 여자뿐만 아니라  곧 아빠가 될 남자도 읽어봤으면 한다. 임신 호르몬에 따라 출렁이듯 변하는 아내의 감정과 신체의 고통을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했으면 좋겠다. 저자의 말처럼 아기를 열 달동안 몸 안에 품어 온 엄마와 의지로 연결된다는 아빠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의 육아 편에 나오듯 아빠의 사랑은 엄마와는 또 다른 의미의 사랑이며 엄마가 되어가듯, 아빠 역시 아이의 탄생과 함께 변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책을 통해 미리 경험해보면 어떨까.

 

임신 환희와 힘겨움, 출산 과정을 거친 후 신체에 남아있는 고통들과 처음 겪는 육아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저자와 함께 겪듯 한껏 힘 줘가며 읽었다. 나는 나이가 많으니 이런 고통은 견디지 못할 거다부터 임신과 육아를 겪어봐도 괜찮지 않았을까 까지 이전에는 별생각 없었던 임신과 육아에 대한 여러가지 상황을 상상해봤다. 조리원에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발간 갓난아기들을 볼 때마다 목도 못 가누는 요 핏덩이를 한 명의 제대로 된 인간을 만들기 위해 부모들은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려야 될까 생각 하곤 했다. 그래서 여자, 남자를 넘어서 아기가 태어난 후 엄마는 위대해 지고 아빠는 존경스러운 존재로 변화한다.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의 마지막 페이지는 저자 남편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아무래도 엄마의 입장에서 느끼고 쓴 책이다 보니 아빠의 입장이 되는 남편의 서면 인터뷰는 엄마가 쓴 이야기와 같으면서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결혼과 임신, 육아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나 이제 막 결혼을 한 부부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책이다. 두리뭉실한 좋은 말만 가득한 책이 아니라서 좋았다. 이야기만 들었지 직접 가보지 않은 길을 한 발씩 조심스레 내딛는 저자가 뒷 사람들을 위해 밟기 쉬운 곳에 발자국을 남겨주며 걷는 것 같았다.

삶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 결혼과 비혼, 출산과 비출산등 모든 사람이 같은 길을 걸어 가지는 않는다. 저자는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 결정을 긍정하며 주체적으로 행복의 색깔을 찾아가는 여성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한다.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에서 엄마가 되기로 선택한 저자가 보여주는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 느끼는 변화들은, 미혼이지만 같은 여자로서 감정적으로 충분히 공감가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여자는 엄마가 되어 간다. 엄마가 되기로 결정한 용기 있는 그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다른 길을 선택한 용기 있는 또 다른 그대들에게도 응원을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