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합니다 - 하루하루 즐거운 인생을 위한 사소하지만 절대적인 두 가지 기준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윤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참 좋은 제목이다. <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합니다>라는 단 한 문장이 책을 읽기도 전부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여유롭게 사우나를 즐기는 표지 그림을 보니 나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유난히 피곤한 날이면 어김없이 동네 목욕탕을 찾는다. 따끈따끈한 탕 안에 앉아 있으면 하루의 피곤이 온수에 녹아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가며 내일도 파이팅 넘치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곤 하는데 <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합니다>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도 그런가 보다.

<3으로 생각하라>,<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통해 익숙한 작가지만 이 책은 특히 더욱 공감 가는 부분이 더 많았다. 행복으로 시작해서 행복으로 끝나는 사이토 다카시의 행복론은 단순한 듯하지만 그래서 자꾸 잊어버리게 되는 일상 속 숨어있는 행복 찾기에 대해 알려준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불행하고 고단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팍팍한 세상이다. 나 역시도 문득문득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쉴 때가 많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말하는 행복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언제쯤 올까라는 의문이 들곤 한다. 물론 물질적으로 본다면 지금은 수십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족한 시대다. 먹고살기 위해 인생을 바쳤던 앞선 세대들의 눈에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행복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배부르니 행복한 걸까? 

행복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시대와 공간, 사람들마다 제각각인 것이 바로 행복이다. 사람들은 행복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내가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지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자꾸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고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합니다>에서 사이토 다카시는 막연한 행복이 아니라 가장 사소하고, 쉽게 붙잡을 수 있고, 가장 확실한 것들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개개인에게 절대적인 행복론을 비롯해 어떻게 행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들려준다.

<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합니다>에는 57편의 행복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는 서로 연결된 듯하지만 각각이 하나의 주제로,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문제없다. 저자가 들려주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매주 만나는 행복에 대한 칼럼 같았다. 길지 않은 글은 부담 없이 읽기 좋을 뿐 아니라 쉽게 설명해 주는 저자의 짧은 문장들은 카톡 프로필에 적어놓고 싶을 만큼 명쾌한 것들이 많았다.

자신만의 단순한 기준을 가져라. 그리고 그 기준에 비추어 지금 행복하다가 느끼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 또 행복은 남의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이것이 행복이라고 마음으로 느낀다면 그게 바로 절대적인 행복이다.

계속 지금처럼 살아도 될까? 아무것도 이뤄놓은 것도 없는데 지금이라도 뭘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게 뭐지? 등등 수많은 질문과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지만 언제나 답은 찾지 못하고 마음만 급해져 동동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 뿐이다. 이런 나와 내 주변의 수많은 방황하는 젊지 않은 영혼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합니다>에 많았다. 책을 읽는 사람은 평생 무료하지 않게 살 수 있다 와 자신만의 즐거움이 있다면 나이 듦이 두렵지 않다고 말하는 부분은 나이가 들면서 소외될 것을 걱정하기 시작하는 지인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자신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놓치지 말라는 조언은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

 추상적인 행복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연애를 가로막은 두 가지 벽을 남성의 '가성비' 의식과 여성의 '심사' 의식이라는 이야기는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연애와 결혼, 무조건적인 나의 쉼터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 끊임없이 좋아요를 누르고 SNS를 보는 커뮤니케이션 과잉 증후군 등 현재 저자가 느끼는 사회 문제와 어렵지 않은 조언들은 거부감 없이 읽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57개의 이야기 끝에는 명쾌하게 내용을 정리해 주는 문장을 덧붙여 주는데 어떤 글은 이해를 도와주고 어떤 글은 용기를 불어 넣어주기도 했다.

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어떤 힘든 하루를 보내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만의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조용한 주말 느긋하게 책을 읽으며 맛있는 커피 한잔 마시는 순간도 좋고, 목욕탕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즐기는 사우나도 좋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해질녘의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좋고 샤워를 끝내고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마시는 맥주 한 잔도 좋다. 그러고 보니 난 참 많은 사소한 순간에서 행복함을 느끼고 있었구나. 출근길이 힘겹고 일상에 가슴이 답답한 순간도 많지만 그만큼 작은 행복이 가득한 순간들도 많았기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사이토 다카시가 책을 통해 들려주고 싶은 행복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그 '좋다'라는 순간의 느낌을 이제는 '참 행복하구나'라고 바꾸기 위해 나만의 행복론을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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