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독서 - 완벽히 홀로 서는 시간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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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뉴스공장 게스트로 김진애 박사를 처음 알게 되었다. 거침없는 입담과 유쾌하고 속 시원한 독설로 꼭 챙겨듣는 코너였는데 김진애 박사가 여성의 입장에서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하는 <여자의 독서>는 그래서 다른 서평집보다 더 기대되었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읽고 쓰는 사람의 깊이에 따라 전혀 다르게 설명된다. 특히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엮어내는 책은 분명 무작정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여자의 독서>에는 책을 사랑하고 책을 읽고 싶은 여자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들로 가득했다.


내가 '아하' 했던 순간을 중심으로 썼다. 그때 왜 '아하' 했을까? 나의 무엇을 자극했던 걸까? 나는 무엇을 갈구했다가 그 책을 만난 걸까? 그때 '아하' 하고 나서 나는 어떻게 변했을까?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앞으로는 또 어떤 게 떠오를까? 이런 의문들에 대해서 더듬어보려 한다.

저자가 '아하'했던 책들은 8가지의 주제에 따라 분류된다. 자존감, 삶과 꿈, 여성, 연대감, 긍지, 용기, 여신, 양성성으로 보통 책을 분류할 때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구분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각 주제에 따라 3권에서 8권까지의 책을 소개한다. 고전부터 최근 소설까지 시간과 공간을 구분 짓지 않고 오직 작가가 여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따라 나눠진다.

읽었던 책도 있고 <여자의 독서>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책도 있다. 서평집을 읽는 즐거움은 다른 사람이 이해하는 책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책을 통해 또 다른 책을 알게 되고 그리고 또 읽고 싶은 책을 만나게 되는 끝없이 이어지는 책의 고리가 생긴다는 것이 좋다. <여자의 독서>를 읽으면서 나의 독서노트에 또 다른 나뭇가지들이 자라났다. 자꾸만 생겨나고 뻗어나가는 곁가지들을 보며 언제 다 읽어보나 걱정도 되지만 이런 책을 통해서가 아니면 알지 못했을 좋은 책을 알게 된 기쁨이 더 크게 때문에 기꺼이 그런 부담감쯤은 즐길 수 있다.


박경리의 <토지>를 시작으로 저자는 참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낀 점뿐만 아니라 책과 함께 그녀의 인생 이야기, 책에 대한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박경리 <토지>를 여러 주제에 걸쳐 언급하는데 <토지>를 아직 읽어보지 않았으니 어디 가서 책을 많이 읽는다고 말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대한 소개도 좋았지만 책 사이사이에 넣어둔 주제에 대한 저자의 전반적인 생각을 읽는 것 또한 즐거웠다. 그중에서도 '시스터 푸드'에 대한 이야기는 완전히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남자들 사이의 우정 이상의 관계를 브로맨스라고 하며 견고한 성과 같은 것처럼 표현하는 반면 여자의 우정은 가볍게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자와 남자가 다르듯 성에 따른 우정도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여자들의 우정을 나타내는 말을 '시스터 푸드'라고 하는데 멋진 단어라고 생각한다. 같이 밥을 해서 먹는 사이. 그녀가 일 년에 두세 번 호스트가 되어 음식을 나눠 먹는다고 하는데 나도 지인들에게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졌다.


책에 대한 저자의 성향을 자세하게 표현해 준다. 그녀가 설명해주는 특성을 보며 나의 책 성향이 어떤지 생각해 봤다. '내 인생의 책' 코너를 만들어 자주 읽는 책들을 따로 모아놓았다는 글을 보며 아직 모아놓을 만큼의 많은 인생의 책이 없는 나는 인생의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주제로 정리해 볼까 싶다.

<여자의 독서>는 여자가 쓴, 여자를 위한 책 중에 저자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하는 서평집이다. 서평집을 읽고 마음에 들어 그 책을 다시 읽는 경우도 있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설명과 느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책도 있다. 책에는 정답이 없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에게는 미처 읽지 못한 주옥같은 책을 소개받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이라면 이런 서평집의 도움을 받아 한 권씩 책 읽기에 재미를 들여봐도 좋을 것이다.

저자만큼의 감동이 없을 수도 있다. 그것도 맞다. 책은 내가 읽고 느낀 그대로가 정답인 매력적인 녀석이니까. 만약 내가 찾지 못한 또 다른 매력이 궁금하다면 <여자의 독서>와 같이 나와 다른 시각의 서평을 참고해도 좋다. 당신만의 책 나뭇가지가 마구 뻗어나가길,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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