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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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인가?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작가가 살아온 세월과 생각들이다. 하지만 마치 나의 비밀 일기장을 보듯 그녀의 이야기는 나와 너무나도 비슷했다. 저자는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 건가? 나는 민망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생각들을 저자는 어쩜 이렇게 쏘-쿨하게 말할 수 있는 걸까? 책을 읽는 내내 '그래, 그래, 맞아, 맞아' 고개를 연신 끄덕이면 읽어 나갔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보노보노를 너무나도 좋아해서, 보노보노를 통해서 세상을 다르게 보고 위로받는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보노보노라니. 보노보노 애니메이션을 처음 봤을때 뭐 이렇게 단순한 그림으로 어른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말하는 건지, 진짜 애들이 보는 만화가 맞는 건지 싶었다. 하지만 그런 단순하게 그려진 보노보노는 내게 굉장한 힐링을 주는 만화였다. 아마 그녀에게도 보노보노가 그런 존재였을까?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보노보노의 그림과 만화, 대사와 함께 저자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역시나 굉장히 단순한 보노보노의 그림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나는 만화책으로 보노보노를 본 적이 없어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에 등장하는 컷툰을 보며 이 책을 읽은 후에 보노보노 만화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은 편안하다.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그녀의 이야기는 나와 무척 비슷한 구석이 많아서 나는 왠지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위로받았다. 보듬어 주는 위로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사람이 또 있구나,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게 나만이 아니구나라는 누군지는 모르지만 묘하게 느껴지는 동질감이랄까.

스무 살 때는 알록달록한 머리가 유행이었다. 애들은 마치 그게 성인이 된 증명인 양 죄다 머리를 물들였다. 하지만 빨간 머리, 노란 머리는 너무 흔한 것 같아 초록 머리를 하기로 했다. 집에서 염색약을 바르고 권장 시간을 훨씬 넘길 때까지 내버려 두었다. 그래야 더 진한 초록이 나올 것 같아서였다.~주변 사람들은 내 머리를 보고 나무 같다고, 상추 같다고 했지만 만족했다. '똑같은 머리를 한 사람은 하나도 없음'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은발을 하고 싶었다. 수능시험을 치고 대학 발표가 난 후에 가장 먼저 한 일이 머리에 맥주와 과산화수소를 들이부은 것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처음으로 한 셀프 염색은 성공적으로 나를 금발의 신입생으로 만들어주었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나의 염색 도전은 끝이 없었다. 남들과 다른 더 독특한 색깔을 갈구하다가 은발에 도전을 했다. 하지만 끝없는 염색으로 머리는 이미 상할 대로 상했고 내 머리는 총천연색의 알록달록 함 만이 남았다. 저자는 나무나 상추 같다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닭 볏 같다고 했다. 물론 초록색도 있고 금발도 있었다. 은발에 도전했는데 왜 머리 색깔이 그렇게 나왔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스무 살의 셀프 염색에 뭘 기대하겠는가. 그런 머리를 한채 학교를 다니고 밥을 먹고 술을 먹었는데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느니 잠시 잊고 있었던 내 청춘의 무모함이 떠올라 픽~웃음이 터졌다.


어른들의 이야기, 사람들과의 관계, 나이 듦에 대한 단상 등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때로는 추억의 한 페이지처럼, 때로는 인생에 대한 조언처럼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곳곳에 줄을 치고 포스트잇을 붙여놓았다. 감성을 톡 건드리면서도 무척 시니컬한 저자의 글은 마치 굴곡이 심하지 않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적당한 긴장과 적당한 위로를 해준다. 곳곳에 등장하는 보노보노 만화 덕분에 내용은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예전에 보노보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찔끔 흘린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미쳤구나, 애들 만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다니' 그런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제 눈물을 흘려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내 SNS를 본 사람들에게는 늘 즐기고 사는 사람 같다는 말도 듣지만, 그건 딱 그렇게 보일 때만 사진을 찍어서 올리기 때문이다.

이 글귀를 꼭 적어 두고 싶었다. SNS를 할수록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듣는데 이제는 일일이 댓글 달기도 귀찮아졌다. 요즘 나는 꽤 힘든데, 힘든 상황에 대해 제대로 올리면 그 사람들은 어떤 말을 할까? 가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글을 한번 올려볼까 썼다가 금방 지워버렸다. 이럴 때 딱 그녀의 글이 들어왔다.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읽고 케이블 TV로 애니메이션을 다시 볼까, 책에 나온 만화책을 읽어볼까 고민하다가 책으로 보노보노를 다시 만나보기로 했다. 책에서 느꼈던 위로를 잊기 전에 다시 책을 통해 위로받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과연 보노보노에 등장하는 동물들 중에 어떤 동물과 가장 비슷할까 생각해 봤다. 혼자서 잘 놀고 소심한 보노보노 같은 면도 있고 고약한 성격의 너부리 같을 때도 있다. 가끔은 행복한 기운을 주는 프레리 독과 비슷할 때도 있겠지. 책의 제일 뒷장에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오늘도 재미있는 일이 시작된다! 분명히 그럴 거야.' 나의 오늘은 재미없었지만 내일은 분명 재미있을 것이다. 보노보노와 함께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나는 조금 더 솔직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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