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살아보기 - 우리가 미처 몰랐던 조선생활사
반주원 지음 / 제3의공간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살았던 옛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그들의 이야기와 흔적들은 역사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드라마나 책을 통해서 이미 많은 역사적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내가 겪고 있는 이 시대의 상황과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완벽하게 알지 못하는데, 과연 남아있는 기록물을 통해서 말하는 역사의 모든 것이 완벽한 정설이며 한국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역사는 알면 알수록 점점 더 어려운 것이다. 긴 시간만큼이나 그 안에서 살았던 수많은 옛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과연 내가 역사의 한 부분이나 제대로 알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역사는 더욱 궁금하고 알고 싶고 흥미진진하다. 드라마에서 우연히 타임슬립을 통해 과거의 그 때로 들어가듯 <조선시대 살아보기>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역시, 아직 내가 모르는 역사는 무척 많았다.

 

<조선시대 살아보기>는 쉽고 흥미롭게 역사를 이야기하는 반주원 선생님의 신작이다. <유물, 유적 한국사>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 책 역시 꽤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 <조선시대 살아보기>는 완벽하게 나의 취향인 책이었다. 하나의 주제가 아니라 조선생활사에 대해 폭넓게 들려준다. 평소에 관심 있던 분야뿐만 아니라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있어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제목에 쓴 것처럼 첫 장부터 마지막 주제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간 책이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조선생활사'라는 부제처럼 책 안에는 21가지의 다양한 주제가 들어있다.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관심 있는 주제부터 읽어도 좋다. <조선시대 살아보기> 속의 21가지 이야기는 현재 우리 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만나고 있는 주제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다만 그 시대가 조선시대라는 것만 다를 뿐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부터 절대 이혼은 없을 것만 같았던 조선시대의 이혼과 재혼에 관한 이야기, 사랑의 징표로 문신을 새겼다는 사실들을 조금만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지금을 설명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는 것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저자의 편안하고 쉬운 글 덕분에 간혹 전문적으로 역사사실을 들려주는 부분도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더욱 이해하기 쉽게 다양한 사진과 옛 그림들도 함께 한다. 미용, 옷, 술, 노인, 형벌 등 수많은 조선시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중에서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는 조선시대의 이혼 방법, 지명에 대한 유래, 탐관오리를 벌하는 팽형 그리고 당시에도 있었던 비선실세에 대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절대적으로 힘들거나 없었을 것만 같은 이혼이 양반에게는 어렵지만 의외로 평민의 경우 비교적 자유로운 개인 선택의 문제였다고 한다. 부부가 마주 앉아 같이 살 수 없는 이유를 말하고 쿨하게 결별하는 '사정파의'와 저고리 앞섶을 베어 조각을 상대에게 주고 그것을 받으면 이혼이 성립된다는 '할급휴서'는 놀라운 사실들이었다.

무학대사가 경복궁을 그 장소에 세운 유래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의 지명에 대한 유래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양녕대군, 효령대군, 충녕대군에 대한 이야기에서 유래된 방배동과 압구정, 이태원의 유래까지 서울 곳곳에 위치한 지명의 유래를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 버전으로 알려준다. 모든 이야기가 마치 정설인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흥미로운 지명 유래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요즘과 너무나도 딱 맞아떨어지는 비선실세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더 재미있게 읽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문정왕후를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두른 윤원형과 정난정의 이야기, 광해군과 김개시뿐만 아니라 광해군의 또 다른 비선인 이이첨과 무속인, 명성왕후의 비선실세인 무당 신령군의 이야기까지 모든 사실들은 마치 복사 후 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똑같다. 아마 언젠가는 현재의 이야기가 이 페이지의 뒷장에 쓰이겠지. 그때 그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는, 미래 어느 시간의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할까? 현재의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전해질지 문득 궁금해졌다.

 

 

아주 잠시 동안 조선을 다녀왔다. 우리가 아직 모르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조선시대 살아보기>를 통한 잠시 동안의 여행만으로도 나는 내가 몰랐던 역사의 작은 한 부분을 알게 되어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조선시대 살아보기>는 역사가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졌거나 한국사를 조금 알아볼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재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도 이 책을 읽으면 아마 역사 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곧 역사가 된다. 누군가에 의해 기록되고 남겨진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살던 현재의 생활을 흥미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이 올 것이다. 그렇게 역사는 계속 이어져 흘러간다. <조선시대 살아보기>를 통해 멈춤 없이 흘러가는 역사의 한 부분을 떼어서 잠시 살펴봤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그 상태로 멈춰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조선시대를 이야기하지만 그 속에는 현재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