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내가 사는 곳 근처에는 공군기지가 있다. 우리 집 위로 전투기가 날아다닌다. 항공기와 달리 전투기 소리는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짐작하지 못할 정도로 꽤 시끄럽다. 이건 순전히 내 짐작이지만 티브이에서 북한과 관련된 사건이 터지거나 심각해 보이는 뉴스가 나오는 날이면 유달리 전투기 소리가 많이 들리는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새벽 2시경에 집 전체가 마치 지진이 온 것 마냥 울릴 정도로 시끄러운 전투기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을 깼다. 순간 '전쟁 난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서운 굉음이었다. 이제 전쟁을 겪어본 사람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단어는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것 같다. 아마 우리가 사는 곳은 남쪽이고 그들은 북쪽에 살고 있기 때문이겠지.

현재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가 쓴 소설이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북한의 현실을 나타낸 이야기니 소설을 가장한 에세이, 다큐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북한. 그곳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최근에 북한의 김정남이 암살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북한에 대해 잠시 관심을 가졌지만 곧 잊혀졌다. 예전에 북한에 관한 뉴스는 굉장한 기사 거리였다. 당장 전쟁이 날 것만 같은 불안함으로 뉴스를 보곤 했었는데 이제 북한은 조금 불안한, 우리나라 위쪽에 있는 다른 나라 라고만 생각한다. 평화로운 시대라 그렇다고 하겠지. 하지만 <고발>을 읽으면서 우리가 진정한 평화 속에서 살고 있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반디는 필명으로 1950년에 태어난 사람이며 북한에서 생활하고 있다. 반디 작가가 쓴 1989년에서 1993년까지의 단편 소설들은 우여곡절 끝에 북한을 나와 이렇게 한 편의 책으로 탄생했다. 이것이 북한의 현실이겠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겠지. 우리가 접하는 북한은 지배층만의 이야기, 그들의 권력투쟁, 무기 개발에 관한 이야기들뿐이다. 그동안 북한에 살고 있었던 우리와 같은 사람들에 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고발> 속에는 그들이 있다. 북한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북한 체제에 힘들어하는 괴로움이 담겨 있다.

 

<고발>은 7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었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북한의 연좌제, 사회주의 문제점으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들이 녹아있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답답하고 답답했다. 아마 지금은 모든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고 하니 책을 썼을 때 보다 더 힘든 상황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책을 읽으면서 무서워졌다. 책 곳곳에는 현재 북한의 문제점에 대항하고 지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언젠가는, 어쩌면 곧 될 수도 있겠지. 억압에 눌려살던 그들이 일어선다면 과연 북한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진실한 생활이란 자유로운 곳에만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억압, 통제하는 곳일수록 연극이 많아지기 마련이고요. 얼마나 처참해요. 지금 저 조의장에선 벌써 석 달째나 배급을 못 타고 굶주리는 사람들이 애도의 눈물을 흘리고 있어요. 꽃을 꺾으려고 헤매다 독사에게 물려 죽은 어린아이의 어머니가 애도의 눈물을 흘리고 있단 말입니다. 그래 그들의 눈물이 진실이란 말입니까. 예? 백성들을 이렇게 지어낸 눈물까지 흘릴 줄 아는 명배우들로 만들어버린 이 현실이 무섭지도 않은가 말입니다.

<고발>은 현 북한 체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작가가 쓴 소설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정작 이 책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야 할 우리들은 어떤가. 읽자. 누구보다 우리가 읽어야 한다. 소설이지만 소설이 아닌 책 <고발>을 통해서 현재 북한을 똑바로 봐야만 한다. 그곳에도 사람들이 산다. 더 늦기 전에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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