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와 지구별 어른
안명진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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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랑받는 책이 있다. 어린왕자도 그런 책 중의 하나일 것이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누구나 읽고 사랑하는 책이라고 말하는 어린왕자를 제대로 읽어 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내게 어린왕자는 쉬운 듯 어려운 책이었다. 학창시절에 처음 읽어 본 어린왕자는 아름다운 동화가 아니었다. 아이들이 읽기에는 어려운 책이 아닐까. 얇은 이 책 안에 너무나도 많은 의미가 담겨 있어서 그 시절 어린왕자는 너무 무거운 책이었다. 물론 어른이 된 후에 다시 읽어 본 어린왕자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내게 어린왕자는 동화로 위장한 삶의 철학서였다.

얼마 전 백화점에서 열린 어린왕자 전시회를 다녀온 후 오랜만에 책장 한켠에 꽂혀있는 세월이 잔뜩 묻은 어린왕자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어린왕자와 지구별 어른>을 읽었다. 누구나 읽지만 제대로 읽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 역시도 그동안 어린왕자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른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우리들에게 어린왕자가 진정 들려주고 싶은 무엇일까. 어린왕자를 읽어 봤지만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서 찝찝한 어른들에게 <어린왕자와 지구별 어른>을 추천한다.

 

 

<어린왕자와 지구별 어른>은 어린왕자의 이야기와 함께 흘러간다. 어린왕자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보아뱀 그림부터 어린왕자가 여행을 하며 만나게 되는 여러 별의 사람들, 그리고 지구별 여행에서 만나는 뱀, 장미, 여우와 조종사까지 각각의 내용과 만남에 담겨있는 의미들을 들려준다. 나는 <어린왕자와 지구별 어른>을 읽으면서 철학이 담겨있는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른이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내게 어린왕자가 들려주는 어른의 의미는 나를 다시 돌아보고 현재를 살아가면서 고민해 봐야 할 많은 주제를 알려줬다.

우리는 모방을 통해 서로를 닮아 간다. 우리는 남이 가진 것을 가지려 하고, 남이 먹는 것을 먹으려 한다. 우리는 남이 즐기는 것을 즐기려 하고, 남이 되고 싶은 것을 되고 싶어 한다. 인간의 삶은 모방하는 삶이다.

어렸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른이 된 후에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왕, 허영이, 술꾼등 어른들이 살고 있는 별을 여행하는 부분이었다. 각자의 별로 홀로 살면서 자신의 세계에 빠져 주위를 둘러보지 않는 어른별의 사람들은 나의 모습이었고 우리들, 어른의 모습이었다. 느낌으로만 이해했던 어른별 사람들이 나타내는 의미를 <어린왕자와 지구별 어른>을 통해서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은 인간의 몸(부모)에서 인간의 몸(자식)으로 태어난다. 그것은 자연적인 인간의 출생이다. 자연적 인간은 생의 조건일 뿐, 인간의 완성이 아니다. 자연적인 인간의 조건 위에서 인간다운 인간, 인간적 세계를 열어 낸다. 그래서 태어나는 것(being)이 아니라, 끊임없이 인간으로 되어 가는(becoming) 존재이다.

<어린왕자와 지구별 어른>을 읽으면서 많은 곳에 줄을 긋고 문장들을 필사했다. 한 줄 한 줄 꾹꾹 눌러 담으며 읽어나갔다. 인간이란,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많은 문장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인간의 삶은 이처럼 시간적 삶이다"라는 문장이었다.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인간이 되어 가는 과정 중인 어른들에게 어린왕자는 끊임없이 어른의 삶에 만족하는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말한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수많은 지구별의 어른들에게 어린왕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렵지 않다. 단지 우리가 눈과 귀를 닫고 각자의 세계에만 살고 있기 때문에 놓치고 있을 뿐이다. 어린왕자가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이라고 생각했다면, 어른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본질을 알고 싶다면 어린왕자가 지구별 어른들에게 하는 말에 귀 기울여 보길 바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어른의 세계, 갇힌 그 세계의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는 길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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