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고민하지 말아요 - 소중한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은 당신
히라이 쇼슈 지음, 예유진 옮김 / 샘터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걱정이나 고민거리 하나 없이 마냥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부터 내일 아침 반찬은 뭘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까지 눈을 뜨면서부터 잠들 때까지 (물론 꿈속에서까지 걱정 근심을 할 때도 있지만) 우리는 늘 생각하고 고민하고 걱정한다. 문제는 이런 걱정이나 고민에 우리가 끌려다니느냐, 그것을 내 삶의 원동력으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걱정은 일상의 한 부분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일상의 한 부분에 취해서 나머지 다른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걱정과 고민을 가득 안은 채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는 당신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는 큰 문제 없는 삶인 것 같지만 사는 게 힘겹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너무 예쁜 책이다. 처음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를 받았을 때 한참을 요리조리 돌려보고 책 속의 아기자기한 그림들을 훑었다. 고민거리를 안고 사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지만 마치 열심히 꾸며놓은 사춘기 소녀의 비밀 일기장을 보는 것 같았다. 앙증맞은 꽃 그림들과 귀여운 캐릭터들이 가득한 책은 그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힐링 시켜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이 예쁜 책을 소중한 누군가에게 선물해 주고 싶었다.

 저자인 히라이 쇼슈는 일본 선불교의 주지스님이다. 그래서 그런 걸까.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는 마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나 혜민스님의 따뜻한 위로와 비슷한 것 같았다. 2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을 발견하는 방법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마치 독자가 질문을 하고 고민들에 대해 쉽고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해답을 듣고 싶다면 2장을 먼저 읽고 1장에서 스님이 이야기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들어봐도 좋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한다면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묘한 힘이 있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매일 아침 회사에 도착한 후 일을 시작하기 전 10분 동안 읽었다. 무거웠던 발걸음과 양 어깨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힘겹게 걸어온 숨을 고르고 오늘 할 일을 생각하는 것이 즐거웠다. 마음은 그런 것이다. 내가 끌려가느냐, 끌고 갈 것인가.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는 강한 책이 아니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 안에는 힘이 숨겨져 있다. 내가 매일매일의 주체가 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힘껏 안아주는 책이었다.

우리는 타인의 모습은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기 때문에 누군가가 뭔가를 잔뜩 짊어지고 끌어안은 모습을 보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끌어안고 있지 말고 버리면 될 텐데..."하고 쉽게 말합니다. ~ 그래도 막상 그러한 일들이 내 일이 되면 아무렇지 않게, 쉽게, 그렇게는 못 합니다. 자기 일이 본인 눈에 객관적으로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다른 사람의 모습은 객관적으로 보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음력 설을 지내니까 이제 진짜 2017년이 시작되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나를 바꿔보자고 생각했는데 작심삼일로 끝났다면 음력 1월 1일이 이제 막 지났으니 우리에겐 새로운 기회가 온 것이다. 거창한 계획도 좋지만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에서 스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일상의 작은 습관을 조금씩 바꾸면서 나를 변화시키고 내 생각을 업그레이드하는 건 어떨까. 상쾌한 아침 공기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이 드러나는 장소인 현관과 화장실을 청소해 보자.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없고 직장 상사와의 관계가 고민된다면 스님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해답은 자기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해답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모른다고 느낄 뿐이다. 물론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에서도 우리의 고민거리에 확실한 답을 주지는 않지만 우리가 지나치고 흘려보내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잊지 말라고 한다.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일상의 행복을 보는 눈을 가지게 도와준다. 눈 내리는 조용한 산사에서 스님과 따뜻하고 향기로운 차 한 잔을 마신 것 같았다. 말없이 포근히 안아주는 것 같은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와 함께 일상의 고민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2017년을 시작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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