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그 나이 먹은 당신에게 바치는 일상 공감서
한설희 지음, 오지혜 그림 / 허밍버드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서포터즈 리뷰가 아닌 내 돈 주고 구입한 책에 대한 리뷰를 적어본다. 아무래도 꼭 써야 하는 서평단 책을 우선으로 읽고 쓰는 편이긴 하지만 중간중간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읽고 사서 읽기도 한다. 어쨌든 이런 책들은 꼭 써야 하는 강제성이 없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냥 흘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소개해 주고 싶은 꽤 많은 책이 있었는데 결국 내 게으름 때문이고 앞도 뒤고 보지 않고 서평단을 지원한 내 잘못이다. 

오랜만에 서평단과 관련 없는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적는 이유는 첫째, 올해는 서평단과 관계없이 읽은 책도 꼭 리뷰를 적자고 다짐했고 (지난주 도서관에 빌린 책은 적지 않고 반납했으니 이미 실패다) 둘째로 오늘 리뷰 적어야 할 책을 다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 같은 이 시대의 구박받는 올드미스들이 우울할 때 꺼내서 휘리릭 읽어보기에 무척 좋은 책이라서 알려주고 싶었다.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하지만 그녀는 나름대로 행복하고, 설 연휴 전날 아침 일찍부터 카페에서 책 읽고 글을 쓰고 있는 나도 행복하다. 마음에 걸리는 거라고는 사랑하는 엄마에게 사위가 없는 슬픔을 안겨준거 뿐이지만 뭐 이왕 이래된 거 어쩌겠는가. 


연휴가 시작되는 첫날밤은 마치 내일 소풍 가는 아이처럼 흥분되어 잠이 오질 않는다. 내일 소풍 간다와 내일 출근하지 않는다가 같은 불면의 이유가 될 줄은 어린이들은 모르겠지? 어쨌든 잠들기 아쉬운 연휴 전날 밤, 엄마가 더욱 빠삭한 튀김을 만들기 위해 넣어놓은 맥주 한 캔을 마시면서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를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인스타그램에서 본 글귀 때문이다. 정확하게 어떤 말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고 싶었다. 왠지 이 책은 내 마음에 쏘~옥 들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의 예상은 딱 들어맞았다.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나의 이야기였다. 정확히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올드미스들의 이야기로 그녀가 하는 이야기는 나의 추억에도 있었고 나의 현재에도 있고 아마 미래에도 있을 이야기였다. 고작 맥주 한 캔이니 술이 취했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길지 않은 한설희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끊임없이 킥킥대며 웃었고 눈물을 훔쳤다. 당장이라도 이 책 한 번 읽어보라고 연락하고 싶었지만 '아! 친구들 중에 결혼 안한 사람은 나 뿐이었지'. 얼마 남지 않은 맥주 캔만 들이켰다. 

나라는 인간을 이루는 유전자에 '늦게 움직일 것'이라는 명령어라도 새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남들은 진로를 고민하던 이십 대에 혼자 맥주를 마셨고, 남들 다 결혼을 고민하던 삼십 대에도 역시 홀로 맥주를 마셨고, 인생의 중대한 고민들을 해야 할 사십 대에 이르러서도 홀로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나이 먹은 당신에게 바치는 일상 공감서라는 타이틀답게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국의 올드미스가 들려주는 공감 에세이다. 특별날 것 없이 평범한 그녀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였고 아마 당신의 추억일 수도 있다. 그녀는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당신만 그렇지 않다, 나는 더 심해~그러니 걱정 말고 지금 열심히 살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시끄러운 호프집에서 저자와 맥주 한 잔을 시원하게 마신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권하고 싶다. 만약에 당신이 이 책을 읽는다면 조용한 밤에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면서 읽어보길 바란다. 

자기계발서가 아니고 위로를 주는 심리처방서가 아니다.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제목처럼 나이만 먹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한설희 작가의 이야기일 뿐이다. 에세이를 즐겨 읽지도 구입하지도 않는 편이지만 이 책은 잘 보이는 책장 한켠에 꽂아두고 '나만 이렇게 살고 있는건가'라는 슬픈 생각이 들때 한 번씩 꺼내서 읽어보고 싶다.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게 아니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