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 종교, 신화, 미신에 속지 말라! 현실을 직시하라!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 김영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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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방학 때였다. 무척 열심히 종교를 믿는 친구가 어느 날 나에게 물었다.
"너는 다윈의 진화론을 믿니? 하느님의 창조론을 믿니?"
그런 질문을 한 이유는 내가 공부하고 있는 전공 때문이었겠지. 나는 대답했다.
"그런 건 4학년 때 배우는 거라서 나는 잘 몰라."

겨우 스무 살을 갓 넘긴 내게 자신의 종교론을 끝없이 이야기하는 그 친구가 나는 무척 무서웠다. 나는 무언가를 극단적으로 믿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믿음이 절대적인 것인 양 그걸 모르는 네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무섭다. 아마 그래서 일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그 유명한 '만들어진 신'을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만 담아놓고 아직 읽어보지 않은 것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나 종교를 과학적으로 풀어서 주장하는 작가나 내 눈에는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은 리처드 도킨스의 글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이 워밍업으로 읽어보기에 무척 좋은 책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지독히 문과적인 사람들이 세상의 기본적인 과학이 궁금하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고,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두 가지로만 나눌 수는 없다.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을 읽는 내내 나는 이 두 가지 종류의 사람들 중에서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일까 생각해 봤다. 내가 하는 일은 과거로부터 건너온 것들을 통해 역사를 증명하는 것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자면 우리가 살아 보지 못 했던 수백 년의 시간의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니 이것은 확실하게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고사를 지내는 등의 행위는 마법과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하는 일은 과학적인 것일까, 마법 같은 것일까.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은 세계적인 예술가인 데이브 매킨과 함께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독자들에게 쉽고 재미있는 과학의 세계를 소개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우리가 과학 이전에 알고 있는 사실들, 신화라는 것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런 신화를 과학적인 증거들과 함께 설명해 준다. 최초의 인간이 누구인지부터 기적이란 무엇인가까지 광범위한 자연현상과 기원들에 대해 들려주는 작가의 이야기는 과학이라기 보다 한 편의 아름답고 경이로운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작가는 각 장을 질문으로 시작한다. 예전에 들었던 질문과 비슷한 종류인 '최고의 인간은 누구였을까'에 라는 질문은 세계에 퍼져있는 수많은 최초의 인간에 대한 신화를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작가는 다시 묻는다. 정말로, 최초의 인간은 누구였을까? 우리는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가끔은 신기하고 가끔은 어렵기도 하지만 신화와 과학, 흥미로운 두 가지를 한 번에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같은 언어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서 서로 소통할 수 없었다는 신화에서처럼 어떻게 언어와 종이 분리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다. 앞쪽에서 기원,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면 뒤편에서는 태양과 우주, 자연현상에 대해 설명한다. 요즘 경주를 중심으로 지진이 잦다. 도대체 지진이 무엇인지, 지진이 나면 어떻게 되는지를 나라별 신화와 함께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유명한 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은 수많은 신화와 종교, 과학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다. 물론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기는 어렵지만 그의 책은 두고두고 읽기에 충분히 가치가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지성과 매력적인 글이 읽고 싶다면, 그의 책들이 너무 강해서 읽기 망설여졌다면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부터 읽어보길 권한다. 누구보다 세상을, 지구를, 우주를 깊이 있게 바라본 도킨스의 눈을 통해서 맞이하는 현실의 경이로운 마법의 세계를 경험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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