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 - 간서치 이덕무와 그의 벗들이 들려주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내면 풍경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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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간서치-책만 읽는 바보>를 통해서였다. 책만 보는 바보라고 스스로를 부르지만 이덕무와 그의 벗들은 위대한 백 년이라고 불리는 조선의 18세기에 큰 영향을 남긴 개혁적인 사람이었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신분의 이덕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책을 읽고 쓰는 것뿐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바로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었다. 그렇게 알게 된 18세기의 학자인 이덕무를 2016년이 마무리되고 2017년이 시작되는 지금 다시 만났다. 예전에 읽은 책에서 단지 책과 글에 한정된 이덕무를 만났다면 <이덕무를 읽다>에서는 책을 넘어선 이덕무의 모든 것, 그리고 그의 벗들과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와 같았다.

<이덕무를 읽다>는 500페이지가 넘는 꽤 두꺼운 분량의 책이다. 한 사람의 모든 것을 500페이지에 담기에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특히 이덕무처럼 책과 글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방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에 대한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책은 저자가 왜 이덕무 마니아가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한다. 내가 알고 있던 이덕무는 그에 관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것을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부터 깨달았다. 작가가 이덕무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그의 개방성, 확장성 그리고 혁신성과 창의성은 과연 어떤 것일까? 이덕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독서와 기록에 대한 글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의 풍속과 문화,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책에서는 이덕무와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 그의 벗들이 남긴 글과 함께 저자의 설명이 함께 첨부되어 있어서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다. 책, 글쓰기, 여행, 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기록을 남긴 이덕무의 글 중에서 조선의 생활문화에 대해 남긴 '사소절' 부분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사소절'은 이덕무가 저술한 수많은 책 중에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인 책으로 사대부가의 풍속과 생활문화를 알 수 있었다.

화가 난다고 다른 사람을 책망할 때 눈이나 입이니 머리나 얼굴이나 걸음걸이나 말소리를 지적해 꾸짖어서는 안 된다. 또한 도적이나 귀신이나 도깨비가 오랑캐나 독사나 여우나 늑대나 개나 돼지 등 천한 짐승이나 악한 사람에 비유해서는 안된다. '예기'에 이런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을 비유할 때는 반드시 동류로 해야 한다."     - 사소절, 사전 5

<이덕무를 읽다>는 이덕무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와 글을 나눈 18세기의 지식인들도 함께 한다. 작가의 글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지만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18세기를 살고 있는 이덕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지마다 담겨있는 당시의 삶의 가치와 조선 지식인들이 말하고 있는 글을 찬찬히 읽다 보면 분명 그 안에 담긴 깊은 뜻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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