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 - 춘추전국, 인간의 도리와 세상의 의리를 찾아서 아우름 15
공원국 지음 / 샘터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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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아하는 만화책이 있다. 몇 번을 읽어도 폭풍감동과 눈물을 흘리는 만화책인데 여러 나라들이 싸우고 없어지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수많은 숨은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들의 앞에서서 이끄는 사람 뒤에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조력자들이 있다. 폭군에 맞서서 투쟁하는 사람들 중에 요즘으로 치면 기자 역할을 하는 인물이 있다.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부와 명예를 버리고 숨어서 싸우는 그는 눈을 감지 못하고, 아니 죽어서도 세상이 변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 눈을 감지 않고 죽는다. 출간된 지 꽤 오래된 만화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이것이 현실이구나라는 씁쓸함이 들었다면 요즘에는 그가 죽어서라도 보고 싶어 했던 변화된 세상을 비록 그는 보지 못하지만 그의 자녀들이 볼 수 있으니 좋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를 읽으면서 떠오른 것이 바로 만화의 그 장면이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와 일본 작가가 그려놓은 혼돈의 시대, 그리고 지금의 한국이 오버랩되었다. 시대는 변한다고 하지만 결국 모든 시대는 똑같다. 저자가 들려주는 춘추전국시대 혼돈의 세상과 사람들의 관계들 속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주변의 사람들을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샘터의 인문교양 시리즈인 아우름의 15번째인 <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는 춘추전국시대의 도리와 의리에 대해서 들려주는 책이다. 수백 개 나라들이 패권을 다투는 춘추전국시대는 많은 이야기와 영웅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시대인 만큼 매력적이고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이 넘쳐난다. 더불어 학창시절 음과 뜻만 열심히 외워댔던 사자성어의 유래들도 함께 알 수 있었다. 아우름의 장점 중의 하나는 바로 이야기가 쉽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 역시 고전, 인문, 사자성어라는 지루하다고 생각되는 분야에 관한 책이지만 각각의 길지 않은 이야기는 지루할 틈 없이 무척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관포지교나 결초보은과 같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경국지색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중국의 미녀들, 초선부터 서시 등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을 요즘에 꼭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상황과 인물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전이라고 하지만 <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를 읽는 내내 계속 들었던 생각은 '옛날도 지금이랑 별반 차이가 없구나'라는 것이었다. 책에 나오는 많은 이야기 중에 중국 최초 평민 출신인 황제인 유방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의미를 던져준다.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혹독한 사람이 남의 위에 오르면 흔히 압제자가 되고 남의 아래에 있으면 광폭한 사람이 된다. 반면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관대한 사람이 되기는 극히 어렵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자신과 남에게 똑같이 엄격한 사람들을 역할 모델로 삼는다. 그러나 진정한 위인은 자신의 결점을 알기에 남에게 관대한 사람, 바로 보통 사람들 중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뿐만 아니라 처절한 복수를 노리는 사람들의 고행을 뜻하는 와신상담 뒤에 숨은 이야기를 통해서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현재 한국의 복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옛 거울을 비추다>안에는 23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이 옛이야기들은 단지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배우고 따라야 할 많은 지혜가 담겨있다. 역사와 사람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시대, 하나의 나라에 있던 사상과 사람들이 어떤 날은 기점으로 완벽하게 사라지고 전혀 다른 시대와 나라가 시작되지 않는다. 옛날 옛날 먼 옛날이라는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에서 현실을 보는 것이 바로 반복되는 역사와 함께 사람들의 이야기도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전이 지루하다고 생각했다면 지금, 이 책을 읽음으로써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재의 대한민국을 춘추전국시대의 고전을 통해서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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