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니다, 우주일지
신동욱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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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동욱 씨가 우주 소설을 썼다고 한다. 예전에 TV에서 투병생활을 한다고 본 적이 있는데 힘든 상황에서도 이런 색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다니 책을 읽기 전부터 존경심이 들었다. 제대로 된 글 한번 써보고 싶다고, 작은 것부터 쓰는 연습을 해야지 하면서도 고작 한 페이지도 쓰지 못하고 있는 내게 <씁니다, 우주일지>는 그냥 책 이상의 것이었다.

나는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은 현실적이지 않은 소설에 SF 소설을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내 기준에 SF 소설은 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이다. <씁니다, 우주일지>에서 주인공이 짓고자 하는 우주 엘리베이터도 언젠가는 생겨날 것만 같다. 아니 또 모르지, 지금 누군가는 실행에 옮기고 있을지. 소행성을 포획하기 위해 우주로 간 맥 매커천의 우주일지의 날짜는 2023년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소설은 곧 현실로, 언젠가 뉴스에서 읽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씁니다, 우주일지>는 제목 그대로 맥 매커천이 우주에서 쓰는 우주 일지이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맥의 관점에서 쓰는 우주일지, 맥의 아내인 안나가 바라보는 상황들 그리고 저자가 들려주는 전체적인 이야기이다. 450페이지가 넘는 꽤 긴 소설이다. 우주, 소행성, 우주왕복선 등이 등장하는 이야기지만 책은 무척 쉽고 편하게 읽힌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라 과학적이고 어려운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씁니다, 우주일지>는 과학적인 이야기라기 보다 한 명의 인간이 우주에서 보내는 긴 시간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듯 맥 매커천의 우주 생활을 무척 디테일하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책에는 우주 생존 과정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우주 엘리베이터를 짓고 소행성을 포획하는지, 평행우주를 여는 방법 등 과학적인 상식들도 가득하다. 저자는 자신을 우주덕후라고 말하던데 과연 덕후라는 말을 할 만큼 우주에 관한 탄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만약에 내가 우주에 가면 어떻게 살게 될지가 궁금하다면 맥 매커천의 우주 일지만큼 자세하게 알려줄 책이 있을까? 아름답고 광범위한 우주보다 그 속에서 먼지보다 작은 존재인 주인공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씁니다, 우주일지>는 색다른 SF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맥 매커천의 아내인 한국인 김안나 박사가 강연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마치 어둠 속의 희미한 등대처럼 말이죠. 그 등대의 이름은 칼 세이건이었습니다. 그는 저를 빛으로 안내한 이 말이 떠오릅니다. '이 광막한 우주에 우리만 존재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세상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씁니다, 우주일지>를 통해서 우주에 관해 흥미를 느꼈으니 다음 책으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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