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평생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보면 힘든 일 없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사람도 막상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보다 더 힘든 상황을 견뎌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무작정 편하기만 한 삶은 없다. 누구든 평온한 때도 있고 견디기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한다. 내 손톱 사이의 가시가 제일 아픈 법이다. 살면서 겪게 되는 힘든 시기에 나를 지탱해 주고 더 이상 비참해 지지 않도록 이끌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런 시기를 지나면서 우리는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존재가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다. 혹은 취미나 열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표지부터 따뜻해 보이는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는 고양이와 그 고양이에게 입양된 영국에 살고 있는 스페인 여자가 주인공이다. 힘든 회사 생활 때문에 우울증이 왔고 설상가상으로 평생을 함께 보낼 거라 믿었던 남자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 인생 최악의 시기라고 생각되는 그때, 고양이 시빌이 그녀에게 찾아왔다. 그녀의 인생에서 더 이상 비참해질 수 없을것 같은 상황에서 고양이 시빌은 그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사라, 먹을 땐 먹는 데 집중하고, 걸을 땐 걷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거. ~ 그러지 않으면 너희는 그 끝도 없는 생각에 또 빠져들게 되고, 그럼 인생이 자기도 모르는 새 다 지나가버리게 될걸. 더 심하게는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이 실은 자기 것이 아니게 될 거라고.

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사실 네 머릿속에서 날뛰고 있는 생각들과는 상관없다고 해야 할까.

또렷한 감각으로 네 주변의 모든 것을 인식해봐. 매 순간을 충만하게 살도록 해. 네가 사는 매 순간이 바로 너의 순간, 너의 시간, 너의 인생이니까. 네 인생은 회사의 것이 아니야. 네 인생은 네 거라고. 다른 사람한테 네 인생을 뺏기지 마.

울고 울고 또 울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그녀에게 고양이 시빌은 다시 힘낼수 있도록 귀찮게도 하고 조언도 해주며 토닥여준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새 자신을 입양한 시빌의 뜻대로 현재의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는 곧 마흔이 되는, 이제 더 이상 무언가를 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최악을 맞이한 여자의 성장소설이다. 그리고 그 성장에는 그녀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고양이 시빌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고양이가 있다. 하지만 누구나 그 고양이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힘들다는 자신의 감정에 취해서 눈과 귀를 막아버린다면 아무리 고양이가 창문 밖에서 당신을 입양하기 위해 문을 두드린다고 해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모든 행복이 끝까지 계속되지 않고 모든 힘듦이 평생 가지 않는다. 만약 지금 죽을 만큼 힘들다면 당신을 그 비참함과 눈물바다에서 끌어올려 줄 고양이 시빌과 같은 존재를 만나길 바란다. 나에게 고양이 시빌은 책이었다. 시작은 힘든 상황을 외면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더 많이 울었고 위로받았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스펙터클한 결과는 생기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시빌이 와 줬듯이 나에게는 책이 왔다. 힘들다고 주저앉아 있는 당신 곁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다. 앉아만 있어서는 고양이가 들어올 창문을 열어주지 못한다. 사라가 창문을 열고 고양이 시빌을 만났듯이 당신도 당신만의 고양이에게 입양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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