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 - 건강한 나를 위한 따뜻한 철학 아우름 14
백승영 지음 / 샘터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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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책이 좋다. 쉽다는 것이 책의 질이 떨어진다거나 내용이 허접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어떤 어려운 책 수십 권을 읽는 것보다 더 깊은 깨달음을 주고 가슴속 깊이 남는 책이 좋다. 나 역시도 그렇게 읽히는 글을 쓰는 것이 목표다. 어차피 나야 지식의 깊이도 얕고 알고 있는 어휘력도 제한적이어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으니 어렵게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내 글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으면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깊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최근에 샘터에서 출간된 아우름 시리즈를 읽으면서 이런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이번에 읽어 본 <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는 그런 책 중의 하나로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따뜻한 깨달음을 주는 멋진 책이었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아우름 시리즈는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꼭 읽어봐야 할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특히 인문교양서적을 읽어보고는 싶지만 일반 시중에 나와있는 책들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면 샘터의 아우름 시리즈는 더할 나위 없이 딱 맞는 책이다. 우선 책의 두께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서 시작하기가 좋고 책의 내용 역시 쉽게 읽어 나갈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작가들의 이야기는 복잡한 수많은 책을 읽은 것보다 더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마치 명상을 하듯이 읽히는 삶의 조언서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백승영 작가가 궁금해졌다. 누구길래 한없이 무겁고 우울할 수 있는 우리 삶의 힘듦을 이렇게 가벼우면서도 따뜻하게 말해주는 것일까? 한없이 너그러웠던 학창시절의 선생님이 옆자리에 앉아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 같았다.

책은 4장에 걸쳐서 우리 삶에서 꼭 알아야 사랑, 함께하는 삶, 행복, 잘 산다는 것에 대해서 들려준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길지 않다. 그래서 처음부터 읽어도 좋지만 자신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부터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늘 밑줄을 치면서 책을 읽지만 이번 <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에서는 특히 마음에 드는 구절들이 많아서 항상 연필을 들고 있었다.

우리 인생은 곡선입니다.

대화할 때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하는 것은 그 확률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먼저, 판결하려는 성급한 마음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판결을 하려는 마음은 오만입니다.~ 나는 은연중에 나처럼 생각하라고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에게도 자신만의 생각의 그물이 있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시간 낭비에 너무나도 관대합니다. '오늘은 그냥 보내고 내일부터 하지 뭐', '올해는 대충 보내고 내년을 기약하지 뭐' 하면서 허비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서 인생은 짧다고 탄식해요. 아이러니하지요?

읽으면서 몇 번이나 뜨끔했다. 마치 나를 보며 이야기하고 고쳐야 할 점을 콕 집어서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삶이라는 단음절의 단어는 그 안에 우주와 같은 공간이 들어있다. 사람에 따라 공간이 텅텅 비어있을 수도 있고 더 이상 빈 공간이 없을 만큼 그 사람만의 이야기가 가득 채워져 있는 삶도 있을 것이다. 내 삶의 공간은 아직 많은 부분이 비워져 있고 버려야 할 것들이 많다. 책을 읽다 보면 '척'해 보이기 위해 어려운 이야기를 많이 넣어두기도 했지만 이해도 못하는 문장들은 곧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만다. 오랜만에 나의 공간 안에 소중히 넣어두고 힘이 들거나 정신 차리고 싶을 때 읽어보고 싶은 책을 만났다.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고민하고 있는 힘든 어른이들이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를 읽기 시작했을 때는 어수선한 하루 일정 때문에 무척 힘든 저녁이었다.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곧 힘들었던 하루의 기억은 사라지고 책에 집중하게 되었다. 마치 책을 읽으며 명상에 빠지듯, 또 한번 책으로 위로받는 순간이었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그렇게 살고 있지 않다면 그건 모르는 것보다 못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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