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하늘을 가져라 - 나무에게 배우는 자존감의 지혜 아우름 13
강판권 지음 / 샘터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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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 있다. 아무리 유명하더라도 읽은 후에 그냥 덮어버리는 책이 있는데 <자신만의 하늘을 가져라>는 예쁜 종이로 정성 들여 포장한 후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슬쩍 선물로 주고 싶은 책이었다. 저자인 강판권 교수님은 집 근처 도서관에서 강의를 하신 적도 있어서 이름은 눈에 익었지만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역사학자지만 나무를 연구하는 독특한 저자의 매력에 끌려 몇 권의 책을 온라인 서점에 담아놨었는데 생각하지도 않은 지금, 나무들이 더없이 푸르고 아름다워 보이는 가을에 그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작가의 인생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잘 어우러진 책이었다. 마치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적당히 빽빽하고, 적당히 한적한 숲 속에 놓은 긴 의자에 편하게 앉아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과하지도 모자람도 없이 나무에 빗대어 인생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조언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나를 잠시 돌아볼 수 있도록 해줬다. <자신만의 하늘을 가져라>는 나무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런 나무의 모든 것에서 배울 수 있는 인생의 의미를 들려준다. 뿌리, 줄기, 가지, 잎, 꽃 그리고 열매까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나무의 세세한 부분까지 작가는 보여주고 들려준다. 단지 나무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작가의 살아온 과정, 어떻게 나무를 공부하게 되었는지, 힘들었던 시기까지 자전적인 짧은 에세이도 함께 담겨 있다. 그리고 나무를 공부하면서 변화된 작가의 삶과 그때 깨달은 조언들을 이야기한다.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상처가 깊지 않아서가 아니라 상처를 반드시 치유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평생 얼마나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갈까요. 그렇게 많은 상처를 모두 치유할 수 있을까요.~무조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내맡긴다면 치유력은 날로 줄어들 것입니다. 반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법을 터득하면 어지간한 상처에 동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무와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신만의 하늘을 가져라>는 든든한 나무와 같은 책이었다. 무슨 말을 해도 묵묵히 들어줄 것만 같은 넉넉함을 지닌 나무처럼 작가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기만 해도 왠지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았다. 나는 식물 중에서도 나무를 가장 좋아한다. 지금은 베어지고 없지만 집 앞 골목에 있었던 은행나무 한 그루를 무척 좋아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창밖을 가득 채운 은행나무를 가만히 쳐다보는 것만으로 큰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으면 햇빛에 반짝이는 그 초록이 나의 스트레스를 다 흡수해 버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나는 토닥여주는 것만 같았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길이 있지만, 나는 그동안 오직 한 길만을 걸었습니다. 세상에 다양한 길이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지 못했어요. 앞만 보고 한 길만 걷다가 길이 막혀 방황한 뒤에야 뒤에도 길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오솔길도 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 어쩌면 애초에 정해진 길이란 없었는지 모릅니다. 세상의 길이란 누군가가 걸으면서 만들었을 뿐이죠. 그러나 사람들은 길을 만들기보다 남이 만든 길을 따라 걷길 바랍니다. 그게 편하니까요. 그러나 다른 사람이 만든 길은 언젠가 막히는 법입니다.

<자신만의 하늘을 가져라>는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너만의 색깔을 가져라. 너의 길을 가라. 너는 세상에 유일한 존재다. 하지만 강요하지 않고 등 떠밀지 않는다. 큰 그늘이 드리워진 나무 아래에 함께 앉아 듣는 이야기 같다. <자신만의 하늘을 가져라>는 가슴에 꼭 끌어안고 싶은 책이었다. 얇은 책이지만 아름드리 나무를 양 팔로 가득 안고 있는 것만 같았다. 책을 읽는 내내 선물해 주고 싶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나무와 함께 하면서 나무같은 사람이 된 작가의 책을 읽고 나니 주변에서 항상 보던 나무들이 어제와 다른 나무가 되어 있었다. 나도 내일 출근길에 만나는 나무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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