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에 대한 반론 - 생명공학 시대, 인간의 욕망과 생명윤리
마이클 샌델 지음, 김선욱.이수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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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은 무척 생소한 분야이다. 뉴스를 통해서 생명공학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뿐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분야도 아니었고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처음 <완벽에 대한 반론>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책이라는 것 외에 생명공학이니, 윤리학이니 하는 이야기는 너무 어려울 것만 같아서 내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섰다. 하지만 곧 그런 걱정들은 전혀 쓸데없는 것이 되었다. <완벽에 대한 반론>은 나처럼 생명공학에 무지한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뿐만 아니라 생명공학과 함께 늘 회자되는 인간 윤리학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비판까지 생명공학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한꺼번에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무관심했던 생명공학이라는 분야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고 더 늦기 전에 정확한 도덕적 기준이 정립되지 않는다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한국에 정의 열풍을 일으킨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2002년부터 4년간 대통령 생명윤리 위원회에서 자문 위원으로 활동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세포 연구, 생명 복제 등에 대해 연구했으며 바로 <완벽에 대한 반론>은 그가 그동안 연구했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서 자신의 답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특징은 없었다. <완벽에 대한 반론>에서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생명공학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문제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날카롭지만 인간적으로 답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말이 정답이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여러 문제들을 먼저 들려줘서 함께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와 함께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함께 분석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청각장애인인 레즈비언 커플은 자신들의 아이도 청각장애가 있기를 바래서 5대째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가족 출신의 정자 기증자를 찾아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치료를 위한 유전자 치료법은 건강한 근육을 한창 강화할 수 있어서 운동선수들이 적극 이용할 수도 있다.

- 심하게 키가 작은 아이에게만 호르몬 치료를 해야 할까? 평균 키지만 농구팀에 들어가길 원하는 아이들도 호르몬 치료를 할 수 없을까?

유전 공학의 시작은 결핍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엔 완벽함을 바라는 인간의 욕망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스포츠를 비롯해 음악과 미술 등 많은 분야에서 유전공학을 통해 더 이상 피와 땀을 흘릴 정도의 노력이 없이도 완벽에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우리는 그런 결과들을 인간에 의한 것이라고 할지, 과학에 의한 결과라고 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

유전공학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자신들보다 더욱 완벽한 아이를 원하는 부모들이다. <완벽에 대한 반론> 중에서 특히 맞춤아기와 우생학에 대한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 이미 유전공학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고 발전되었으며 상상할 수 없는 영역까지 침범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발전에는 인간에 대한 지독한 차별이 함께 한다. 특히 과거에 중요했던 우생학의 역할과 앞으로 진행될 우생학 정책은 단지 생명공학의 발전이라는 결과만이 아니라 인간의 도덕적, 윤리학적인 부분에서 수없이 많은 문제들도 함께 야기한다.

1980년대 싱가포르 정부는 대졸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들을 만들었다. 이와 동시에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는 저소득층 여성들이 불임수술을 받는 것에 동의하는 경우, 그들에게 저가 아파트의 계약금 4000달러를 지원했다.

이뿐만 아니라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유전학을 재능을 강화시키고 완벽한 자녀를 만드는데 이용하는 문제부터 줄기세포 연구과 치료에 이용되는 배아를 인간 생명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도덕적 문제까지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생명공학과 윤리학의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저자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들려준다.

생명공학과 인간 윤리학을 별개의 문제로 생각할 수 없다. 생명공학, 유전학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도덕적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다. 이미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곧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 생명공학과 윤리학에 대한 완벽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완벽에 대한 반론>을 통해서 생명공학과 윤리학에 대한 시각을 넓히고 생각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꼭 읽어봐야 할 인문 서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오랜 시간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들어준 <완벽에 대한 반론>은 한 번 읽고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각해 봐야 할 주제를 가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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