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호 열차 - 제5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허혜란 지음, 오승민 그림 / 샘터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별이 빛나는 밤에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오는 기차가 그려진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정채봉 작가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대한민국 아동 문학계를 이끌어 나갈 동화 작가 발굴을 위한 정채봉 문학상의 5회 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보고 더 기대했다. 왠지 수채화 같은 그림처럼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동화가 아닐까?

내가 생각했던 열차가 아니었다. 책을 읽으면서 검은 열차 안에 갇혀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503호 열차>는 참 아프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아마 사람이 많은 곳이 아니라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이 책을 읽었다면 나는 분명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을 뚝뚝 흘렸을 것이다.

<503호 열차>는 1937년 구소련의 '고려인 강제 이주'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이유도 모른 채 마치 짐처럼, 짐승처럼 척박하고 낯선 곳으로 끌려갔다. 어딘지 모를 곳으로 이동하는 503호 열차 안에 갇혀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고려인 소년 사샤의 눈을 통해서 보여지는 503호 열차 안의 현실은 어른들의 눈에 보이는 처참함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를 통해서 보는 현실은 순수해서 더 슬프고, 어린 나이에 겪어보지 않아도 될 이별과 죽음은 담담하게 표현하지만 그래서 너무 아팠다. 하지만 어디로 갈지, 얼마나 걸릴지 알지 못한 채 끌려가는 열차 안에는 죽음과 이별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작과 탄생도 함께 한다.

 

열차는 갈대뿐인 척박한 벌판에 고려인들을 버려두고 떠나버린다. 그들은 주저앉고 울부짖는다. 하지만 곧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앞으로 나아간다. <503호 열차>의 종착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난과 역경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이겨내고 살아갈 것이다. 비통해하는 그들을 보며 가슴이 너무 아팠지만 앞을 향해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과 노랫소리에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떠올렸다. 나였다면, 내가 저곳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 속에서 살아남은 그들을 보며 나는 왠지 모를 위로를 받았다. 동화지만 어린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많이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