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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너덜 기진맥진 지친 당신을 위한 마음챙김 안내서
루비 왁스 지음, 이수영 옮김 / 책세상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005/pimg_7667781831500030.jpg)
몇 년 전에 대상포진을 앓았다. 오른쪽 얼굴과 눈에 온 대상포진을 보고 피부과에서는 흉터가 남을 테니 각오하라고 했고 안과에서는 실명이 올수 있다고 했으며 통증의학과에서는 포진 후 통증이 평생 갈수 있을 거라고 했다. 나는 젊었었고 일은 힘들지 않았는데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들만 걸린다는 대상포진에 왜 걸렸을까?
의사는 입원하라고 했다. 입원하면 특별한 치료가 있냐고 물으니 그런 건 없고 시간마다 소독만 해준다고 했다. 입원해도 특별히 하는 게 없다면 입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두꺼운 커튼을 치고 TV도 켜지 않은 채 한낮에도 어두운 집안에서 나 홀로 아팠다. 약기운이 떨어질 때면 어김없이 한 묶음의 바늘을 얼굴에 대고 망치로 두드리는 듯한 고통이 왔다. 혹시 잠이 들면 손으로 건드려 흉터가 생길까 봐 누워서 편히 자지도 못했다. 얼굴에 흉이 생길까, 시력이 더 나빠질까, 수포가 없어져도 계속 이렇게 아프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보다 '왜 내가 대상포진이 걸렸지?' 일주일 동안 어두운 방안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집과 회사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어딜 가도 편한 곳이 없었고 하루 종일 머릿속은 짜증과 분노만 가득했다. 그리고 그 분노가 결국엔 밖으로 뿜어져 나오고야 만 것이다. 스트레스가 모든 병의 근원이라는 말은 어디서나 듣지만 아프기 전까지 스트레스로 몸이 이렇게까지 아플 수 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 했다. 한동안 마음을 다스리는 법, 명상, 스트레스로 벗어나기와 같은 책을 참 많이 읽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참 간사한 존재라 시간이 흐르니 마음을 비우고 살자고 다짐했던 것들을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요즘도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마음을 재정비할 겸 잊고 살았던 내 마음을 다시 살펴보기 위해 오랜만에 심리책을 읽었다.
<너덜너덜 기진맥진 지친 당신을 위한 마음챙김 안내서>는 책 제목부터 직설적으로 당신의 마음을 위한 책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책의 저자인 루비 왁스는 격한 사춘기를 보냈고 현재는 유명한 코미디언이지만 주기적으로 우울증에 고통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 자신의 우울증을 고치기 위해 시작한 마음챙김으로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거침없는 성격답게 옥스퍼드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이론만 공부한 것이 아니라 작가 본인이 우울증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고 그걸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마음챙김 기반 인지 치료를 소개하고 있어서 저자가 소개하는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믿고 따라 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