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너덜 기진맥진 지친 당신을 위한 마음챙김 안내서
루비 왁스 지음, 이수영 옮김 / 책세상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에 대상포진을 앓았다. 오른쪽 얼굴과 눈에 온 대상포진을 보고 피부과에서는 흉터가 남을 테니 각오하라고 했고 안과에서는 실명이 올수 있다고 했으며 통증의학과에서는 포진 후 통증이 평생 갈수 있을 거라고 했다. 나는 젊었었고 일은 힘들지 않았는데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들만 걸린다는 대상포진에 왜 걸렸을까?
의사는 입원하라고 했다. 입원하면 특별한 치료가 있냐고 물으니 그런 건 없고 시간마다 소독만 해준다고 했다. 입원해도 특별히 하는 게 없다면 입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두꺼운 커튼을 치고 TV도 켜지 않은 채 한낮에도 어두운 집안에서 나 홀로 아팠다. 약기운이 떨어질 때면 어김없이 한 묶음의 바늘을 얼굴에 대고 망치로 두드리는 듯한 고통이 왔다. 혹시 잠이 들면 손으로 건드려 흉터가 생길까 봐 누워서 편히 자지도 못했다. 얼굴에 흉이 생길까, 시력이 더 나빠질까, 수포가 없어져도 계속 이렇게 아프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보다 '왜 내가 대상포진이 걸렸지?' 일주일 동안 어두운 방안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집과 회사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어딜 가도 편한 곳이 없었고 하루 종일 머릿속은 짜증과 분노만 가득했다. 그리고 그 분노가 결국엔 밖으로 뿜어져 나오고야 만 것이다. 스트레스가 모든 병의 근원이라는 말은 어디서나 듣지만 아프기 전까지 스트레스로 몸이 이렇게까지 아플 수 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 했다. 한동안 마음을 다스리는 법, 명상, 스트레스로 벗어나기와 같은 책을 참 많이 읽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참 간사한 존재라 시간이 흐르니 마음을 비우고 살자고 다짐했던 것들을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요즘도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마음을 재정비할 겸 잊고 살았던 내 마음을 다시 살펴보기 위해 오랜만에 심리책을 읽었다.

<너덜너덜 기진맥진 지친 당신을 위한 마음챙김 안내서>는 책 제목부터 직설적으로 당신의 마음을 위한 책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책의 저자인 루비 왁스는 격한 사춘기를 보냈고 현재는 유명한 코미디언이지만 주기적으로 우울증에 고통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 자신의 우울증을 고치기 위해 시작한 마음챙김으로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거침없는 성격답게 옥스퍼드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이론만 공부한 것이 아니라 작가 본인이 우울증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고 그걸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마음챙김 기반 인지 치료를 소개하고 있어서 저자가 소개하는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믿고 따라 해볼 수 있었다.

 

책은 크게 마음챙김에 대한 설명, 훈련 프로그램과 사회생활, 아이 육아 등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마음챙김으로 나눠진다. 이론과 함께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코미디언이자 방송작가로 유명한 작가답게 마음챙김에 대한 이야기가 지루하다 싶으면 독특하고 재미있는 작가의 에피소드들이 다시 책 읽기를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만일 당신이 '그래도 난 할 수 없어. 늙은 개가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배워'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해보라. 자궁에서 나올 때부터 슬램덩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던가? 스와힐리어를 저절로 하게 되는 사람이 있나? 바비큐 굽는 법이나 봉춤추는 법은? 처음부터 할 줄 아는 사람은 없다. 배설과 섭취, 호흡을 제외한 모든 일은 무조건 익혀야 할 줄 알게 된다. 우리 머릿속도 운동이 필요하다. 몸의 근육들처럼 말이다. 유독 정신적 운동에만 거부감을 느낄 이유가 뭔가?

<너덜너덜 기진맥진 지친 당신을 위한 마음챙김 안내서>는 비슷한 종류의 심리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책과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혼자서도 충분히 마음챙김을 훈련할 수 있도록 자세하고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있다는데 있다.


마음챙김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마음챙김 6주 프로그램'을 통해 한 주씩 천천히 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근육을 키울 수 있도록 알려준다. 마지막주에는 실생활에서 마음챙김을 통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하루 동안 생활 속에서 어떻게 마음챙김을 실천해야 하는지 예를 통해서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실생활에서 응용하기에 무척 좋았다.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의 마음챙김, 배우자와의 마음챙김, 어린아이와 십대를 마음챙김으로 키우는 방법 등 상대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마음챙김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만약에 배우자, 직장 상사, 아이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당장 해결책이 필요하다면 먼저 대상별 마음챙김에 대한 부분부터 읽어도 좋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절대 쉽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이 없는 곳으로 들어간다거나 직장을 그만두고 명상센터를 들어갈 수도 없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받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제목처럼 이미 너덜너덜해지고 기진맥진한 상태라도 괜찮다. 작가가 알려주는 마음챙김 훈련을 통해서 더 이상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는 자신으로 리셋 하길 바란다. 나 역시 마음챙김에 나오는 연습을 통해서 그동안 소홀해진 내 감정을 다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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