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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평점 :

소설을 읽다 보면 왠지 이 이야기는 소설보다는 영화나 드라마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되는 책이 있다. <어쩌다 이런 가족>이 그런 책이었다. 심각한 주제를 전혀 심각하지 않게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은 처음과 끝이 전혀 다른 소설이었다.
첫째 딸의 동영상의 유출이라는 어마어마한 문제를 시작과 동시에 보란 듯이 던져준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자못 심각해 보이지만 피식 웃음이 나올 것만 같은 시트콤이었다.
<어쩌다 이런 가족>은 나와 내 주변에 있는 가족이 아니다. 사회의 최상위층에 속하는 그들은 남들이 보기에는 모든 것을 다 갖춘 완벽한 가족이었지만 각자 나름대로의 결핍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어쩌다 이런 가족>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첫째 딸의 문제를 가족들이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니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가족 간의 애정을 아주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더불어 각자가 가지고 있던 비밀스러운 문제들을 해소하거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결하게 된다. 책은 무척 쉽게 읽힌다. 2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는 친절하게 각 장마다 다른 등장인물들의 눈으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등을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좌~악 펼쳐진 이야기를 하나로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복잡한 플롯을 가진 소설이나 등장인물들의 아리송한 심경이 가득한 책을 읽는 게 불편한 사람이라면 <어쩌다 이런 가족>은 무척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각자 우는 방법이 다르단다. 너처럼 시원하게 울음을 터뜨릴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우는 법을 잊어버린 친구도 있어. 단지 외로워서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만. 여기 머무르는 동안, 그리고 여길 떠나서도 우리는 가족이란다. 밉다고 따돌려서는 안 되지. 아이들은 속이 상하거나 서러우면 울어야 해. 그런데 친구는 그러지 못 해서 화가 나는 거야. 다음에 싸울 때는 너만 울지 말고 그 애도 울게끔 도와주어라. 눈물 흘릴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해.
가족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서로에게 전혀 그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들 사이에 변화를 주는 등장인물은 우는 방법을 알고 가족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조용하고 완벽하기만 했던 이 가족 사이에 틈이 생기고 벌어진 틈을 통해서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다른 가족들 보다 더 막장을 겪는다고는 하지만 나는 이 가족들에게도 깊은 애정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조금 어설프고 어딘가 납득하지 못하는 면도 많지만 가족이라는 애정이 밑바탕에 자리 잡고 있지 않다면 어떤 큰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이토록 빨리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톡톡 튀는 영상으로 풀어낸다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다. 각자가 가진 비밀이 조금 더 극적이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조금 더 치밀하다면 무척 재미있고 현실을 잘 보여주는 영화나 드라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둘째 딸은 끊임없이 어쩌다 이런 가족이 되었는지 불평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나쁘지 않았고 결국엔 해피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