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지켜라 - 풋내기 경찰관 다카기 군의 좌충우돌 성장기
노나미 아사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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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나의 첫 직장과 첫 출근이 떠올랐다. 어색한 복장, 긴장된 웃음을 지으며 뭘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나의 모습은 정말 촌스러운 사회 초년생 그 자체였다. 누구에게나 이랬던 시절이 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순간, 절대 이곳에서 적응하지 못할 것만 같은 느낌 속에서 일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간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일 년이 지나면서 이 세상의 수많은 '일하는 인간들'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마을을 지켜라>는 부제인 '풋내기 경찰관 다카기 군의 좌충우돌 성장기'라는 구절처럼 이제 막 신입 경찰관이 된 주인공에 관한 성장 소설이다. 성장이라고 해서 신입 경찰관이 유능하고 능력 있는 영웅 경찰관이 되는 스펙터클한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여자친구에게 차인 후 그녀에게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경찰관이 된 주인공은 귀에 피어싱을 하고 욱하는 성격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한때 좀 놀던 남자였다. 경찰관이 된 후에도 욱하는 성격 덕분에 본인은 물론 자신을 교육하는 반장부터 소장까지 끝없이 곤란하게 하고 늘 꾸중을 듣는 괴짜로 통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주인공 본인이 왜 경찰을 하는지, 앞으로 계속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데 있다.

다른 책과 비교하면 작은 사이즈이긴 하지만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꽤 두꺼운 책이다. <마을을 지켜라>라는 제목을 보고 나름 경찰관이 주인공이니 약간의 스릴러가 포함된 이야기가 아닐까 기대했었는데 생각보다 평이한 내용의 성장소설이었다. 물론 실습 기간 동안 일어난 많은 일들로 자신만의 사명감을 가지게 되는 경찰관으로 새로 태어난다는 내용답게 범인을 쫓는다거나 동료를 잃을 위기에 처하는 등의 소소하지만 꽤 재미있는 사건, 사고가 곳곳에 숨어있다.

'이 주인공 골 때리네'
신입 경찰관 주제에 자신의 성질을 못 이겨 사고를 치지 않나, 죽은 시체를 처음 본 후에 계속 악몽에 시달리는 종잡을 수 없는 괴짜 주인공의 행동을 보면서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일본 사람이 쓴 소설 속 경찰관인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지만 모든 것이 어설프고 객기 넘치는 한 때의 나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었을 법한 순간일 것이다. 열심히 일한 후 여유롭게 쉴 수 있는 주말 오후, 시원한 선풍기 틀어놓고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 누워서 킥킥대며 읽기 좋은 책이다.

<마을을 지켜라>의 주인공은 파출소 출근을 하는 첫 장부터 방화사건을 해결하면서 경찰관이라는 직업에 제대로 된 의미를 가지게 되는 마지막 장까지 비약적이지는 않지만 뒤로 물러서지 않고, 도와주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천천히 사회의 일원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 책이 지루하지 않고 옅은 미소를 띠면서 읽혔던 이유는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나도,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롭게 시작하려고 하는 그 누군가도 <마을을 지켜라>의 주인공처럼 그렇게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느리지만 제대로 '일하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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