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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흔적을 걷다 - 남산 위에 신사 제주 아래 벙커
정명섭 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6년 8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822/pimg_7667781831476946.jpg)
과거에서 끝나는 역사가 아니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슬프지만 제대로 바라보고 해결해야 할 많은 근대 역사의 잔재들이 우리들과 같은 시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다만 우리들이 모르고 있을 뿐이다.
<일제의 흔적을 걷다>는 잊혀졌거나 처음부터 알지 못했던, 우리 땅안에 있지만 전혀 다른 공간을 찾아가는 기행문과 같은 책이었다. 누군가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하겠지만 작가의 노력 덕분에 깊숙히 숨겨져 있던 가슴아픈 역사적 사실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서울을 출발해서 저 아래 제주까지 우리 땅 곳곳에 남아있는 장소들을 작가와 함께 걸어다니며 긴 여행을 함께 한 기분이 들었다.
용산 미군기지, 경희궁의 방공호에서 남산까지 서울에 남아있는 일제의 흔적은 가끔 TV방송을 통해서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곳이 예전 일제시대부터 있었던 장소였다는 단편적인 정보가 아니라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역사적 사실을 자세히 말해준다. 왜 그 장소가 그 곳에 있는지, 어떻게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는지 등 일년 중 특정한 날이 되면 몇 번씩 듣게되는 비통한 역사의 장소가 아니라 그 장소의 시작과 현재를 제대로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청나라가 탐을 냈고 일본이 차지했던 용산에는 이제 미군이 자리 잡고 있다. 달러로 결제해야 하고, 우편번호와 전화번호 모두 캘리포니아의 것을 사용하고 있는 이곳은 우리 근대사의 혼란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