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제대로 떠나본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것들
HK여행작가아카데미 지음 / 티핑포인트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여행에 관한 책은 시간과 장소 그리고 작가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느낌이 무척 다르게 표현되는 책이다. 지나간 여행을 추억하며 아련함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 있는가 하면 짐을 싸서 가까운 곳이라도 당장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이 있다. <여행의 이유>는 후자에 가까운 책이다. 이 책에는 여행작가아카데미를 졸업한, 여행에 대한 열정이 엄청난 졸업생 29명의 다양한 여행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한 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여행이야기만 들어도 엉덩이가 들썩이고 의미 없는 항공권 검색을 하게 되는데 나와 같은 일반인들이, 오직 여행을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그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들을 들려주는 <여행의 이유>는 절대 누워서 볼 수 없는 책이었다.

나는 <여행의 이유>를 올여름 가족여행에 함께 했다. 일정상 저녁에 책을 읽은 시간이 있을 것 같아서 망설임 없이 <여행의 이유>를 가방 안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하루 일정을 마친 후 게스트하우스에서 운영하는 작은 카페에 앉아서 한달음에 책을 다 읽어버렸다. 아니다. 읽었다기보다는 책 안으로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남해도 가고 부산에서 함께 커피도 마셨고 창이국제공항의 밤하늘도 날았다. 낯선 여행지의 조용한 카페에서 읽는 <여행의 이유>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나의 여행 파트너였다.

 

세상의 모든 길은 당신 앞에서 시작하며 그 모든 길은 오직 당신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당신이 지금 서 있는 이곳이 당신의 새로운 주소다.

 <여행의 이유>는 풋풋한 초보 여행작가들의 의미 있는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외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보석 같은 여행지도 알려주고 있는데 가본 장소에 관한 글을 읽을때면 그 곳을 누구와 어떻게 다녀왔는지 기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아직 다녀오지 못한 여행지는 다음 여행할 곳으로 체크하며 읽어나갔다. 길지는 않지만 작가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여느 책을 읽을 때보다 더 차분히 읽었고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사진들을 보며 그 곳의 그 순간을 함께 즐겼다.

책을 읽던 중에 깜짝 놀랐다. 지리산 둘레길에 관한 글 말미에 작가가 지났던 오미마을과 운조루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여행의 이유>를 읽고 있는 그 순간, 나는 오미마을의 운조루 옆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우연 같은 순간이 새겨진 책은 더욱 기억에 남는다. 지리산 여행을 떠올릴 때면 즐거웠던 여행의 한때도 추억하겠지만 다른 시간, 같은 장소를 공유했던 <여행의 이유>도 함께 생각나겠지.

여행. 두 음절의 이 단어만 들어도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익숙한 곳은 편안하지만 낯선 공기가 가득한 여행지는 두렵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나에게 살아갈 이유를 준다. 여행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상관없다. 일상인 듯 무심하게 다녀오는 여행이든, 가슴 깊이 사연을 가득 안고 떠나는 여행이든 모든 떠남의 이유는 언제나 옳다.

<여행의 이유>를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왜 여행을 좋아하는지, 나의 여행의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하지만 굳이 그런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여행은 나에게 그 자체가 이유였다. 이 책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 여행을 준비 중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여행작가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여행의 이유>는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지만, 나도 언젠가는 그들처럼 낯선 공간의 매력을 가득 담아놓은 여행 에세이를 써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들을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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