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딜
소피 사란브란트 지음, 이현주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속도감 있는 추리소설이다. 빠른 전개뿐만 아니라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한 표현과 흥분하지 않는 감정 표현들이 어우러진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 같은 소설이었다.

<킬러딜>은 스웨덴 추리소설이다. 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 1위로 직행하는 소피 사란브란트는 스웨덴을 넘어서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특히 <킬러딜>은 그녀의 작품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히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속도감을 느꼈던 이유는 바로 이 책의 내용이 고작 일주일 동안에 일어난 일을 매 순간으로 잘게 쪼개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당 2~3 페이지의 짧은 호흡으로 105장으로 나눠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추리소설이 복잡하고 인물들 간의 관계가 헷갈려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본은 3인칭으로 사건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전체를 보여주지만 중간중간은 1인칭 표현으로 바뀌어 주인공들 중 한 명의 독백으로 채워져있다. 처음에는 3인칭에서 1인칭으로 넘어가는 순간이 어색했지만 어느 순간 그 1인칭의 독백이 바로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3인칭 설명으로 된 부분보다 더 긴장하고 몰입하면서 읽었다.

 작가도 여성이지만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도 여자 경찰이고 그 주변 인물들 역시 여자들이 많다. 문을 여는 사건들 역시 우리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책에 더 빨리 몰입할 수 있었다.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다 보니 주인공이 처한 상황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에 녹아들어서 어느 순간 그녀들의 입장이 되어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범인이 누군지 열심히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물론 범인 추리는 책이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바뀌고 결국 틀리고 말았지만 말이다.

<킬러딜>을 '마지막 순간 퍼즐이 완성되는 소름 돋는 이중 반전의 결말 - 모든 등장인물을 의심하라' 라는 문장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책과 정말 잘 어울리는 문구라고 생각한다. 제일 마지막 105장에 나오는 독백을 읽기 전까지 누가 범인인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니 제발 궁금하다고 뒷장을 먼저 펼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말길 바란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범인이 누군지 찾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잘 짜놓은 미로 안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결국 친절하게 입구를 알려줘서야 겨우 미로 밖으로 나오면서 "아~여기를 아까 지나쳤는데 이걸 못 봤네. 아쉬움을 느끼며 책을 덮는 것도 추리소설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작가와 독자의 두뇌싸움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나는 긴장하며 범인을 찾기보다 추리소설이라는 미로 안을 즐겁게 돌아다니면서 즐기는 편이 더 좋다.

<킬러딜>은  몇 번의 살인이 나오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만 하드코어가 가득한 추리소설은 아니다. 나는 이 책을 말랑말랑한 추리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독자를 배려한 작가의 부드러움이 느껴지고 즐겁게, 하지만 약간의 긴장감과 숨겨진 추리본능을 깨워준다. <킬러딜>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나는 당장 그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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