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안녕
로리 프랭클 지음, 황근하 옮김 / 시공사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죽음과 이별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21세기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가는 새로운 느낌의 소설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온라인이라는 공간에 나도 인식하지 못한채 남기게 되는 수많은 글과 댓글들이 내가 죽은 후에 컴퓨터 안에서 다시 나로 태어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시작은 가벼운 로맨스 소설같았다. 온라인 소개팅 회사의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샘 엘링은 자신이 만든 매칭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의 운명적 반쪽인 메러디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달콤한 연애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쉽게 읽혀지는 로맨스 소설로만 생각했던 이 책의 첫 번째 반전은 메러디스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였다.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연인의 슬픔을 덜어주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 리포즈.

그다음 일이 벌어진 것은 샘으로서는 메러디스가 그토록 힘들어하는 것을 도저히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샘이 그녀를 너무도 돕고 싶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P63

온라인상의 모든 기록들, 주고 받은 메일과 영상통화, 문자 그리고 페이스북과 수없이 남기는 댓글들을 조합해 알고리즘을 만들고 온라인 안에서 컴퓨터가 고인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인 리포즈는 마치 직접 메일을 보내고 살아있는 것 처럼 생생히 고인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처음 메러디스가 죽은 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하는 장면에서 나는 감탄했다. 소설일 뿐이지만 왠지 이 세계의 어느 곳, 누군가는 분명 이런 프로그램을 이미 만들었거나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지는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는다는 것은 너무 괴로운 일이다. 다시 만나고 싶고 다시 이야기하고 싶은데 가장 슬픈 사실은 절대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안녕> 이 이야기 안에서는 죽은 사람과 -비록 온라인 자료의 조합으로 만들어냈지만- 이야기하고 문자나 메일도 주고 받을 수 있다. 무섭지만 너무 멋지지 않은가...

만약에 실제로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나도 한번 사용해 보고 싶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조합할 자료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아마 실제로 있더라도 불가능하겠지.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병마로 사랑하는 사람을 곧 잃게 되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 

무척 독특한 소재의 소설인 <지금은 안녕>을 읽으면서 나는 함께 신기해 했고 함께 웃었고 그리고 함께 울었다. 나도 이야기 안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처럼 사랑하는 누군가를 죽음을 통해 잃어 본 경험이 있어서 더욱 소설 속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지금은 안녕>을 읽으면서 소설로도 멋진 이야기이지만 영화로 만든다면 소설보다 더 매력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곧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컴퓨터를 통해서 고인을 만나고 이야기 하는 장면은 글로 읽는 것보다 시각적으로 보는게 더욱 효과적일 것 같다.

이 이야기는 단지 죽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리포즈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죽음을 겪게 되면서 그 죽음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리포즈는 단지 그들이 죽음을 극복하게 도와주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맞서서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다.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내 삶의 일부분이 되어야만 극복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넌 시간을 겁내고 있어. 샘. 어떤 슬픔에는 약이 없단다. 어떤 슬픔에는 나아질 수가 없어."
"그러면 도대체 제가 뭘 해야 해요?"
"슬퍼해."
"얼마나요?"
"영원히."
"하지만 그렇다면 왜 다들 항상 비참한 가슴을 부여잡고 다니지 않는 거죠?"
"왜냐하면 아이스크림이 아직도 맛있으니까. 그리고 23도의 화창한 날은 여전히 아름다우니까. 재밌는 영화를 보면 웃음이 나고, 일이 이따금씩 만족감을 주고, 친구와의 맥주 한 잔이 행복하니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너를 사랑하니까." P464

<지금은 안녕>은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겨나가는 과정을 또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이야기이다.
가볍게 시작했지만 결코 가볍게 책을 덮을 수는 없다. 무겁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우울하지는 않은 책이다.
소설 주인공인 샘이 겪게 되는 감정들을 찬찬히 따라가면서 그대로 느끼기만 하면 된다. 아마 죽음을 겪어 본 사람들이라면 같이 눈물흘리고 함께 또 다른 견고한 발판을 만드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공감하며 느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꽤 두꺼운 분량이지만 어렵지 않게 술술 읽혀져서 가볍지 않고 색다른 소설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괜찮은 책인것 같다.

지금, 당신은 곁에 있는 사람을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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