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한동훈 옮김 / 하늘연못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소설이라는 넓은 영역에서 좋아하는 분야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주저없이 추리소설이라고 말한다.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요즘에야 많이 읽혀지고 일본추리물의 홍수속에 추리소설이 좋다라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지만 여전히 내 주위에서는 추리소설이 왜 재미있는지, 너무 통속적이지 않냐면서 조금은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개인적인 기호가 철저히 작용하는 책 고르기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네들의 의견 또한 맞는 말일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추리소설이야 말고 진정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한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끝이 궁금해지는 재미, 글을 읽는 즐거움, 한 장씩 넘어감이 안타까우면서도 뒷장이 궁금해지는 그런 짜릿함이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추리소설이 나의 이런 소설 고르는 구미에 가장 부합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 추리소설분야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활성화된 것 같지도 않고, 추리소설이 최고예요 라고 외치는 나조차도 조금 더 알려지지 않은 글을 찾아보기 보다는 우선은 안정적이고 유명한 글부터 읽고 있으니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조금 부끄럽다.
그래서, 이번에 읽게 된 <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2008, 하늘연못>은 새로운 것에 목말라 하는 나에게 더 없이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해준 멋진 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중단편선 모음집이라길래 가볍게 읽을수 있을꺼라 생각했었는데 받아본 책의 두께는 생각외로 두꺼웠지만 그래서 더 좋았었던것 같다. 매일 퇴근 후에 읽으리라 마음 먹었지만 생각대로 읽기는 쉽지 않았고 휴일인 토요일, 시원한 오전에 책을 처음으로 펼쳐 들었다.
그리고 4시간, 옆에서 들리던 TV소리도 시끄럽고 듣고 있던 엠피의 조용한 음악소리 조차 거추장스러워 꺼버린 후에 나는 고스란히 4시간을 조용함 속에서 책 한권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었다. ‘데드 얼라이브’의 르프랑크씨가 농장의 방에서 프랑스 소설책에 빠져 답답한 농장의 방을 등장인물들로 가득 채웠다는 부분이 있는데 아마 나도 4시간은 이런 기분으로 책을 읽었을것 같다고 생각했다.

수록된 5편이 생각보다 길이가 있었지만 쉽게 읽어나갈수 있고, 결말에서 조금은 놀라운 반전과 위트를 보면서 한 편 한 편씩을 빠르게 읽었다. 꽤 알려진 추리물처럼 두둥~엄청난 반전이라느니, 사회비판을 한다는 스릴러라는등 이런 미사여구가 전혀 필요없는 아주 담백하고 조용한 추리소설이다. 처음 추리물을 접한다거나 기존의 소설에 흥미를 읽었다면 한 번쯤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오랜만에 즐거운 소설을 읽는 즐거움. 덥고 습한 여름에 시원하게 읽을 수 있는 책 인것 같다.

‘3층 살인사건’은 작가가 배우라서 그런지 몰라도 읽는 내내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결말에서 반전에 또 가벼운 반전.. 유쾌한 로맨스 추리 연극을 한 편 본것 같았다. ‘데드 얼라이브’는 미국 최초의 법정소설이며 실제 있던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이라고 소개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다른 소설보다 조금 더 현실감 있고 실제 같은 이야기 같았고, ‘안개 속에서’ 역시 마지막 까지 어느 부분하나 놓치지 말고 읽어야지 미리, 범인이 이 사람이구나..라고 뒷장을 넘겨버리면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할것이다. ‘버클 핸드백’은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여성탐정이 탐정의 길로 들어서는 사건을 주제로 하고 있다. 사건이 스피디 하다거나 박진감 넘치는 장면은 없지만 여성작가라 그런지 세세한 설명이나 조곤조곤하게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으로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은 후에 아귀가 딱 딱 맞아 떨어지는 퍼즐 한 판을 한 듯했다. 그리고 마지막의 ‘세미라미스 호텔 사건’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의 포와로와 그의 파트너를 보는 듯하면서 조금은 다른 느낌의 콤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인데 5편 중에서 나에게 그다지 감흥을 주지 못한 이야기이다. 뭔가 조금 맥빠진 듯한 이야기랄까? 아무튼, 다 읽고 난 지금 5편중 제일 재미있었던 한편을 고르라면 ‘3층 살인사건’이라고 말하고 싶다. 결말이며 이야기를 해나가는 방식 등이 기존의 추리물과 다소 다르다고 생각했고 처음 읽으면서 느꼈던, 글이 왠지 조금 어설픈것 같다?라는 이런 느낌조차도 작가의 의도된 생각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들어버리는 이 이야기가 가장 좋았던것 같다.

오랜만에 권해보는 소설책 한 권이다. 물론 중단편선이라 부담감없이 읽을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새로운 작가들의 새로운 글을 만난다는 ‘좋은 글을 읽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손에 땀이 쥐어지고 긴장감으로 두근거리고 범인이 누군지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끊임없이 박력있는 글을 원한다면 그리 권해주고 싶은 책은 아니다. 앞에서도 한 번 말했지만 <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은 담백한 추리소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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