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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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로 열풍을 일으킨 마이클 샌델 교수의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던 이전의 책과 마찬가지로 시대의 문제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던 책이었다.

 

다수의 의견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해 왔다. 누군가 '그건 잘못되었다' 고 말해주지 않는다면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들.

 

<공정하다는 착각>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승자의 오만함과 패자의 굴욕감은 당연하지 않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공정하다는 착각>을 통해 이번에도 우리에게 굉장한 질문을 던졌다.

 

'능력주의는 공정하게 작동하는가?'

 

<공정하다는 착각>은 두 개의 큰 줄기를 따라간다. 능력주의와 학력주의.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에 샌델 교수는 묻는다. '학위가 없고 성공하지 못한 자는 업신여김을 받아 마땅한가?'

 

대학입시부터 미국의 정치까지 능력주의가 얼마나 공정하게 작용되고 있는지, 그 공정함이 진정 정의로운지 설명한다.

 

20193월 미국의 입시부정 스캔들이 터졌다. 부모들은 입학을 보장해 주는 뇌물과 시험 성적을 조장해 자녀들을 대학에 입학 시켰다. 특권층의 부모일수록 더욱 치열하게 자녀들의 명문대 입학에 매달린다. 왜 그럴까?

 

어느 곳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남은 인생이 달라지게 된다. 학위 소지자와 비소지자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대학 입학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자녀 교육에 여유가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우리 아이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란다. 그리고 그 시작이 명문 대학 입학이었다.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과정이었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샌델 교수는 그 결과가 능력주의에 현혹된 불평등이 보통 사람들에게 무력감을 안겨준 것에 대한 분노의 판결이라고 말했다.

 

가혹한 능력주의.

 

능력주의에서 실패한 사람들은 스스로 노력을 게을리한 자신의 잘못이라는 자괴감에 빠진다. 승자에게는 박수를, 패자에게는 좌절감을 안겨주는 양극화된 능력주의는 사람들을 점점 분노하게 만들었다.

 

능력주의에서 부는 재능과 노력의 상징, 가난은 나태의 상징이라고 본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실패한 사람들에게 더욱 냉정했다. 충분히 노력한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했을 경우에는 더욱 심한 자책에 시달리기까지 한다.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으며 그동안 어느 것보다 공정하고 올바른 것이라 생각했던 '능력주의'의 전혀 다른 면을 알게 되었다.

 

이민자들에게는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의 나라였다. 본인의 노력에 따라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 하지만 미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상류층에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능력주의의 환상에 휩싸인 미국에서 자수성가한 부자는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성공하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할까? 그들은 불평등한 계급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육을 선택했다.

 

과연 노동자들은 교육받지 못해 불평등한 처우를 받는 것일까? 그것은 능력주의자들이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학력주의를 조장한 결과일 뿐이었다.

 

<공정하다는 착각>은 승자들의 능력주의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샌델 교수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이것이 옳은 것이냐? 옳다는 것의 이유는 무엇이냐? 네가 생각한 것이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 아느냐?

 

가끔은 혼란스러웠고 가끔은 탄성을 뱉어냈다.

 

읽기에 쉽지 않은 책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공정하다는 착각>은 세상을 보는 눈을 한 뼘 더 넓고 깊게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다수가 정의가 아님을,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한국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적 중심 사회이다. 성적에 기반한 능력주의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공정하다는 착각>은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다.

 

<공정하다는 착각>은 질문은 하지만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더 나은 사회로 변화하기 위한 방법은 스스로 찾아내라고 한다.

 

꽉 닫힌 질문에 열린 결말.

 

언제나 그렇듯 마지막 장을 덮은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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