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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머니 - 사라지는 골목에서의 마지막 추억
전형준 지음 / 북폴리오 / 2019년 11월
평점 :
우리 집은 낮에 볕이 잘 드는 남향 주택이다. 모두 일하러 나가고 나면 우리 집은 '우리' 집이 아니라 '동네 고양이'들의 쉼터로 변한다. 따뜻한 현관 계단,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옥상 입구와 담벼락은 그들만의 공간이 된다. 가끔 낮에 대문을 열려고 하면 마당 안쪽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난다. 간혹 용감한 녀석들은 뻔뻔하게도 현관 앞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누워있다. '누군데 우리 집에 찾아온 거냐!' 이런 표정으로 말이다.
우리 집이 동네 고양이들의 쉼터로 사용되고는 있지만 정작 내게는 고양이가 없다. 가끔 마당 창고에 새끼와 쉬었다 가는 고양이들이 있다. 배고플까 봐 우유도 주고 물도 놔두곤 한다. 하지만 어째 이 녀석들은 나를 집사로 선택할 마음이 없는지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한 마리쯤은 우리 집을 앞으로 자기가 살 집으로 생각해도 좋을 만한테 참 야속하다.
<고양이와 할머니>는 부산 재개발 지역에 살고 있는 할머니와 그 곁을 함께 하고 있는 고양이가 나오는 포토에세이이다. 머리에 꽃을 올리고 새초롬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는 책 표지의 고양이가 시선을 끈다.
짧지만 여운이 남는 글과 고양이와 할머니의 일상을 잘 보여주는 가슴 따뜻한 사진이 들어 있다. 자신을 고양이 중증 환자라고 소개하는 작가의 고양이 사진에는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굳이 '나는 정말 고양이를 좋아해요'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사진 속 길고양이들은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