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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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를 무척 흥미롭게 읽었었다. 리뷰의 첫 문장이 '의외의 책을 만났다'였다. 꽤 두꺼웠지만 32년간의 긴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가는 작가의 힘이 매력적인 책이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지금, 에이모 토울스의 또 다른 책을 집어 들었다.


<모스크바의 신사>는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우아한 연인>이 바로 그의 데뷔작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소설이다. 작가 소개에 보면 이 책의 성공으로 에이모 토울스는 전업 작가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4년의 집필과 1년의 독서 기간이 필요하다는, 완벽을 추구하는 에이모 토울스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우아한 연인>은 시작부터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작가는 <우아한 연인> 속 등장인물 중 누구를 가장 많이 생각하며 썼을까? <우아한 연인>이라는 제목 때문에 남자와 여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물론 수많은 연인들의 이야기가 있었고 긴 세월 동안 서로를 잊지 못하는 남자와 여자도 있었다. 하지만 내게 이 책은 연인,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딱 한 명의 여자에 대한 길지만 짧은 이야기였다.


책 속의 메인 카메라는 1937년 뉴욕을 살아가는 한 명의 여자에게 맞춰져 있다. 그녀 주변에는 나타났다 사라지는 친구들이 있다. 그녀와 연인 관계가 되는 몇몇의 남자들도 보인다. 하지만 결국 중심은 단 한 명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자가 맞이하게 되는 수많은 갈림길 속에서 그녀는 선택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장면이 바뀌어 간다. <우아한 연인> 전체는 흑백 영화였지만 오직 그녀와 그녀 주변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은 컬러로 보이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우아한 연인>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정확하게 누구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인지 알아차리기 까지는 꽤 많은 장면들을 만난 후였다. 이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제각기 다른 느낌으로 다가갈 것이다. 나는 <우아한 연인>의 주인공보다 그녀 주변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했는데, 처음부터 주인공이 눈에 띄지 않은 덕분에 <우아한 연인>의 책 속을 넓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어떤 줄거리를 가졌고 결말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책 리뷰를 읽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우아한 연인>에서는 정확한 줄거리도 주인공의 이름도 말하지 않았다. 내가 잠깐씩 비춰주는 주변인들에게 흥미를 느꼈던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당신도 그랬으면 하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우아한 연인>이 아니라 여자의 인생 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였음을 알았고,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보다 더 매력적인 다른 인물들의 등장이 즐거웠었다.


드라마 한 장면에도 수많은 카메라가 각각의 배우들을 비추듯, <우아한 연인> 역시 그런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책이었다. 생각보다 스펙터클하고 임팩트 있는 사건도 없이 500페이지를 넘는 긴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이상하게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을 때도 희한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것이 에이모 토울스 이야기의 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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