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의 진실 - EBS 다큐프라임_교육대기획
EBS 다큐프라임 「대학 입시의 진실」 제작팀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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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내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한다면 합격할 수 있을까?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생긴 지 몇 년 지나지 않은 해에 시험을 쳤다. 솔직히 내신도 썩 좋지 않았던 내가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대학수학능력시험 덕분이었다. 수리영역은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대신에 언어와 외국어 영역에서 꽤 좋은 성적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대학 입시전형을 잘 알고 있는 수험생도 아니었고 부모님 역시 먹고살기에 바빠 대학입시는 신경 쓰지 못하셨다.

고등학교 3학년 3월에 선생님과 5분 정도의 첫 상담을 했다. 수능 성적이 나온 후 두 번째 입시상담을 했다. 3곳의 대학과 학과를 적어주셨다. '셋 중에서 골라라. 여기면 안정적으로 갈 수 있을 거다.' 짜증이 났다. 세 학교 모두 싫다고 했다. 떨어져도 여기보다 높은 대학에 가고 싶다고 하니 한 곳을 더 적어 주셨다. '그럼 여기 가, 떨어지면 전문대 가고' 그걸로 끝이었다. 부모님이 학교에 자주 방문하셨던 아이는 선생님과 함께 머리를 맞댄 결과 꽤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 나보다 수능 성적이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대학입시의 진실>에서 말하는 '버려진 카드'가 바로 나였던 것이다.

그나마 당시에는 수능이라도 잘 치면 조금 더 나은 곳으로 갈 수 있는 희망이라도 있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라면 아마 나는 내가 원하는 대학에 원서조차 접수하지 못했을 것이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책 속의 수많은 수험생과 부모님들이 불쌍했다. 꽉 짜인 경쟁의 톱니바퀴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 모든 것들이 무서웠다. 


<대학입시의 진실>은 1년 6개월간의 실험과 조사를 걸쳐 2017년 5월, EBS 다큐프라임에서 6부로 방송된 '대학입시의 진실'을 엮은 책이다. 방송 내용을 차근차근 풀어내어 현재의 복잡한 대학입시전형을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나 역시 수능을 친 후로 대학입시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터라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마치 EBS 다큐프라임 방송을 보듯 책 속의 내용은 생생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대학입시의 진실>은 대한민국에서 교육받았고 앞으로 교육받으며 살아갈 누구나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송된 6부와 같이 <대학입시의 진실>에서도 총 6장에 걸쳐 대학입시의 현실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책을 읽기 전에 먼저 현재의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예전 기억 속에서 남아있던 학교생활기록부를 떠올려보자. 198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은 2장이라고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학생부는 최대 25장이나 되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물론 학교의 적극적인 관리가 있는 학생의 경우지만 도대체 학생부에 뭘 적어 넣길래 25장이나 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선생님이 반 아이들 모두의 학생부를 이렇게 만들어 줄 수 없을 건데 그렇다면 소수의 몇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학생들의 학생부는 어떻게 관리되는 걸까? 

"잘하는 애들만 따로 반을 만들어요.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애들이 계속 1등급이 나오도록 학교에서 관리를 해 주는 거죠. 그러다 중위권 애들이 한 과목만 파서 치고 올라갈 때가 있잖아요. 그럼 선생님이 넌 왜 시험을 잘 보고 그러냐고 하세요."

<대학입시의 진실>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과 현재 고등학교에서 공정하지 않게 이뤄지는 학생부 관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부 관리를 위한 사교육 컨설팅 업체와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모종의 커넥션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세월은 흘렀지만 교육 현실은 내가 학교를 다니던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때보다 더 치밀해지고 어려워졌으며 더 많은 희생을 원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 슬펐던 것은 이런 상황들이 놀라움보다 익숙한 데자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대학입시는 좋던 나쁘던 끊임없이 변해가는데 사람들의 본성은 그대로였다.


대학입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은 없는 것이 바로 '엄마'이다. 자녀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우리 엄마들의 열정은 정보력과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현재의 대학입시에서 더욱 필요해졌다. 입시설명회를 통해 입시전형 공부를 한다. 좋은 정보를 얻기 위해 돼지 엄마 무리를 찾아다닌다. 아이들을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하루 종일 아이의 뒤를 따라다닌다. 이 모든 것이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엄마의 정보력이 학생부와 아이의 대학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부모님과 학교, 컨설팅 업체가 아이의 대학입시를 위해 힘을 모을 때 정작 아이는 쓰러져가고 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무조건 해야 한다고 교육받아왔다. 습관처럼 책상에 앉아있고 학원을 간다. 각자의 재능이나 흥미보다는 어른들이 가리키는 길을 걸어가는 학생들은 과연 원하는 대학에 입학을 하고 난 후에도 똑같을까? <대학입시의 진실>에서는 광부과학기술원에서 시작한 무한도전 프로젝트를 보여준다. 그동안 공부의 목적도 모른 채 주어진 것만 해왔던 아이들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조금씩 알아가고 변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대학입시의 진실>은 당신을 불편하게 한다. 대학입시를 겪어 본 대한민국의 누구라면 책을 읽으며 각자 추억 속의 입시를 떠올린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기억이든 많은 사람들이 피해 갈 수 없는 대학입시가 단지 고등학교 3학년, 19살에 거쳐야 할 하나의 과정이 아님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대학입시라는 목표를 향해 어렸을 때부터 한 단계씩 밟고 올라가야 한다. <대학입시의 진실>속 불편한 민낯들이 바로 대한민국 입시의 현주소이다. 진실을 똑바로 바라봐야 제대로 바꿀 수 있는 법이다. <대학입시의 진실>은 현재 우리나라의 불편하고 한숨 쉬게 만드는 입시 교육에 대해 낱낱이 밝히고 있다.

우리는 6부의 긴 다큐를 함께 봤다. 그 속의 부모와 아이가 당신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나는 이렇게 유난 떨며 교육하지 않을 거야.', '이것도 다 돈이 있어야 하는 거지.'라며 책을 덮어버릴 것인가. 더 이상 부와 지역, 부모의 능력 때문에 소외되는 아이가 없도록, 공정하고 순수한 입시 제도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될 때이다. <대학입시의 진실>이 당신의 첫 발걸음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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