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민주주의 - 새로운 위기, 무엇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
야스차 뭉크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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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한민국의 밤이 밝게 빛났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음에도 폭력은 없었고, 귀와 눈을 막고 있었던 대통령은 마침내 물러났다.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국민 스스로 이뤄낸 자랑스러운 결과였다. 세계인들이 말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이다. 반대로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라 말하던 미국에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인물이 민주주의를 이끄는 대통령이 되었다. 전세계가 놀랐고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탄핵이야기가 나왔다. 가장 민주주의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 가장 강력한 민주국가의 대표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웠다.

인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할때 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은 인류가 시작된 이후보다 지난 100년간 더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기술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앞으로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분야는 어떤가?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 역시 변하고 있는데 정치는 여전히 처음 민주주의가 등장하던 그때와 똑같을까? 나는 민주주의 역시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마 정치와 관련된 사람들은 여전히 예전 그때의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위험한 민주주의>는 정치와 관련된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 변화, 민주주의에 대한 반감등을 보며 지금이 평화로운 민주주의 시대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모든 면에서 한치 앞도 모를 세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시대이다. 이럴때 일수록 더 관심을 가지고 흐름을 읽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위험한 민주주의>는 정치에 대한 새로운 시작을 가지게 해 줄 책이다.


물론 쉽게 읽히지 않는다. 어렵지 않지만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은 문장을 자꾸 건너뛰게 만들고 내가 왜 이런 책을 읽고 있는지 후회하게 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잠깐의 지루함을 견디고 나면 <위험한 민주주의>는 정치의 변화를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미국 노년층의 3분의 2 이상이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밀레니엄 세대에서는 3분의 1 이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주의에 대한 애착이 줄면서, 미국인들의 관심은 권위주의적인 대안에 기울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 1995년에는 16명 중 고작 1명이 군사 통치가 훌륭한 정부 체제라고 믿었으나, 현재는 6명 중 1명이 그렇게 믿는다. 

<위험한 민주주의>를 읽으며 여러 조사 결과에서 놀랐지만 그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민주적이지 않은 시대, 전쟁의 두려움에 떨면서 살지 않았던 세대들이 민주주의에 실망을 하게 되고 군부 통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군부독재에서 벗어난 나라에서도 군부가 통치하는 게 좋다는 응답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군부 통치로 인해 현재까지 고통받고 있는 우리나라지만, 대한민국에서도 비슷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위험한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정의를 시작으로, 그 위기는 어디서 왔는지를 파악하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유민주주의의 새로운 형태로 두 가지의 체제가 부상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민의 뜻'이라는 한마디로 권위주의적 지도자가 독재로 치닫는 '권리 보장 없는 민주주의'와 제도의 힘이 너무 강해 국민들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며 사실상 민주주의가 소수의 과두제로 전락해 버리는 '민주주의 없는 권리 보장'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책에서 끊임없이 포퓰리즘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한다.

정치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민주적 제도에 대한 신뢰가 줄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 어쩌면 이전 세대는 단지 지나치게 순종적이고 순진했던 것이 아닐까? ~ 최근 신뢰의 하락 현상은 사람들이 정부에 실망했다기보가 그들이 정부 활동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음을 뜻할 수 있다. ~ 민주주의의 퇴조는 지금 진행 중이다.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게 된 원인 중의 하나로 '소셜 미디어'를 말한다. 종이가 귀했던 시절에는 서면 정보란 오직 특정 고위층들만 접근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인쇄술의 발달로 자신의 생각을 수천명의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내 생각을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다대다 의사 소통이 가능한 소셜 미디어는 정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데 그 예로 저자는 도날트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이야기한다. 예전이라면 방송에 나오지 못할법한 그의 이야기는 트위터라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SNS 덕분에 전통적인 언론 매체의 도움없이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것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의 이런 민주주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위험한 민주주의>의 저자인 야스차 뭉크는 해결책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지난해 촛불집회로 대통령을 청화대에서 끌어내린 이야기를 한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해결하는 첫번째는 먼저 어려운 상황에 똑바로 마주서는 것이다. 둘째, 대중의 언어로 설명하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포퓰리스트들의 흠잡기에 열정하기보다 긍정적인 메세지 전달에 더 초점을 두어야 한다. 넷째,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들이 항상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상 포퓰리스트들과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와 함께 많은 정치 신념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현재를 자유민주주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아테네의 민주주의, 로마의 자치정부, 베니스 공화국도 당시에는 영원을 누릴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은 변화한다. 특히 전쟁과 고통, 굶주림과 극심한 내전을 겪어보지 않은 나라의 세대들은 지금 그들이 누리고 있는 것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 당연한 것들이 전 세대의 피와 투쟁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이전보다 더욱 빠르게 정보가 흘러가고 무분별한 정보 속에서 흔들리다 보면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자유민주주의를 언제라도 빼앗길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너무 비관적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위험한 민주주의>를 꼼꼼하게 읽어보길 권한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바뀌고 있는 정치 현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는 나와 관련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 어떤 것보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것이 바로 정치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이미 알았고 변화시킨 경험도 있다. 이제 지금보다 더 나은 자유민주주의로 만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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